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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공산 정권에 생이별…47년 만에 다시 만난 자매 [김동환의 월드줌人]

입력 : 2020-02-24 21:00:00 수정 : 2020-02-24 09: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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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 공산주의 정권에 생이별한 언니와 여동생…47년 만에 다시 만나다

캄보디아를 1975년부터 1979년까지 4년간 집권한 급진 공산주의 ‘크메르 루주(Khmer Rouge)정권’은 반대파 숙청을 이유로 이 기간 전체 인구의 4분의 1수준인 약 200만명을 죽이면서, 20세기 최대 학살 중 하나로 기록이 남아 있다.

 

폴 포트가 주도하던 정권은 캄보디아를 중세시대로 되돌리려 했으며, 도시 출신 인구 수백만명을 농촌 공동농장에서 일하도록 강요했다. 이들의 잔혹한 만행은 1985년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킬링필드’에서도 알려져있다.

 

무고한 국민을 죽인 잔혹한 정권 앞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진 뒤, 서로가 죽었다고만 생각한 채 살아온 캄보디아의 98세·101세 자매가 무려 47년 만에 다시 만난 사연이 공개됐다.

 

캄보디아 급진 공산주의 ‘크메르 루주(Khmer Rouge)정권’의 만행으로 생이별한 분센(98·사진 왼쪽) 할머니와 분체아(101) 할머니가 무려 47년 만에 재회했다. 영국 BBC 캡처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아시아판에 따르면 분센(98) 할머니는 언니 분체아(101) 할머니,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92세 남동생과 최근 재회했다.

 

자매가 서로를 마지막으로 본 건 폴 포트 주도 공산주의자들이 캄보디아를 장악하기 2년 전인 1973년이었다. 당시 많은 가정이 해체됐고, 죄 없는 아이들은 강제로 부모에게서 떨어졌다.

 

이때 남편을 잃은 분센 할머니는 수도 프놈펜 외곽에 있는 스퉁 메안체이 쓰레기장 근처에 정착해 살아왔다. 오랜 세월 쓰레기를 뒤져 재활용품을 팔아 연명하면서도, 가난에 찌든 주변 아이들을 돌봤다. 할머니는 프놈펜에서 동쪽으로 140㎞가량 떨어진 캄퐁 참에 있는 고향 마을을 가는 게 늘 소원이었지만, 많이 늙고 잘 걷지도 못해 그저 이루지 못할 꿈으로 가슴속에 간직해왔다.

 

언니, 남동생과의 기적 같은 재회는 분센 할머니를 2004년부터 후원해온 지역 비정부기구(NGO)의 노력 덕분에 이뤄졌다. 할머니를 고향으로 모셔갈 방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 단체는 분센 할머니의 언니와 남동생이 아직 고향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단체 도움으로 지난주 언니와 남동생을 만난 분센 할머니는 “오래전 고향을 떠나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다”며 “가족들이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언니를 다시 만났다는 건 내게 무척 큰 의미”라며 “남동생이 내 손을 잡자 울고 말았다”고 감정을 되새겼다.

 

2015년 4월, 캄보디아 남부 캄폿 주에 마련된 크메르 루주 정권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여성. EPA=연합뉴스

 

정권의 무력에 남편을 잃은 분체아 할머니는 홀로 슬하에 둔 12남매를 키웠다. 여동생이 언니가 죽었다고 생각한 것처럼, 그도 분센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해왔다. 분체아 할머니는 “폴 포트에 살해된 친척만 13명이었다”며 “여동생도 죽었다고 생각했다. 정말 오랜 세월이었다”고 그동안의 슬픔을 떠올렸다.

 

자매는 잃어버린 세월의 아픔을 함께 지워나갈 예정이다. 이들은 최근에 프놈펜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분체아 할머니는 “우리는 여동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다시 만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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