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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사회적 거리두기와 심리적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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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16 22:14:21 수정 : 2020-04-16 22: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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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 ‘심리적 경계’ 정신 건강의 기본 / ‘따로 또 같이’ 느낌으로 사는 가족이 건강

“사회적으로는 거리 두고, 심리적으로는 더 가깝게”

요즘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응원 문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랫동안 강조하다 보니, 이제는 그 의미를 누구나 알게 되었다. 타인과 2미터 이상 거리두기부터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와 외출 자제까지. 물리적 거리두기가 더 적확한 표현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를 쓰다 보니 심리적으로 고립되지 않을까 걱정한 탓에 마음의 거리를 좁히라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단절감은 암으로 인한 통증과 맞먹는 심리적 괴로움을 일으킨다.

하지만 심리적 거리를 무조건 좁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심리적 경계는 정신 건강의 기본이다. 상대의 의사를 무시한 채 너무 근접해 올 때 인간관계 문제가 생긴다. 심리적 경계란 사람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 공간, 개인적 권리와 책임에 대한 한 사람의 고유한 감각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다. 대화 중에 상대의 내밀한 심리와 개인사에 대해 지나치게 깊게 파고드는 이를 ‘클로즈 토커’(close talker)라 부른다. 타인의 정체성을 지켜주려는 세심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후유증인지 가족 갈등이 잦아지고, 가정폭력까지 증가했다는 보도가 들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상황에서 “과도한 함께 있음 (Too much togetherness)”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아무리 친해도 명절 연휴 기간 동안 큰집에 친척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으면 별것 아닌 일로 싸우게 되기 십상인데, 이것도 사람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탓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생한 가족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식구 사이에도 적절한 거리를 둬야 한다.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이자 코미디언인 엘린 드제너러스가 미셸 오바마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나도 계속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오바마 (전)대통령은 지금 뭘 하고 있느냐”고 엘린이 물었더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집 안에 머물러 있는 남편 오바마를 두고 미셸은 “그 양반이 지금 어디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마치 부부 사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들려 웃음을 줬다.

부모와 자녀 간에도 마음의 거리가 필요하다. 개학이 미뤄진 자녀에게 “제 때 일어나라. 공부해라”는 잔소리도 한두 번이지, 부모가 아이의 행동 일일이 조절하려고 하면 자녀는 자율성을 잃고 자기 조절력을 키울 수 없다. 옳은 말이라도 강요하면 반발심을 일으킨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느끼면 외부 지시에 반하는 행동을 더 하게 된다. 엄마가 “게임하지 마라”고 계속 야단할수록 아이는 게임에 대한 욕구를 더 느낀다. ‘심리적 역반응’(psychological reactance)이 생기는 것이다.

별다른 대화가 없더라도 같이 있기만 해도 편안함을 느끼는 관계가 별 탈 없이 오래간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끊임없이 서로를 그리워할 수 있도록 연인 사이에도 약간의 거리가 필요하다. ‘따로 또 같이’의 느낌으로 사는 가족이 건강하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도 이렇게 쓰여 있지 않는가. “그러나 함께 있되 그대들 사이에 공간이 있도록 하십시오.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하십시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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