사망 137명 등 사상 5000명 넘어… 피해규모도 150억弗에 달할 수도
웨딩영상 촬영 신부 ‘혼비백산’ 등 긴급상황 담긴 SNS 속속 공개돼
당국 “식량·병상 부족” 지원 호소… 폭발추정 원인 물질 질산암모늄
러 통신 “옛 소련국가 조지아 수출품”
“끔찍한 공격”으로 규정한 트럼프, 하루 만에 “아직 모르는 일” 말바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대형 폭발 사상자가 5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실종자 가족들은 잔해 더미로 변한 처참한 현장에서 어딘가에 생존해 있을지 모를 가족을 애타게 찾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하마드 하산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현지 방송 알마나르TV에 베이루트 항구 창고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137명, 부상자가 약 5000명으로 늘었으며 수십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마완 아부드 베이루트 주지사는 “폭발 피해가 150억달러(17조82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 후 온라인에 올라온 현지인들의 SNS 영상에는 다급한 상황이 생생히 담겨 있다. 베이루트 시내 한 가정집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엔 진공청소기를 돌리던 여성이 갑자기 집안이 흔들리고 창가 커튼이 휘날리자 깜짝 놀라 창문 쪽에서 놀던 어린아이를 급히 끌어안고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시내에서 흰 드레스를 입고 웨딩 영상을 촬영하던 신부가 주변 건물 벽이 무너지자 혼비백산하는 모습과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품에 꼭 끌어안고 있는 장면도 있었다. 또 부서진 주택 내부 피아노 앞에 앉아 스코틀랜드 민요인 ‘올드 랭사인’ 등을 연주하는 메이 아부드 멜키와 그 주변에서 기도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찍은 동영상은 레바논의 희망을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번 폭발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레바논 정부는 항구 창고에 6년간이나 방치돼 있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이 대규모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산암모늄은 2013년 옛 소련 국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아프리카의 모잠비크로 수출되다 압류된 것이라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이 때문에 고질적 병폐인 당국의 관리 소홀이 대형참사를 일으켰다며 국민의 분노도 치솟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바논에서 이날 오전부터 소셜미디어에 ‘교수형에 처하자’는 뜻의 아랍어 해시태그가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폭발 사고로 식량과 병상이 부족해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라울 네흐메 경제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레바논 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 폭발 참사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레바논의 곡물 비축분이 한 달 치에 약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레바논 사무소는 베이루트에 있는 병원 3곳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으며 2곳은 일부 파손돼 부상자를 치료할 병상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베이루트를 방문해 지원 방법을 논의했고, 유엔이 지원하는 의료 물품 등도 베이루트에 속속 도착했다.
베이루트 폭발의 충격파 세기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20% 이상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는 이날 앤드루 티아스 셰필드대 교수팀의 분석을 인용해 베이루트의 폭발 규모가 TNT 폭약 1500t이 폭발한 것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티아스 교수는 “(베이루트 폭발의) 충격파 세기는 히로시마에서 초래된 충격파의 20∼30%에 상응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발 참사를 폭탄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인 이날 “아무도 아직 모른다”며 말을 바꿨다. 우리 외교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에게 위로를 전달했으며 레바논에 인도적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서·홍주형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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