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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가짜뉴스’도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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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26 23:21:24 수정 : 2020-02-26 23: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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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허위정보 생산·유포… 일회성 단속 아닌 엄단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한국을 찾은 우한 교민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아산·진천 주민들,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기꺼이 대구를 찾은 의사·간호사. 이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인들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이들의 ‘온정’과 ‘헌신’이 국민들에게는 ‘희망’이 된다.

모두가 합심해 국난극복을 해야 하는 이 마당에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못난이들도 있다. ‘가짜 뉴스’ 생산자들이 대표적이다.

엄형준 사회부 차장

최근 울산에선 중국 우한에 거주하던 30대 여성이 명절을 맞아 친정에 방문했다가 발열 증상이 있어, 울산대병원으로 이송·격리됐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한 40대가 체포됐다. 중국을 경유해 들어온 여성이 전남지역 보건소에 격리됐다는 허위정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재미 삼아” 올린 철없는 10대도 경찰에 붙잡혔다.

왜 이런 가짜메시지를 만들고, 사람들은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퍼뜨리는 것일까. 박지영씨가 쓴 ‘유쾌한 심리학’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들은 모호하고 불확실하면 긴장하고 불안한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모호한 사건이나 환경에 대해 어떤 의미나 설명을 찾으려 하고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때 유언비어가 불안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이렇게 듣게 된 메시지를 친한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사람들은 은밀한 소문을 나누며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이런 정보를 갖고 있는 ‘내가 너보다 낫다’는 우월함을 만끽하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사람들은 누군가를 이웃처럼 느끼는 경향이 있고, 여기엔 익명성도 한몫한다. 일반적으로 메시지는 누가 언급했느냐에 따라 공신력에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화자의 존재는 희미해지고 종국에는 메시지만 남는다. 언론학이나 심리학에서 언급되는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다. 특히 구전과 달리 온라인은 확산속도가 훨씬 빠르고, 첫 메시지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더 쉽게 잊혀질 수 있다.

이렇게 퍼진 소문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거짓을 진실로 믿는 ‘오류적 진실 효과’(Illusory Truth Effect)가 발생한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바이러스는 공포스럽고 거짓말은 위력적이다.

가짜뉴스의 위험성은 이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의 유통 경로가 됐다는 논란이 일었고, 유럽은 러시아가 가짜뉴스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온라인 소통이 민주화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진실의 메시지는 은폐와 위선을 막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백신’이다. 그러나 온라인에는 가짜뉴스라는 ‘바이러스’가 기생하고, 어느 정도 퍼져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사정당국은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가 확산되자 집중 단속에 나섰다. 일회성 단속에 그칠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관련이 아니라도 가짜뉴스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정부의 노력만으로 바이러스를 뿌리 뽑기는 쉽지 않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없으면 버틸 수 없다. 마우스를 멈추고 한번 더 생각해보자. 우리가 옮기려는 글은 바이러스인가 백신인가.

 

엄형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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