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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기생충’은 아카데미 상을 받을 수 있을까

입력 : 2020-02-08 14:00:00 수정 : 2020-02-07 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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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영국 영화 TV 예술 아카데미 (BAFTA)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국내에서는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한국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수상 여부가 단연 초미의 관심사다. 작년까진 명칭이 외국어영화상이었던 국제영화상뿐만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에까지 후보로 오르면서 더더욱 관심이 높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래를 예측해 보고싶지만, 며칠 안 남았으니 결과는 기다려보기로 하고, 대신 과거를 좀 살펴볼까 한다. 최근 10년 동안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 다른 부문까지 수상한 경우가 많은지, 또 그 영화들의 북미 지역 흥행 성적은 어땠는지 등등.

 

◇ 아카데미 상복 있었던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은? 

 

2000년도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과 더불어 다른 상까지 받은 영화는 한 편이다. 2019년 수상작인 멕시코 영화 ‘로마’(감독 알폰소 쿠아론, 2018)는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 촬영상을 수상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2015년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폴란드 영화 ‘이다’(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는 촬영상 후보에도 올랐으나 수상하지는 못했고, 2013년 수상작인 오스트리아 영화 ‘아무르’(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작품, 감독, 각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2012년 수상작인 이란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감독 후안 호세 캄파넬라)의 경우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으나 외국어영화상만 수상했다. 

 

그 외 2000년 이후 수상작들은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라 수상했는데,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축하받을 일이다.  

 

◇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의 역대 흥행 순위

 

그렇다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들의 북미 지역 흥행 성적은 어느 정도였을까? 역대 외국어영화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면 쉽게 비교해볼 수 있다.  

 

2019년 수상작인 ‘로마’는 넷플릭스 영화로 북미 지역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았기 때문에 박스오피스 매출은 없다.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2020년 2월 6일 현재, 박스오피스모조닷컴의 역대 외국어영화 박스오피스를 보면, 2018년 ‘판타스틱 우먼’(감독 세바스찬 렐리오)은 260위, 2017년 ‘세일즈 맨’(감독 아쉬가르 파라디)은 206위, 2016년 ‘사울의 아들’(감독 라즐로 네메스)은 301위, 2015년 ‘이다’는 126위, 2014년 ‘그레이트 뷰티’(감독 파올로 소렌티노)는 170위였다. 

 

비록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아카데미 5개부문 후보에 올랐던 2013년 ‘아무르’는 역대 외국어영화들 중 55위를 기록하고 있고, 2012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50위, 2011년 ‘인 어 베러 월드’(감독 수산 비어)는 488위, 2010년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감독 후안 호세 캄파넬라)는 62위를 기록했다. 

 

2020년 2월 2일까지 ‘기생충’은 약 3,330만 달러의 극장 매출을 얻어, 역대 외국어영화 박스오피스 6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들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북미 흥행 성적이다. 최근에 ‘아멜리에’(감독 감독 장 피에르 주네, 2001)를 추월해 역대 6위로 올라섰는데, 5위 ‘판의 미로’(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2006)의 3,760만 달러 매출도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 역대 북미 흥행 외국어영화 중 아카데미 수상작은? 

 

그렇다면 역대 흥행 외국어영화들 중 아카데미 수상작은 많을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대 외국어영화 박스오피스 10위권 영화들 중 2010년 이후 영화는 6위 ‘기생충’과 4위 ‘사랑해 매기’(감독 유지니오 델베즈, 2013) 뿐이라는 점이다. 

 

지난 칼럼에서도 다뤘던 북미 관객들의 자막 장벽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연간 극장 매출 중 외국어영화를 포함한 외국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다 보니, 외국어영화가 흥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현재 기준 역대 북미 흥행 외국어영화 1위는 2000년 영화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다. 약 1억 2,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2위 영화의 두 배 이상의 매출로 1위를 유지 중이다. (영화는 2000년 12월 8일에 북미 개봉되었는데, 2001년 연간 박스오피스 17위를 기록했으니, 외국어영화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짐작할 수 있다.) 역대 외국어영화 2위는 1997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로 약 5,72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3위는 ‘영웅’(감독 장예모, 2002) 약 5,400만 달러, 4위는 ‘사랑해 메기’ 약 4,400만 달러, 5위는 ‘판의 미로’ 약 3,800만 달러 순이다. 

 

역대 흥행 외국어영화들 중에는 아카데미 상복까지 있었던 영화가 꽤 된다. 

 

1위 ‘와호장룡’은 2001년 아카데미 작품, 감독, 촬영, 각색, 미술, 편집, 의상, 음악, 주제가, 외국어영화상 부문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촬영, 음악, 미술, 외국어영화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2위 ‘인생은 아름다워’도 1999년 아카데미 작품, 감독, 각본, 편집, 남우주연, 음악, 외국어영화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 음악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5위 ‘판의 미로’는 아카데미 각본, 촬영, 미술, 음악, 분장,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외국영화상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촬영, 미술, 분장상을 수상했다. 7위 ‘아멜리에’의 경우 아카데미에 외국어영화, 음향, 촬영, 미술, 각본 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못했다. 9위 ‘일 포스티노’(감독 마이클 래드포드, 1994)는 작품, 감독, 각색, 남우주연, 음악상 후보에 올라 음악상을 받았다. 

 

 

◇ 과연 ‘기생충’의 수상 여부는… 

 

과거를 살펴보니 최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들이 다른 부문에서까지 수상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역대 흥행 외국어영화들의 경우에는 수상한 경우가 좀 있었다. 역대 흥행 6위를 기록 중인 ‘기생충’이 과연 이름이 바뀐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게 될지, 더불어 다른 부문에서도 수상하게 될지 기대해 볼만 하다.    

 

수많은 영화제와 시상식에 서열을 매겨 아카데미라는 최고의 시상식에서 상을 받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수상과 연이 없었던 시상식이니 궁금하다는 정도로 정리해보겠다. 더욱이 자막 장벽이 높은 곳에서 개최되는 ‘로컬인 듯 로컬 아닌’ 시상식 결과라서 더 궁금한 거로 해두겠다. 매우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단편다큐멘터리 부문에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도 후보로 올랐다. 수상 결과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 대한 관심도 기대해본다. 더불어 아카데미 시상식을 통해 미처 몰랐던 많은 영화들, 영화인들도 소개받으시길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해당 기사는 외부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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