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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혈혈단신 日로 건너가… 재계 5위 신화 이뤄내

입력 : 2020-01-20 06:00:00 수정 : 2020-01-19 23: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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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 명예회장은 / 맨손으로 껌 사업 시작 / 초콜릿·청량음료 부문서도 성공 / 제과 설립 후 관광·유통영역 확장 /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 막 내려
젊은 시절의 모습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 모습. 촬영 연도는 미상이다.

19일 별세한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맨손으로 껌 사업을 시작해 롯데를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로 성장시킨 ‘거인’으로 평가받는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 경상남도 울산 삼남면 둔기리에서 빈농 집안의 5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일본에서 공부해 성공하겠다는 열망이 컸던 청년 신격호는 1941년 사촌형이 마련해 준 노잣돈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와세다대 화학공학과 야간부를 다니며 문학도를 꿈꿨던 청년은 낮에는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고 밤에는 대학에서 학업에 정진했다. 신격호는 일본에서 60대의 ‘하나미쓰’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하나미쓰는 고학하며 어렵게 생활하는 신 명예회장의 성실함을 높게 평가해 사업자금으로 5만엔을 빌려준다. 신 명예회장은 이 돈으로 1944년 도쿄 인근에 윤활유 공장을 세우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공장이 전소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신 명예회장은 1921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나 1948년 일본 도쿄에서 롯데홀딩스의 전신인 롯데를 창업했다. 신 명예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로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해 한일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롯데그룹을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로 성장시킨 바 있다. 사진은 신격호 명예회장 입국 모습. 롯데지주 제공

신 명예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비누와 포마드 등 유지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일본 내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장 운영 1년 반 만에 신 명예회장은 하나미쓰에게 빌린 차입금을 전부 상환하고 이자로 집 한 채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후 신 명예회장은 껌 사업에 뛰어들었고 1948년 ㈜롯데를 설립했다. 롯데는 껌 외에도 초콜릿,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1965년 한·일 수교로 양국 간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자 신 명예회장은 조국에서 사업 기회를 잡기로 했다. 1967년 한국으로 돌아와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한국롯데’ 시대를 열었다.

롯데호텔 개관식 때 신격호 명예회장의 모습. 롯데지주 제공
롯데호텔 개관식 때 신격호 명예회장의 모습. 롯데지주 제공

홀수 달에는 한국에서, 짝수 달에는 일본에 머물면서 ‘셔틀 경영’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낸 신 명예회장은 1973년 호텔롯데, 롯데기계공업, 롯데파이오니아를 설립하고, 1976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인수에 이어 1978년 삼강산업(현 롯데푸드)과 평화건설(현 롯데건설)을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이 파죽지세였다.

 

1979년 호텔롯데에 이어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본점)을 준공하며 당시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유통·관광 산업을 선점했다. 롯데는 1983년 24개 계열사에 2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한국 10대 재벌그룹이 됐다.

이처럼 신 명예회장은 맨손으로 시작해 한국과 일본에 ‘롯데 왕국’을 세웠지만, 2015년 7월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일선에서 퇴진했다. 2016년 호텔롯데 대표와 그룹의 모태(母胎)인 롯데제과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고, 2017년에는 롯데쇼핑·롯데건설(3월), 롯데자이언츠(5월), 일본 롯데홀딩스(6월), 롯데알미늄(8월) 이사직을 차례로 내려놓았다.

 

지난달 병원에 입원한 신 명예회장은 최근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 등이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 신경숙씨,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 신정숙씨,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이 동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한편 이날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이 재계를 이끌던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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