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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주’ 군견 알리 역 열연한 인명 구조견 ‘인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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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04 16:00:00 수정 : 2020-02-04 13: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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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지도 전담한 김경열 하남애견훈련소장 인터뷰 / 2015년 인명 구조견 국제 대회서 2등…집중력 ‘탁월’ / 김 소장, 1980년대 말 애견 훈련사 길로…“동물 촬영은 거의 최초”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여섯 살 난 독일의 국견 저먼 셰퍼드 종 수컷, ‘인구’입니다.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이성민 아저씨와 호흡을 맞춘 군견 ‘알리’가 바로 저예요. 연기를 너무 잘해 놀라셨다고요? 신인 연기견은 아니랍니다. 2015년 ‘위험한 상견례 2’에도 출연했죠. 전 사실 인명 구조견이에요. 현장에 출동해 실종자를 찾은 적도 있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하남시 하남애견훈련소. 주인인 김경열(52) 소장과 함께 등장한 인구는 의외로 온순했다. 김 소장 뒤를 졸졸 따라다닐 뿐 다른 사람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짖지도 않았다. 김 소장과의 끈끈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경기 하남시 하남애견훈련소에서 김경열 하남애견훈련소 소장과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의 군견 ‘알리’, 인구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남=서상배 선임기자

김 소장은 “인구는 2015년 국제구조견협회(IRO·International Rescue Dog Organization) 월드 챔피언십에서 2등을 한 국제 공인 구조견”이라며 “다른 개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고도의 집중력이 없었다면 알리 역할을 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영화 제작진은 알리 역할에 딱 맞는 셰퍼드를 찾기 위해 전국 곳곳을 뛰어다녔다. 애견 훈련소 수십 곳에 연락해 15곳 정도를 방문했다. 개인 소유 반려견이나 폭발물 탐지견까지 만나 봤다. 시나리오 지문을 두고 일일이 촬영해 모니터링을 거쳐 셰퍼드 세 마리와 마리노이즈 한 마리가 최종 후보에 올랐고, 오디션 끝에 인구가 낙점됐다. 제작진은 “단순히 훈련이 잘된 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촬영을 견딜 수 있는 집중력과 체력, 훈련소와의 교감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촬영장에서 인구의 연기 지도를 전담했다. 연기라기보다는 평소 하는 놀이, 훈련의 일환이었다.

지난달 30일 경기 하남시 하남애견훈련소에서 만난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의 군견 ‘알리’, 인구의 모습. 올해 여섯 살 된 셰퍼드 종 수컷이다. 하남=서상배 선임기자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어요. 인구가 알리 역할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더운 날에 촬영해 걱정했는데 편하게 했습니다. 스튜디오나 야간 촬영이 많았거든요. 제작진도 많이 배려해 줬습니다.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냉동 탑차를 준비해 줬는데 쓸 일은 없었어요. 인구는 에너지가 워낙 넘쳐서 촬영을 더 하고 싶어 했습니다. 피곤하거나 힘들어하는 기색은 없었죠. ‘미스터 주’처럼 동물 비중이 높은 영화의 경우, 겉모습이 똑같은 종의 개들을 대역으로 준비해 놓습니다. 이번에도 두 마리를 준비했는데 대역을 쓰진 않았어요. 인구와 사전 준비도 철저히 했습니다. 현장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아 (시나리오의) 100%가 아닌 130% 정도를 준비해 가야 촬영장에서 막히지 않습니다.”

 

이성민과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했다. 동물을 무서워하던 이성민은 극 중 주태주처럼 인구를 만나 동물 애호가로 변해 갔다.

 

“개가 처음에 어떤 사람과 친해지려면 한 공간에 둘만 있어야 합니다. 개 스스로 그 사람에 대한 확인 작업이 필요하거든요. 인구는 먹는 것보다 공을 좋아하는데, 공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드는 사람이 바뀌면 바로 주인이 바뀝니다. 원래 주인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마음은 바뀌지 않죠.”

지난달 30일 경기 하남시 하남애견훈련소에서 김경열 하남애견훈련소 소장이 오른손에 쥔 노란 공을 떨어뜨리자(왼쪽 사진) 인구는 즉각 몸을 날려 공을 잽싸게 낚아챘다(오른쪽 사진). 하남=서상배 선임기자

김 소장은 애견 훈련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절인 1980년대 말 애견 훈련사 길에 들어섰다. 30년 가까이 경찰견과 군견, 경비견 등을 길러 냈다.

 

동물 촬영 분야에서도 잔뼈가 굵다. 따르릉 하는 소리에 개가 무선 전화기를 입에 물어 주인에게 가져다주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은 1988년 무선 전화기 바텔 TV 광고는 그의 작품이다. 그 뒤 KBS2 드라마 ‘사랑의 굴레’(1989), 영화 ‘땡칠이와 쌍라이트’(1990) 등 다양한 장르의 동물 촬영을 맡았다.

 

김 소장은 “동물 촬영은 (국내에서) 거의 최초라고 보면 된다”면서 “촬영 건수는 연평균 200건 정도 되고, 영화 ‘블라인드’의 중국판 ‘나는 증인이다’ 등 해외 촬영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견공 중에서도 김 소장의 셰퍼드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달 30일 경기 하남시 하남애견훈련소에서 만난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의 군견 ‘알리’, 인구의 모습. 올해 여섯 살 된 셰퍼드 종 수컷이다. 하남=서상배 선임기자

“고등학교 시절 태권도 코치가 셰퍼드를 키웠어요. 원래 개를 좋아했는데 그 개를 관리하는 일을 자청하면서 셰퍼드와 인연을 맺고 결국 애견 훈련사를 하게 됐죠. 셰퍼드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 만능견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요. 인구가 집중력이 좋은 건 훈련이 잘됐으면서도 혈통 관리가 돼 있어 훈련을 쉽게 따라갈 수 있어서죠.”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인간과 동물의 상생을 위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중학생을 대상으로 애견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도망가면 얌전하고 착한 개들도 자극을 받아 공격성을 띠게 돼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유기견은 보호 기간 10일이 지나면 안락사시키는데, 그러지 말고 유기견 보호 시설을 아이들 교육 시설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하남=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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