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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日의 역사 왜곡… 끝나지 않는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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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10 22:09:16 수정 : 2020-07-11 10: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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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달 유네스코에 군함도(端島·하시마)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군함도는 알려진 대로 일본 나가사키현에 있는 군함 모양을 닮은 인공섬이며, 섬 전체가 축구장 2개만 한 크기의 탄광으로 갱도는 해저 1000m에 이른다고 한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말까지 일본 정부가 수많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했던 곳이다. 조선인들에게 ‘지옥섬’ 또는 ‘감옥섬’이라 불렸던 이곳을 소재로 한수산 작가는 5부작 장편소설을 썼으며, 류승완 감독은 신경일작가와 함께 창작 시나리오를 직접 써 영화 ‘군함도’를 만들었다.

영화는 평균 45도 이상의 고온에다 가스 폭발 사고에 노출되어 있었던 군함도 탄광 최악의 모습을 처음부터 담아낸다. 허리조차 펼 수 없는 비좁은 공간이어서 체구가 작은 어린 소년들이 강제 징용돼 호된 매질과 욕설에 시달리며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는 극한 상황임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연기력 있는 배우들로 구성된 캐스팅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 등으로 블록버스터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큰 그림을 구성하는 인물들의 작은 사연도 놓치지 않는다. 지옥불에 떨어져도 살 것 같은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출신 강옥(황정민)은 함께 공연을 하는 딸 소희(김수안)와 함께 군함도에 끌려오게 된다. 종로파 두목 칠성(소지섭)은 기존의 조선인 관리자와의 힘겨루기로 새로운 관리자가 된다. 성적으로 유린당하는 말년(이정현)은 살아남기 위해 힘겨움을 인내한다. 일본의 패망이 가까워지던 1945년 광복군 소속 요원 무영(송중기)까지 독립운동 인사를 구출하기 위해 군함도에 들어오게 된다. 무영의 탈출 계획을 눈치 챈 강옥은 무영을 도우며 딸과 함께 탈출하고자 하지만, 사건은 점점 커지게 되고 군함도의 조선인 전체가 일본군에 맞서며 대탈주를 시도한다.

같은 전범 국가지만 독일의 경우 일본과는 달리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국가 외교력도 필요하지만, 국민 모두가 ‘군함도’ 같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전 세계에 연결되는 모든 통로에 일본의 만행을 알릴 필요가 있다. ‘군함도’에서 온 힘을 합해 탈출한 조선인들처럼 오늘날 우리도 전투적 의지를 가지고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야 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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