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6일 코로나19 정부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적용하고 있는 14일간 대기 조치를 당초 이달 말에서 다음달 30일까지 한 달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한·일 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인에 대한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 정지, 기발급 비자 효력 중단 등 다른 입국제한 조치도 내달 말까지 한 달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의 코로나19 감염자 증가 및 외국에서 감염자가 유입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여러 제한조치 적용 기한을 연장한다는 취지로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연기 후 일본 도쿄의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면서 수도권 봉쇄가 거론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만연 우려가 크다는 전문가위원회 보고서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지시로 코로나19 특별조치법에 근거한 정부대책본부가 설치되고 첫 회의가 열렸다. 대책본부가 설치되면서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외출 제한, 휴교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은 올림픽 연기 결정 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도쿄에서는 전날(25일) 가장 많은 41명이 감염된 데 이어 이날도 47명(오후 9시 현재)의 확진자가 발생해 기록을 경신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전날 긴급기자회견에서 “오버슈트(Overshoot·감염자의 폭발적 증가) 우려가 더욱 커졌다”며 평일 재택근무·야간 외출 자숙·주말 불요불급한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수도권인 지바, 사이타마, 가나가와, 야마나시 4개 현도 이날 주말 도쿄행 외출을 자제하도록 주민에게 요청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고이케 지사에 대해 “(도쿄도는) 올림픽 실현을 위해 감염자 수를 적게 보이게 하고, 코로나19를 억제하고 있는 것처럼 (대외적으로) 엄격한 요청을 피해왔다”며 “(올림픽 연기가) 결정되자마자 이 퍼포먼스”라고 그동안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했다.
위기 고조로 사재기 현상도 확산하고 있다. 이날 찾은 도쿄 신주쿠의 한 대형 마트 계산대에는 카트나 바구니에 물건을 가득 담은 고객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휴지 사재기 때 품귀 현상을 보였던 종이류는 물론 라면, 쌀, 우유, 야채 판매대가 텅텅 비었다. 40대 한국인 여성은 “어제(25일) 저녁 고이케 지사의 회견 후 사람들이 마트에 몰려 물건을 무더기로 사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초대형 태풍이나 이번에 휴지 사재기 때와 비교할 때 공포감이 4∼5배는 커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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