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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6·25 참전국과 ‘좋은 이웃’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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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23 22:28:19 수정 : 2020-06-23 22: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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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한국에 도움의 손 내민 나라들 / 이젠 코로나 긴급지원 등으로 보은해야

아프리카 유일의 6·25전쟁 지상군 파견국, 6·25전쟁 당시 단 한 명의 포로도 없었던 나라. 바로 필자가 현재 거주하는 에티오피아를 가리키는 내용이다.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지속적인 외세의 침공을 받으며 국제사회 내 집단안보의 필요성을 실감했고, 6·25전쟁 당시 자신의 친위부대 6037명을 한국에 파견해 지원했다.

에티오피아는 솔로몬의 후예가 세운 나라로, 3000년의 긴 역사와 ‘암하릭’이라는 자체 문자와 언어를 가지고 있다. 1년이 13개월인 달력을 사용하며, 오전 6시(한국 기준)를 0시로 보는 등 국제기준과 다른 시간을 공유한다. 이처럼 자국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나, 어른을 공경하고 서로 돕는 것을 장려하는 문화는 우리 문화와 유사해 때때로 친근함을 느끼기도 한다.

장성계 굿네이버스 에티오피아 대표

그렇다면, 에티오피아 국민들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개 매우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국적을 밝히면, 금세 얼굴이 밝아지고 한국을 좋은 나라로 이야기한다. 조금 더 정보 접근성이 좋은 사람들은 한국의 높은 기술력과 모범적인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치켜세우기도 한다.

지난 4월, 에티오피아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비상조치를 5개월간 선포하고 국경 통제, 모임 및 이동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실시해 왔다. 그러나 최근 1일 확진자 수가 갑자기 190명에 달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수도 중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마스크 물량과 예방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나 기본적 마스크 착용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1∼2주 사이에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미착용한 사람 수천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국민들의 생계도 시급하다. 굿네이버스 에티오피아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하고 대부분 수입이 불안정한 일용직에 근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국민들의 생계를 우려해 국가 비상조치 사항에 고용계약 종료 금지, 세입자 퇴출 및 임차료 인상 금지, 식품 및 생필품 가격 안정에 대한 조항을 넣었다.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도 ‘Each one, Feed one’운동을 선포하고 ‘경제 상황이 양호한 한 가정이 소득 없는 한 가정을 지원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전개했다.

현재와 같은 국가비상사태에서 국제구호개발사업을 예전처럼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통신 환경이 좋지 않아 사실상 재택근무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굿네이버스 에티오피아는 긴급구호 현장 최전선에서 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지역사회 40곳에 물탱크를 설치하고 기본 교육을 실시했으며, 차량 이동 스피커를 통한 인식 향상 활동을 진행했다. 더불어, 손 소독제·비누·알코올 등 기본 위생용품을 배분했고 지역 보건소 및 병원에 마스크 등 핵심 방역물품을 지원했다.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는 식료품도 전달하고 있다.

현재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아동의 가정 학습이 가능하도록 기존에 운영하던 교육시설을 통해 오프라인 교육 자료를 지원하고 있다. 현장에 남아서 활동하는 NGO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굿네이버스의 긴급구호 활동은 지역 주민과 각 해당 정부 파트너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함께 6·25전쟁 참전국인 태국, 필리핀을 비롯해 39개 해외사업국에서도 굿네이버스의 긴급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국가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지난 전쟁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나눔의 역사를 그려가고 있다.

지금의 위기가 언제 종결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전 세계 곳곳에서 개인·집단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의 민낯을 쉽게 보게 된다. 그러나 함께 살아야 하는 지구촌이 아니던가? 우리 모두 각자 선 자리에서 한 사람을 귀히 여기고 서로 돕는 슬기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70년 전 한국에 먼저 손을 내밀었던 참전국을 기억하고 서로 ‘좋은 이웃’이 되어준다면 우리에게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장성계 굿네이버스 에티오피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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