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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중단하면 '문제아'?… 두 번 우는 '학교 밖 청소년'

입력 : 2020-06-29 06:00:00 수정 : 2020-06-28 22: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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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40만명… 해마다 증가세 / 40% “선입견·무시 힘들다” 호소 / 사회·제도적 권리도 침해 받아 / 1인 지원예산 공교육 5.4% 수준 / 학생증 없다고 교통비 더 내기도 / “청소년증 일원화… 낙인 없애야”

#1. “‘이웃에 사는 9살 아이 부모입니다. OO 살인사건 아시죠? 자퇴생이 저지른 일이라던데. 늘 불안합니다.’ 누군가 우리 집 앞에 붙이고 간 포스트잇을 읽고 혼자 엉엉 울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 연관된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저를 범죄자 취급하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힘듭니다.”

#2. “저는 주기적으로 헌혈하고 있습니다. 헌혈의 집에서 4회 헌혈을 하면 표창장을 지급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하니 학생만 대상이라며 표창장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이 매년 늘어나 40여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주위의 차가운 시선 속에 사회·제도적 권리까지 침해받는 이들이 적잖다. 학교 밖 청소년을 ‘문제아’ 취급부터 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28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수는 지난해 기준 38만9177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청소년 인구 중 학교 밖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추세다. 인구절벽 현상으로 청소년 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에 반해 학업중단 청소년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관은 “학교 밖 청소년을 추산하는 공식적인 수식은 존재하지 않다”면서 “이 수치는 학령기 청소년 인구(7∼18세)에서 초·중·고등학교 재학생을 제외한 숫자에 학업중단 학생 수를 더하고, 학업중단 학생 중 질병 및 해외유학·출국자를 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학 후 복귀자, 중도입국 청소년 등을 고려하면 그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부딪치는 가장 큰 벽은 사회적 편견이다. 여성가족부의 ‘2018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10명 중 4명(39.5%)은 학교를 그만둔 뒤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사람들의 선입견, 편견, 무시’를 꼽았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이 같은 인식 부족은 이들이 청소년으로서 누려야 할 사회·제도적 권리침해로까지 이어진다. 교육비 등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가부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연 1000여만원(2015년 기준)인 데 반해 학교 밖 청소년 1인당 지원 예산은 연 54만여원(2018년 기준)으로 공교육 대비 5.4%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를 보면 학교 밖 청소년의 60.6%가 검정고시나 대학입시 공부 등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A양은 “학교에 다닐 땐 다양한 장학금을 받았는데 자퇴 후에는 지원대상이 학생으로 제한돼 장학금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됐다”면서 “학교를 그만뒀지만 학업을 그만둔 것이 아닌데도 대상이 안 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생증이 없어 버스 승차나 영화·공연 관람 시 요금을 더 많이 내거나 각종 공모전 참가 자격을 제한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밖 청소년과 학생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청소년’으로 생각하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영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는 “여전히 학교 밖 청소년은 비행 청소년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면서 “학생증을 없애고 전부 청소년증으로 일원화하는 등 ‘낙인효과’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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