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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왜 인민전쟁을 계속 강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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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11 16:00:00 수정 : 2020-02-11 15: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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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과의 전쟁을 인민전쟁에 비유/ '신종 코로나' 발병 이래 현장 시찰 처음 / 전면적 중국인민 협조 촉구
시진핑 주석.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는 반드시 감염병과의 인민전쟁, 총력전, 저지전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중앙방송(CCTV)이 11일 보도했다. 시 주석이 전날 베이징시 차오양구에 있는 디탄(地壇) 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시 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발병 이후 병원과 주민센터 등 현장 시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첫 현장 시찰에서 감염병과의 전쟁을 인민전쟁에 비유했다. 인민전쟁은 과거 항일 전쟁과 국공내전 당시 홍군(인민해방군)의 혁명승리를 이끈 마오쩌둥의 전쟁이론 중 하나다. 핵심은 인민의 도움과 지지로 적군을 상대한다는 것이다. 홍군 혁명승리의 역사를 중국인에게 상기시키고, 전면적인 중국민의 협조를 촉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이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고 혁명을 성취했 듯이 감염병과의 전쟁도 반드시 이기자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시 주석은 우한폐렴이 발병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 인민전쟁을 강조했다. 지난 3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지난 6일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의 통화에서, 그리고 그 이튿날인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통화에서도 “우리는 인민전쟁 중”이라고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0일 베이징의 디탄 병원을 방문, 화상 연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입원 환자들의 진료 상황을 점검하며 의료진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시 주석은 지난 3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전염병 진압을 위한 인민전쟁이 시작됐다”고 선언한 뒤 사실상 국가 총동원령을 내렸다. 시 주석은 “당 중앙의 집중적이고 통일적인 영도하에 각 방면이 방역 작업을 힘차게 전개하고 있다”며 “(바둑판처럼) 전국이 통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적인 (차원에서) 물자 및 인력 동원과 배치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민의 자발적인 협조는 필수적이다.

 

또 이어 6일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거국적인 행동과 전국이 전력을 다해 인민전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이튿날인 7일 오전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중국 정부와 인민은 전력으로 싸우고 있다”며 “바이러스를 저지하기 위한 인민전쟁을 시작했다”고 했다. 

오전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 등 축하 행사가 열린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열 차량에 탑승해 톈안먼 광장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시 주석은 왜 이처럼 수차례 인민전쟁을 되풀이해서 강조할까? 중국 공산당은 사실상 농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공산 혁명에 성공했다. 인민 지지를 핵심으로 하는 인민전쟁 이론은 항일전쟁 당시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됐고, 국공내전에서도 국민당군을 이기는 데 핵심적인 기반이 됐다. 

 

중국 공산당은 1930년 11월부터 1934년 3월까지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군의 5차례에 걸친 ‘공산당 토벌전’(초공전)에서 회복 불능의 타격을 받았다. 1934년 10월 16일 본거지였던 장시 소비에트 수도인 루이진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그 후 1935년 10월 서북 산시 예안에 새로운 근거지를 구축할 때 까지 약 1년을 1만km가 넘는 길을 걸어서 행군했다. 처음 장정을 시작했을 때 8만 6000여명의 병사는 일 년 뒤 6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엄밀하게 말해 장정은 국민당군과의 전투에서 패해 도주하는 후퇴의 과정이다. 그러나 장정 중 농촌과 농민을 수탈하지 않는 ‘친 농민 정책’으로 당시 중국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의 지지를 얻게 됐다. 또 가는 곳마다 공산주의 이념을 전파함에 따라 공산 혁명에 농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공산당 간부와 농민대중의 긴밀한 관계가 구축되고 공산 혁명의 기반이 만들어지게 됐다. 마오쩌둥은 평소 “농민은 물이고 군대는 물고기”라고 표현할 만큼 전투 수행 시 근거지와 대중의 지지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10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현장을 방문, 관계자들에게 예방과 통제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고 있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현재는 우한폐렴 발병이 두 달을 넘어가면서 확진자가 4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도 1000명을 돌파하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인들의 불만과 비판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수차례 인민전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과거 절대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고 혁명전쟁을 승리로 반전시킨 승리의 역사를 중국인에게 되돌아보게 하고, 자신이 앞장서서 감염병과의 전쟁을 지휘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보인다. 실제로 지난 3일 시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원회 소집 이후 CCTV 등 방송에서는 시 주석이 직접 방역 활동에 앞장서고, 직접 지시를 한다는 내용을 거듭 강조해서 보내고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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