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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논란 부르는 여가부·외교부의 저급한 성인지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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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04 22:45:43 수정 : 2020-08-04 22: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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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그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는 미래통합당 김미애 의원 질의에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오 전 시장 본인이 (성추행 사실을) 밝혔는데도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라고 보느냐”고 거듭 물었지만 “수사 중인 사건에 죄명을 규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성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여권 유력 정치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두고 즉답을 피한 것이다. 저급한 성인지 감수성을 개탄하게 된다.

여가부는 여권 인사 관련 성추문이 터질 때마다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박 전 시장 사건도 발생 닷새 후인 지난달 14일에야 공식 입장을 발표했고, 피해자를 고소인이라고 불렀다. 지난 4월 오 전 시장 사건 때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여당가족부’란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 이 장관과 여가부의 안일하고 미온적인 대응에는 이유가 있다. 청와대와 여당 눈치를 보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 달 가까이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의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외교부도 오십보백보다. 외교부가 최근 필리핀 정부에 “한국에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전 주한 필리핀 대사를 조속히 한국에 돌려보내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성추행을 저지른 의혹을 받는 외교관에 대한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외교 논란을 자초한 외교부가 이중잣대를 내민 꼴이다. 외교부는 뉴질랜드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이례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뉴질랜드에 와서 조사받게 하라”고 압박하자 부랴부랴 해당 외교관을 직위해제하고 귀국토록 지시했다. 사건 초기에 제대로 처리했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식구 감싸기로 일관한 대가다. 외교관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데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여가부가 폐지 논란의 빌미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여가부의 존재 이유가 없다.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미·중 갈등, 북핵 문제 등 대형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외교관 성추문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실력으로 국익을 어찌 지킬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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