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선생께서 퇴원하시자마자 공연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문안 드렸습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설날 바로 다음 날인 26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 할리우드극장에 있는 방송인 송해(93)씨의 사무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 전 총리의 사실상 첫 ‘지역구 챙기기’ 행보다.
이 전 총리는 16대부터 19대까지 내리 지역구 4선의원을 기록한 관록의 정치인이다. 여기에다 전남지사(2014∼2017)까지 선거에 5번 출마해 모두 이겼다. 말 그대로 ‘5전 전승’이다.
‘선거의 달인’ 이 전 총리에게도 이렇다 할 연고가 없는 종로 지역구는 공략이 쉽지만은 않은 곳이다. 지난 2016년 19대 총선의 경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정세균 후보(국회의장 역임, 현 국무총리)가 맞붙어 정 후보가 승리하긴 했지만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여론조사에선 ‘오 후보가 우세’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내 다른 지역구에 비해 유권자 연령층이 대체로 높아 ‘보수적’이란 평가를 듣기도 한다.
이 전 총리의 송씨 방문은 종로구민 표심 공략의 첫 단계로 풀이된다. 송씨와 종로구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게 대다수 종로구민들의 전언이다.
우선 종로구 낙원동은 송씨가 ‘연예인 상록회’ 사무실을 열고 50년 넘게 방송과 행사를 하면서 생활의 근거지로 활동했던 지역이다. 종로구는 이 점을 중시해 2011년 송씨를 종로구 명예구민으로 선정했다. 2016년에는 관내 수표로 전체 1.44㎞ 중 종로2가 육의전 빌딩부터 낙원상가 앞까지 240m 구간을 ‘송해길’로 명명하고 이를 안내하는 명판까지 설치했다.
당시 국회의장이자 종로구 국회의원인 정세균 현 총리가 ‘송해길’ 탄생을 축하하는 공연은 물론 이듬해인 2017년 ‘송해길’ 명명 1주년 기념행사까지 직접 챙겨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종로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송씨 사무실 방문을 기점으로 이 전 총리가 종로 표밭 다지기를 본격화하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작 이 전 총리의 맞상대가 누가 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전 총리보다 먼저 국무총리를 지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는 분위기다. 황 대표는 자신의 종로 출마 가능성에 대해 “무엇이 당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그런 관점에서 판단하겠다”며 “아직 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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