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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최후카드’에 반격한 檢… “스스로 만든 제도 무시”

입력 : 2020-06-04 19:03:53 수정 : 2020-06-04 20: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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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심의위 요청’에 초강수 /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혐의 적용 / 李 불법 행위 지시 또는 묵인 판단 / 검찰 수뇌부도 동의 일사천리 진행 / 수사기록 방대… 쟁점 많고 사안 복잡 / 영장 발부 여부 심의위에 큰 영향 / 재계 “경영환경에 새 리스크” 우려

수사기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다시 정조준했다. 검찰이 4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 수사는 분수령을 맞았다. 이 부회장이 검찰이 아닌 외부인사로부터 의혹에 대한 판단을 받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를 신청한 사실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지자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갈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검찰, 전격 구속영장 청구 왜?

대검찰청 청사 앞에 게양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구속영장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자본시장법 위반과 외부감사법률 위반이다. 검찰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을 이 부회장이 주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 행위를 지시했거나 최소한 묵인하고 있다고 봤다는 의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면서 “승계작업을 위해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은 제일모직 1주를 삼성물산의 약 3주와 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합병 전 제일모직의 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의 주식은 없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했다. 당장 삼성물산은 저평가, 제일모직은 고평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부회장의 이득을 위해 고의로 삼성물산 주가는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렸다는 것이 검찰의 의심이다. 자본시장법 내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위반 혐의가 이 부분이다.

이번 수사의 실마리가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역시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로 적시됐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릴 수 있도록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무리한 합병 과정상 불거지는 회계장부상 문제를 해소하려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부회장과 같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에게는 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김 전 사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제일모직의 제안으로 추진됐고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구속영장 청구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는 “1년을 넘도록 수사했던 사건인데 29일 이 부회장을 소환한 뒤 일주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한 검찰 내부의 이견이 없었던 것은 물론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진행속도가 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검사도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안 이 부회장 측에서 먼저 수사심의위 카드를 꺼내는 등 다급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3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대면 자리에서 구속영장 청구를 건의했고, 윤 총장이 재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이 재가했다는 건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 “경영환경 악화에 구속영장” 반발

 

재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구속영장이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경영학)는 “불과 수십 시간 전에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를 통한 판단을 요청했는데, 검찰은 서둘러 구속영장부터 청구했다”며 “검찰 스스로가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구속영장이 받아지면 사실상 수사심의위가 필요 없어진다는 것이다. 조명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도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적법성과 당위성을 알기 어렵다”며 “이 부회장에게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구속수사가 필요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를 국민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법원에 쏠린다.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서울중앙지법은 우선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방대한 기록을 검토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당초 이날 오전 11시까지 구속영장 기록을 법원에 넘길 예정이었지만, 한 시간가량 더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여권의 수사기록을 트럭을 통해 옮기면서 시간이 더 걸렸다.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입장하는 이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법원 판단에 대한 예상은 엇갈린다. 그만큼 쟁점이 많고, 복잡한 사건이라는 의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 내렸고 수사에서 내부문건도 많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며 구속영장 채택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반면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이 사건은 옳고 그름이 분명하지 않다”며 “재판에 가서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다. 다툼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라며 기각 가능성을 높게 봤다.

법원의 판단 결과는 수사심의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발부되면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심의위에서 검찰의 수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

 

이도형·정필재·권구성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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