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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바이러스가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멈춰 세웠다.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의 참석자가 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이 드러나 해당 의원들이 줄줄이 병원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다. 어제 열릴 예정이던 국회 본회의도 연기됐다. 전국 법원에도 휴정을 권고하는 대법원의 긴급 훈령이 떨어졌다. 공연장, 영화관, 백화점을 점령한 바이러스가 국가기관까지 급습한 셈이다.

바이러스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이다. 몸집 크기가 고작 1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바이러스는 생명체 세계에서 불가촉천민에 해당한다. 아직 생명체의 자격증조차 따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인 까닭이다. 생물학적으로도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로 분류된다. 진화와 번식이라는 생물적 특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무생물처럼 물질대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질대사는 흡수한 물질들을 이용해 자신에게 필요한 물질을 합성·분해하는 기초적 생명활동이다. 말하자면 생명체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한 인간이 맨 밑바닥 바이러스의 공포에 벌벌 떨고 있는 것이다.

작은 바이러스를 매머드 사건으로 키운 것은 인간의 교만이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바이러스가 한때 주춤하자 “바이러스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고 호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몰래 힘을 키워 세력을 확장해갔다. 결국 승기를 잡은 쪽은 바이러스였다. 마치 '삼십육계' 병법의 제1계 만천과해(瞞天過海)를 보는 것 같다.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너는’ 만천과해는 적의 눈을 속여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을 일컫는다. 바이러스의 계락과 인간의 아둔함이 놀라울 뿐이다.

비결은 역시 삼십육계 병법에 있다. 늦었지만 ‘문을 잠그고 도적을 잡는’ 제22계 관문착적(關門捉賊)의 전략을 구사할 때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으로 오가는 문을 잠가야 한다는 얘기다. 형세가 자못 심각하다. 사람끼리 서로 적대시하는 ‘코리아포비아’, ‘대구포비아’가 곳곳으로 번진다. 그야말로 ‘남의 칼로 사람을 해치는’ 병법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이 아닌가. 바이러스가 ‘만물의 영장’ 인간을 비웃고 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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