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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감·감금·성폭력·버려짐… 亞 성노예 피해자들 기록

입력 : 2020-07-11 02:00:00 수정 : 2020-07-10 18: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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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홍/글항아리/1만9000원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안세홍/글항아리/1만9000원

 

사진가이면서 오랜 기간 일본군 성노예 실태를 알려온 저자가 지난 25년간 아시아 성노예 피해 여성 21명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 4명, 중국 4명, 인도네시아 5명, 필리핀 4명, 동티모르 4명이며 이 가운데 8명이 인터뷰 후 세상을 떠났다. 저자가 만난 이들은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혹은 시장을 가다가 일본 군인들에게 성폭행당한 뒤 위안소로 끌려갔다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시켜 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성노예가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하루 최소 3명에서 최대 20명의 군인을 받았을 뿐 아니라 땅굴을 파고 빨래를 하며 밥을 하는 생활을 해야 했고 때로는 춤을 추고 민요를 불렀다. 전쟁이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들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결혼을 못 하거나 하더라도 불임의 몸이 돼 자식 없이 홀로 노년을 맞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직 생존한 경우에도 대개 병마와 싸우며 거동조차 불편한 이들은 자신의 기록이 남겨져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가 기록을 시작한 것은 1996년 나눔의 집에서 피해자들을 처음 대면하면서였다. “너희가 부끄러운 거지 우리가 창피한 것이 아니야.” 박두리 피해자의 이 말을 들은 뒤 나눔의 집을 3년 동안 오가며 봉사했다. 3년 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사진으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최선이라 여겨 독립적으로 기록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끌려감, 감금, 성폭력, 버려짐 이 모든 것은 70~8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나라와 나이, 동원 방법과 기간 등의 피해 사례로만 그녀들의 아픔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문제는 아시아태평양전쟁이 야기한 인권 문제로 바라봐야 하기에 저자는 아시아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피해 여성들을 만나왔다. 범아시아적 취재와 조사를 담고 있는 유일한 책이라는 평가다. 저자는 1996년부터 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중국 등 아시아의 성노예 피해 여성 140여명을 만나 그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한국, 미국, 독일 등에서 50차례 이상 사진전을 열었고 2012년 일본 도쿄 니콘살롱에서 개최한 사진전이 니콘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위안부’라는 말은 가해자인 일본 입장에서 미화된 용어로, 이 책에서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부른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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