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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애 극복’ 애니 글렌, 100세에 코로나로 타계

입력 : 2020-05-23 13:19:31 수정 : 2020-05-23 13: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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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상원의원 지낸 존 글렌의 부인 / 말 더듬는 장애 이겨내고 유명 강연자 돼

미국에서 우주비행사와 상원의원을 지낸 유력 인사 존 글렌(1921∼2016)의 부인 애니 글렌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처음엔 그냥 유명인의 아내였던 애니 글렌은 선천적 언어장애를 극복하고 뛰어난 강연자가 된 ‘인간승리’의 주역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각계 명사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함께했을 당시의 존 글렌과 애니 글렌 부부. 트위터 캡처

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존 글렌은 1962년 미국인 최초로 우주비행선을 타고 우주 공간으로 나가 지구를 3바퀴 돈 인물이다. 원래 해군 조종사였던 존 글렌은 1964년 대령을 끝으로 퇴역한 뒤 정계에 진출, 1974년부터 1999년까지 25년간 연방 상원의원(민주당, 오하이오)을 지냈다. 미국에서 가장 선망받는 직업인 우주비행사 출신 정치인이란 점에서 생전에 미국인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존 글렌과 어린 시절 소꿉놀이 친구로 자라 1943년 결혼에 골인한 여성이 애니 글렌이다. 선천적으로 말을 더듬었던 애니 글렌은 주변 사람들이 그의 말을 20% 정도밖에 알아듣지 못할 만큼 장애가 심했다. 그래서 남편이 유명인이 된 뒤에도 공식석상에는 가급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존 글렌이 정치활동을 본격화하고 상원의원에까지 당선되면서 애니 글렌도 더 이상 집에 숨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1970년대 초반 전문기관에서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그는 결국 말을 더듬는 장애를 극복해냈다. 그때까지 언어장애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전화 걸기, 전철 티켓 구입하기, 쇼핑 등이 모두 가능해졌다. 부부 사이에 대화도 늘어 남편에게 “몇 년 동안 말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양말은 제대로 주워놓으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이를 들은 존 글렌이 오히려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몰랐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우주비행사를 기리는 행사에 참석해 환영을 받는 존 글렌고 애니 글렌 부부. 트위터 캡처

의사소통이 원활해진 애니 글렌은 이후 언어장애 경험과 어려움에 대해 연설을 하는 등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 미 국립보건원(NIH)의 청각장애와 의사소통 장애 자문위원회 구성원이 돼 장애인 인식 개선, 그리고 장애 극복 노력에 큰 기여를 했다. 그는 1993년 의사소통 장애에 관한 정부 표창을 받았다. 의사소통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위업을 달성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만들어져 그의 이름을 딴 ‘애니글렌상’이 되었다.

 

73년간 부부로 지낸 존 글렌과 애니 글렌은 1남1녀를 뒀다. 남편을 지난 2016년 먼저 떠나보내고 올해 100세가 된 애니 글렌은 노환으로 요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숨졌다. 병원 측은 “코로나19 감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애니 글렌의 타계 소식을 접하고 SNS에 올린 글에서 “애니 글렌의 용기는 그의 전생애에 걸쳐 수많은 미국인들을 고무시켰다”며 “특히 그의 친절하고 연민이 어린 목소리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한테 큰 위안을 줬다”고 적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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