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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모 앞세우고 中 맞불 훈련… 힘겨루기 격전장 된 남중국해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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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11 19:00:00 수정 : 2020-07-11 20: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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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갈등 악화일로 / 美, 항모 두척 투입 최대 규모 작전 / 전략폭격기 B-52도 통합훈련 참여 / 과거와 달리 훈련 공개… 中에 경고 / 中, 6·25 참전생존자들에 훈장 수여 / ‘미군 물리친 전쟁’ 각인 항전 의지 / 코로나 공백 틈타 동시다발 훈련도 / 양국간 군사소통 채널 사실상 끊겨 / 구축함간 41m 앞 근접 대치하기도 / “우발적 충돌 우려… 위기관리 필요”
미국 해군이 보유한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왼쪽)과 니미츠 항공모함(오른쪽)이 지난 6일 남중국해 해역을 나란히 순항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1. 미 전략폭격기 B-52가 5일(현지시간) 서태평양 괌 미 앤더슨 군사 기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중국해에서 실시된 항공모함 통합훈련에 참여한 뒤 막 기지로 복귀한 것이다. 미 7함대 사령부는 앞서 지난 3일 성명에서 “미 항모 니미츠호(CVN-68)와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남중국해에서 근래 최대 규모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 항모 두 척이 동시 투입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동맹과 파트너에게 동아시아 지역 안보와 안정에 미국이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 “미국이 전방위 대중 봉쇄조치로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6·25 참전 생존자 훈장 수여는 미국에 맞선 중국의 자신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정부가 지난 3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 생존자에게 기념 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은 6·25전쟁을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군을 물리쳐 전 세계에 신중국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도 미국과의 일전 불사의 의지를 보일 때마다 6·25전쟁을 거론한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으로 갈등이 심해지자, 대미 강경파인 샤바오룽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이 최근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은 중국을 물리치지 못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중국 내부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 홍콩보안법,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등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전방위로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남중국해에 항공모함 2척을 급파하면서 동아시아 지정학적 정세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두 달여간 코로나19로 인한 미 군사력 공백을 틈타 남중국해와 대만 및 바시해협 등 인근 지역으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려던 중국의 의도에 제동이 걸렸다.

미 해군이 다시 복귀함에 따라 양국 간 힘겨루기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스춘 중국 남중국해연구원 원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양국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서태평양에 다시 돌아온 美 항모… 대만 주변 바다 美·中 힘겨루기 격전장

미 7함대 사령부가 미 항모 두 척의 남중국해 통합훈련 사실을 공개한 것은 단순한 훈련 공개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군은 과거에 수차례 남중국해 등 인근 지역에 군함을 보내고 군사 훈련을 했지만 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군사적인 의미가 있는 훈련은 오히려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이번에 미군이 훈련을 공개한 것은 정치적·외교적 판단에서다. 미 7함대가 항모 두 척의 통합훈련 사실을 알린 것은 중국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분명하다. 한 군사 전문가는 “통상적 훈련이면 공개를 할 필요가 없다. 훈련사실 공개 자체가 이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 시도에 대한 미군의 강력한 경고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대만 주변 바다는 미국과 중국 간 군사 경쟁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사회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면서 더욱 격해지고 있다. 남중국해는 물론 바시해협과 미야코해협, 동중국해 및 필리핀해까지 점점 확산하고 있는 양상이다. 바시 및 미야코 해협은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을 잇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해상 통로다. 바시해협은 필리핀과 대만 사이에 있고, 미야코해협은 대만과 일본 사이 해협이다. 태평양을 건너와 동북아를 지나 남중국해로 넘어가려면 미야코, 바시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려는 미국으로서는 이 두 해협에 대한 차단이 필수적이다. 반대로 미 봉쇄전략을 뚫으려는 중국으로서는 두 해협 선점이 절대적이다. 지난해와 올해 들어 중국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ADIZ)과 일본, 대만 ADIZ를 잇달아 침범한 것도 미 봉쇄선을 무력화하려는 중국군의 시도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에만 중국 군용기가 8차례나 대만 AIDZ에 진입했다. 지난달 22일 중국 공군 훙(轟)6 폭격기와 젠(殲)10 전투기가 대만 ADIZ에 진입했고, 대만 전투기가 긴급 대응에 나서는 등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중국군은 미 항모 전대가 발이 묶인 상황에서 지난 4월 중국 1호 항모인 랴오닝함 전대를 미야코해협으로 보내 해상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미국 태평양에 배치한 항공모함들이 코로나 때문에 항구에 발이 묶인 가운데 랴오닝함과 미사일 구축함 등으로 구성된 중국 항공모함 전단이 대만 일대에서 해상 훈련을 했다. 이 항모 전단은 미군이 보란 듯이 미야코해협을 거쳐, 바시해협으로 이동해 해상훈련을 잇달아 벌였다.

