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日 한국인 입국규제 연장… 일각서는 “다시 왔으면..”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20-07-01 14:56:11 수정 : 2020-07-02 12:18: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대규모 불매운동 1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서 아쉬움을 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일부 정치인과 기업가들은 한국의 불매운동을 ‘냄비근성’이라고 비하하며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불매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초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한일 양국을 오가는 길이 끊겨 한국(인)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던 평범한 일본 시민들은 “하루빨리 왕래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일본 매체를 통해 전했다.

 

반면 아베 정권은 지난 30일 한국에 대한 입국 규제를 연장하며 서민들의 목소리와 동떨어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주제의 영상 캡처. 유튜브

◆日정부 한국 입국 규제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입국 규제 조치를 오는 7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인에 대한 입국 규제와  단기 체류자에 대한 비자 면제 제도의 효력을 정지하고 ‘90일 비자 면제’도 계속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위축된 자국 내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인, 유학생, 관광객 순으로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베트남·태국·호주·뉴질랜드 등 4개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1일 아사히신문은 2차 협상 대상 국가로 한국과 중국·대만을 꼽았다.

한국 상인과 수십년간 교류해온 쥰코 씨는 “2008년 리먼 쇼크로 엔화가 비쌀 때도 한국 상인들의 발길은 멈추지 않았다”며 “지금처럼 발길이 뚝 끊겨버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마이니치신문

◆수십년간 한국·한국인과 교류한 日시민들 “돌아왔으면..”

 

아베 정부의 입국 규제 조치는 한국과 교류로 생계를 이어온 평범한 일본 시민들에겐 불만이다.

 

한국의 입국규제 연장이 확정된 날 마이니치신문 한국 보따리상(이하 상인)과 근 반 세기간 교류하며 생업을 이어간 일본 시모노세키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시모노세키시는 야마구치현의 항구도시로 부산을 연결하는 연락선이 오가는 곳이다.

 

페리는 상인들이 저렴한 비용을 이유로 많이 이용했는데 코로나19 여파에 더해 입국 규제가 시행되면서 현재 상인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이다.

 

신문과 현지 지역 주민에 따르면 이러한 민간교류는 약 1970년대부터 시작돼 입국 규제 시행 전인 지난 2월까지 계속됐다.

 

신문은 “시모노세키의 한국 보따리상인들은 지역에선 유명한 ‘아저씨’, ‘아줌마’들”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이 길게는 수십여 년간 지역 상인들과 교류하며 물건을 팔고 사는 활동을 해 마치 이웃 마을 주민과 같은 인식이 자리 잡았다.

 

또 지역에는 재일 한국인과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도 많아 다른 곳에 비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좋은 편에 속한다.

 

한국 상인들의 좋은 이미지는 오랜 교류를 이어온 탓도 있지만 지역 주민은 “한국 상인들은 정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긴 시간 교류하며 친분이 쌓인 거로 보인다.

 

과거 시모노세키항 국제 터미널은 한국 상인들의 짐을 오르고 내리는 모습이 일상적인 모습이었지만 3월 초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여객 수송이 중단되면서 매일 약 20여명이 찾던 항구는 싸늘한 적막감만이 돌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처음 한국 상인들은 소형 가전기기를 구매해 한국에 팔았다. 하지만 한국의 눈부신 경제·기술의 발전 후 일본 가전제품이 예전처럼 팔리지 않자 최근에는 고추, 우동(분말), 조미료 등의 생필품을 주로 매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일 한국인 상점이 모여 있는 시모노세키 다케자키초 나가토 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오하라 쥰코 씨(65)는 아침저녁으로 30~40kg에 달하는 상인들의 짐 옮기기를 도왔다. 이에 주변에 더 저렴한 상점이 있었지만 한국 상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 상인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대량의 재고를 떠안게 됐고 이 중 일부는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하는 등 큰 손실을 입었다. 사정은 시장에서 한국 상인들과 거래를 이어온 다른 상인들도 비슷하다.

적막이 흐르는 일본 시모노세키항. 마이니치신문

쥰코씨는 “2008년 리먼 쇼크로 엔화가 비쌀 때도 한국 상인들의 발길은 멈추지 않았다”며 “지금처럼 발길이 뚝 끊겨버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코로나가 종식돼 다시 상인과 관광객이 왕래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아저씨, 아줌마’(상인)들의 안부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전체 관광객 중 한국 여행객이 80%에 달하던 쓰시마섬에 ‘한국인을 환영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커뮤니티 캡처

◆전체 관광객 중 한국 여행객이 80%였던 쓰시마섬도 큰 타격

 

그런가 하면 전체 관광객 중 한국 여행객이 80%에 달했던 쓰시마섬도 큰 타격을 입었다.

 

수출규제 이후 쓰시마섬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90% 줄은데 이어 입국 금지 조치로 손님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30일 KBS 보도에 따르면 한때 40여명이 줄을 서 기다리던 라면 가게는 한국어 메뉴판에 김치 라면까지 개발할 정도로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가게를 운영하는 하시모토 씨는 “많을 때는 40명이 줄을 섰다”면서 “(지금은) 0명이다. 1년이 지났는데 빚만 남았다. 빚을 지면 문을 닫을 처지”라고 실상을 전했다.

 

섬의 소규모 민박들도 한계 상황이다. 투숙객 이름으로 가득 찼던 숙박부는 텅 비었고 완공되자마자 문 한번 열어보지 못한 채 매물로 나온 호텔도 있다고 전해졌다.

 

일주일에 25편 넘던 여객선이 모두 끊겼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관광객을 이송한 버스, 렌터카 업체 등 관광업으로 생계를 이어온 평범한 시민들에게 연쇄적인 타격이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하루아침에 한국인 관광객이 모두 사라지자 주민들의 원망은 정부를 향하고 있다.

 

쓰시마섬의 한 주민은 “TV를 보면 역시 아베 총리가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그렇게 얘기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지난 1년간 방일 한국인은 220만명에 달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은 2번째로 많은 중요한 나라였지만 불매운동 후 방일 관객은 무려 70% 넘게 줄고 입국 규제 후 일본을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에서 비롯된 문제가 정치적 한일 관계 냉각을 부르고 평범한 서민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안타까운 모습이 지금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