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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 아니면 방송으로 재난 경보 받을 자격 없나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0-07-24 15:43:23 수정 : 2020-07-24 16: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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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주관 맞아?” “수신료 받지 마”
부산 물난리에도 예능 내보낸 KBS ‘뭇매’
부산서 폭우 쏟아지는데 예정된 방송
‘깜깜이 방송’에 시민들 분노 빗발쳐
“부산에선 수신료 받지마”… 靑청원도

부산 지역이 지난 23일 내린 폭우로 큰 피해를 본 가운데, KBS가 호우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재난특보 대신 편성된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등 재난주관 방송사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24일 부산소방재난본부 금정구조대 대원들이 부산 연제구 온천천 인근 한 아파트 입구에 침수된 차량에서 인명 검색을 하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영상 캡처

24일 부산소방본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전날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시민 3명이 숨지고, 70여명이 산사태와 옹벽 붕괴 등으로 고립되다가 구조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지역에 따라 최대 200㎜의 비가 쏟아지는 등 단기간 폭우와 만조시간(오후 10시32분)까지 겹치면서 매립지와 도심 하천이 연결된 해안가에서 피해가 컸다.

 

이 가운데 KBS는 재난 특보를 내보내는 대신 정규 편성된 방송을 내보내 빈축을 샀다. KBS 1TV는 ‘KBS 뉴스9’가 끝난 오후 10시 이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다큐 인사이트’,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를 예정대로 내보냈다. 오후 11시40분부터 약 45분간 진행된 ‘KBS 뉴스라인’에서는 총 20여분 동안 부산 폭우 상황을 전달했다. KBS 2TV는 수목드라마 ‘출사표’와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가 전파를 탔다.

 

특히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 폭우 피해가 속출하던 24일 0시 이후에도 KBS에서는 재난특보를 편성하지 않았다. KBS 1TV는 0시10분부터 음악프로그램 ‘올댓뮤직’을 1시간가량 방송했고, 이 방송이 끝난 오전 1시가 돼서야 약 20분간 ‘뉴스특보’를 내보냈다.

 

KBS 측은 재난방송 대응 단계에 따라 보도했다는 입장이다. KBS는 “전날 오전 9시부터 재난방송 1단계에 해당하는 ‘하단 스크롤’ 자막 방송을 하기 시작했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전날 밤 10시20분부터 TV 화면 우측 상단에 각 지역 특보 발효 상황을 전달하는 데이터 자막 방송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재난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를 파악할 수 없었던 부산, 경남 등 피해지역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재난 상황에서 KBS의 ‘깜깜이’ 대응을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KBS는 부산에서 수신료를 받지 말라” “재난방송국 맞습니까?” 등 청원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재난주관방송사라던 KBS가 지금 비 와서 거의 모든 도로가 침수되고 건물로 비가 다 들어차는데도 뉴스에서 한 두 꼭지 하다가 만다”며 “수신료의 가치를 전혀 못 하는데 왜 강제로 징수하냐”고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앞서 KBS는 지난해 4월 강원 산불 발생 당시에도 늦은 재난 대응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당시 KBS는 산림청이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감’으로 격상하고 한참 지나서야 특보를 내보내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조차 제공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에 KBS는 “재난방송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스템 전반을 보강하겠다”며 재난방송 컨트롤타워를 보도본부장에서 사장으로 격상시키고, 행정안전부 상황실 간 핫라인을 구축했지만, 재난 부실 대응이 또다시 문제가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부산 지역의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뉴스 보도 채널이 속보로 부산 대신 서울의 호우 소식을 먼저 다루는 행태를 두고 ‘서울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KBS.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서울만이 도시입니까?”라는 청원 글을 남긴 청원인은 “장마전선 북상으로 부산이 전례 없는 물폭탄을 맞고 있다”며 “그런데 TV에서는 재난경보 하나 안 나온다. 분명 서울에서 이 정도 수해 급으로 비가 왔더라면 하던 프로그램도 멈추고 재난경보 내렸을 텐데 예능 프로그램마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서울 사람이 아니면 방송으로 경보 받을 자격이 없는 거냐”며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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