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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시작된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 축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겨울 축제다. 1500여개에 달하는 우리나라 지역 축제 중 가장 성공한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산천어 축제는 중국 하얼빈 빙등 축제, 일본 삿포로 눈 축제와 함께 아시아 3대 겨울 축제로 꼽힐 정도로 국제적 명성도 얻었다. 하얀 빙판 위에 수만명이 쭈그려 앉아 얼음 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는지, 미국 CNN은 2011년 화천 산천어 축제를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하기도 했다.

인구 2만6000명인 강원도 오지 화천군에는 3주간의 축제 기간에 100만명이 훌쩍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최근 13년 연속 축제 방문객이 100만명을 돌파했다. 축제 기간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크다. 강원대 산학협력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산천어 축제의 지역경제 직접유발 효과는 약 1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역 상권 설문조사 결과 축제 기간에 고객은 51%, 매출액은 31.7% 늘었다. 이같이 대체 불가능한 경제 효과 때문에 지자체는 축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올겨울에는 얼음·눈 축제를 개최하는 강원도 지자체가 모두 울상이다. 포근한 날씨에 얼음이 얼지 않아 축제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화천 산천어 축제도 겨울답지 않은 날씨 탓에 지난 11일로 늦췄다가, 때 아닌 겨울비에 또다시 27일로 연기했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화천에서 축제장 얼음판을 되살리려는 노력은 말 그대로 눈물겹다. 1도라도 수온을 더 떨어뜨리기 위해 강물에 눈을 쏟아붓고, 밤새 하천 쪽을 향해 제설기를 돌린다.

날씨도 날씨지만, 최근에는 걱정거리 하나가 더 늘었다.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생명체를 얼음판 아래에 넣었다가 다시 잡는 행위가 동물학대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산천어 축제에 대해 “가두리 학살” “집단살상 행위”라고 비난했다. 지구 온난화로 점점 따뜻해지는 겨울, 여기에 동물학대 논란까지 더해져 겨울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자연의 힘에 의존했던 강원도 겨울 축제 콘텐츠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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