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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와 함께한 29년의 아침… 이젠 식구 같은 편안함 느껴요”

입력 : 2020-05-19 23:00:00 수정 : 2020-05-19 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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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아침마당’ 20일 방송 29주년 / 김재원·이정민, 2018년부터 호흡 맞춰 / 안정감에 생기 더해 뀨준한 사랑 받아 / 출연자 인생이야기 잘 듣는 자세 중요 / 시청자 대신 질문하는 보조 역할 생각 / 가끔 “생방송이냐” 묻는 사람들 있어 / 방송중 일부러 “생방송입니다” 하기도

시청자들과 29년간 아침을 함께한 프로그램이 있다. 20일 방송 29주년을 맞는 KBS1 ‘아침마당’이 그 주인공이다. ‘전국노래자랑’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가요무대’의 뒤를 잇는 KBS 장수 프로그램이다.

진행자 김재원(53) 아나운서와 이정민(40) 아나운서는 2018년부터 호흡을 맞춰 왔다. 김 아나운서의 안정감 있는 진행에 이 아나운서 특유의 생기가 더해지며 프로그램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시청자들을 식구라고 불렀다.

“아침마당은 시청자 여러분들의 식구라 생각합니다. 30년을 바라볼 수 있게 한결같이 아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김재원)

“아침이면 늘 아침마당을 보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어요. 식구 같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해요. 진행한 지 햇수로 3년밖에 안 됐지만 발을 담글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이정민)

20일 방송 29주년을 맞는 KBS1 ‘아침마당’ 터줏대감 김재원 아나운서(왼쪽)와 안방마님 이정민 아나운서. 이들은 “아침마당은 일상이고 시청자들은 식구”라며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모두를 배려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들에게도 아침마당은 일상이다. 이 아나운서는 “일상을 아침마당에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월∼목요일 저녁 약속은 잡지 않는다.

김 아나운서는 “아침마당이 아침 일상이 돼 행복하다”며 “‘하늘의 옷은 꿰맨 자국이 없다’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의 마음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아나운서는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닌 질문 잘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아침마당 진행자 역할이 그렇습니다. 시청자 마음을 질문으로 표현해 출연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원활히 전달할 수 있게 돕는 들러리 역할이라 생각해요. 장미꽃이 될 생각이 전혀 없고 안개꽃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생각입니다.”

이 아나운서는 “출연자의 인생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며 “경청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버려진 종이로 작품을 만드는 새활용(upcycling·업사이클링) 작가 정현철, 흡연 학생들을 위해 금연송을 만들어 부른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을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 꼽았다.

아침마당의 장수 비결은 결국 사람에 있다. 김 아나운서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프로그램이기에 한결같이 사랑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면서 “사실 아침마당 힘은 시청자들과의 가교 역할을 해주는 방청객 어머니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아나운서는 “‘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수신료로 만들었습니다’란 방송 말미 자막처럼 가장 공영방송다운 KBS의 착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주변 이웃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면서도 모두를 배려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명절에 오프닝 멘트로 ‘가족들과 맛있는 것 먹고, 손주들 재롱 봐서 얼마나 좋으세요’ 해도 무리 없는데 그렇게만 하지 않아요. 가족이 없는 분, 결혼 안 한 자식을 둔 분들도 있잖아요.”

생방송이다 보니 시간과의 싸움이다. 방송 시간은 평균 65분. 그날그날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이 조금씩 다르다. 이 아나운서는 “말하지 않을 때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출연자들 말을 들으며 시간을 생각하고, 주제를 놓치지 않으면서 리액션을 하고 PD 주문도 들어야 하죠. 출연진 성향, 컨디션도 미리 파악해야 해요. 처음 나오는 일반인이면 긴장을 풀어 줘야 하거든요. 시사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어요. 동떨어진 말을 하면 안 되니까요. 주말에 코로나19 상황이 안 좋아졌으면 월요일엔 ‘마음이 무거우셨죠’란 말을 해야 되죠. 가끔 생방송이냐 묻는 분들이 있어 방송 중 일부러 자꾸 ‘오늘도 생방송입니다’, ‘오늘도 생방송으로 함께합니다’고 해요(웃음).”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다. 이 아나운서는 “요즘 아침마당이 젊어졌다, 달라졌다는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면서 “방송 준비를 위한 회의가 진짜 재밌다”고 귀띔했다. “포맷, 제작진이 요일별로 다 달라요. 방송이 끝나고 다음 날 방송을 위해 한 시간 반 정도 회의하는데 섭외 뒷이야기, 방송 리뷰 등이 오갑니다. 이 회의를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거나 페이스북 라이브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죠.”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김 아나운서는 “태생적으로 밝고 눈물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 아나운서는 “입사 이래 생방송만 해 온 베테랑에 즉흥적인 저와 달리 꼼꼼하고 철두철미하다”며 “시간을 타이트하게 조절해 나가시니 어떻게 보면 전 그 안에서 부담 없이 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따로 했지만 답변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기하게도 같았다. 앞으로의 계획도 “없다”고 했다. 다만 김 아나운서는 “누군가 그림을 그리길 바라며 도화지와 크레파스를 준비해 놓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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