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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잃어버려 집주인의 폭행에 사망…파키스탄 8세 가정부의 비극 [김동환의 월드줌人]

입력 : 2020-06-06 21:00:00 수정 : 2020-06-06 17: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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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가정집에서 8세 가정부 폭행당해 숨져…주인의 앵무새 잃어버려 발생한 비극
집안일을 하던 중 앵무새를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집주인에게 폭행당해 숨진 파키스탄 8세 소녀 가정부를 추모하고자 누군가 만든 이미지. 트위터 캡처

 

가사도우미로 채용된 파키스탄의 8세 소녀가 집주인이 키우던 앵무새 한 마리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폭행당해 숨진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앵무새 한 마리의 값보다 소녀의 목숨을 하찮게 여긴 일이 벌어지고 만 거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동부 라왈핀디의 한 가정집 도우미인 조흐라 샤(8)가 지난달 31일 집 주인에게 얼굴과 손, 갈비뼈 등을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집안일과 주인의 아이를 돌보는 대가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조흐라는 넉 달 전쯤 고용됐으며, 사건 당일 새장을 건드렸다가 주인이 키우던 앵무새 네 마리 중 한 마리가 집 밖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이처럼 비극적인 일을 당했다.

 

집주인은 경찰에 체포됐으며, 초기 수사보고서에는 조흐라의 온몸에서 발견된 상처와 함께 특히 허벅지에도 일부 부상 흔적이 있던 것으로 적혀 성폭행 가능성에도 무게가 쏠린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조흐라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의 글이 '#JusticeForZohraShah(조흐라 샤에게 정의를)' 해시태그와 함께 이어지고 있다. SNS 이용자들은 천국에 간 조흐라의 상상화와 함께 새장을 뒤집어쓴 채 슬픈 표정의 소녀 이미지를 게재해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처럼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파키스탄에 법으로 규정된 고용 가능 최저연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미성년자 하인 고용은 금지되어 있지만, 하층민 자녀를 가사도우미로 부리는 일은 사실상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유엔 파키스탄인권위원회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어린이 노동자수만 전체 인구 2억2000여만명의 약 6% 수준인 1200만명 규모다.

 

2016년에는 파키스탄에서 빗자루를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열 살 가사도우미를 잔혹하게 폭행한 현직 판사와 아내가 검거된 바 있다. 당시 이들 부부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1월 현지 대법원에서 징역 1년으로 감형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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