중국군의 이런 도발에 미국의 대응도 격해지고 있다. 미군은 양국 간 갈등이 계속 커지면서 중국 인근 지역에서의 군사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미 공군기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대만과 서해 등에서 모두 40차례 이상의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무려 4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4월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최신형 강습상륙함인 중형 항공모함급 아메리카함을 남중국해에 투입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두 척의 항모 전단도 투입했다.

 

◆中, 일전 불사 의지… 미 겨냥 세 곳 동시 훈련 치르며 경고

중국도 필사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미 군사력 공백이 영향력 확대의 적기라고 판단한 듯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ADIZ 설정을 추진하고, 파라셀과 스프래틀리 제도를 관할하는 행정구역도 추가로 설치했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실효적 지배를 굳히는 조치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

미 언론 등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까지 미군이 태평양에 배치한 항공모함 4척에서 모두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서 작전을 중지하고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스벨트함은 괌, 로널드 레이건함은 일본 요코스카항, 니미츠함, 칼 빈슨함은 미 본토 해군기지에 정박 중이다. 미 해군 전력이 급속하게 약해지면서 태평양 미군 배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9일 중국군이 남중국해와 대만 인근 해협, 그리고 중·인도 국경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군이 동시 군사 작전을 통해 이들 지역에서 고도의 전투태세를 유지할 능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가 이처럼 중국군 군사 훈련을 공개한 것도 최근 중국 주변 지역 군사 충돌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특히 남중국해와 대만을 놓고 미군과의 군사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군의 의도가 현실화하는 것에 대한 내부 우려를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자칫 중국의 영향력 확대 시도가 역풍으로 좌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항공모함 USS 니미츠

◆美·中 수백 개 소통 채널 '유명무실'… “軍 충돌 위험 커져”

양국 군 간 충돌 위험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중국 군용기가 대만 인근 공역에서 공중 급유 중이던 미군 공중급유기와 P3-C 대잠 초계기에 가까이 접근하는 도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었다는 대만 언론 도보가 있었다. 양국 정부 모두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일 경우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양국 군함에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 중이던 미 구축함 디케이티호는 남중국해 내 게이븐 암초 인근에서 중국 구축함 란저우호와 41m 앞까지 근접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수천톤의 군함이 수십 미터 앞까지 근접 접근했다는 것은 충돌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으로 번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군사소통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17년 이후 양국 군 간 회담이 없었다. 이는 2018년 미 국방부가 다국적 해군이 참가하는 연합해군 훈련인 환태평양(RIMPAC·림팩) 훈련에 중국 초청을 취소한 것이 양국 간 군사갈등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주펑 난징대 교수는 “현 메커니즘은 모든 대치를 통제하기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기관리를 위해 더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에서 양국 군 대치는 우발적이라기보다는 다소 의도적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의도적 대치를 관리하는 데는 안전한 작전뿐 아니라 정치·전략적 신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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