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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가거라” 퇴역한 군 장비들, 어떻게 되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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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19 06:00:00 수정 : 2020-01-17 16: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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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에서 퇴역한 알루에트(ALT)-Ⅲ 해상작전헬기가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착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에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군대에서 사용하는 무기도 수명주기가 있다. 군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고가의 무기를 오랫동안 사용하고자 운영유지에 총력을 기울인다. 

 

무기를 새로 사들이면 소요제기부터 실제 도입까지 최대 10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발생할 전력공백을 감안하면 기존에 운용중인 무기를 유지보수하는데 각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기를 ‘마르고 닳도록’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장기간에 걸친 운용과정에서 부품이 단종되거나 노후화가 심해지면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군에서 쓰임새를 다한 무기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7.62㎜ 소총탄이 클립에 끼워진 채 놓여있다. 수명주기가 도래한 총탄은 비군사화조치를 거쳐 폐기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탄약 비군사화 조치란

 

군수물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탄약이다. 평상시에는 장병 사격훈련 등에 많은 탄약이 사용된다. 전쟁 상황에서는 평시보다 탄약 소모율이 빠르게 치솟는다. 막대한 양의 탄약을 사전에 비축해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창고에 쌓여있는 탄약도 수명주기 동안 사용되지 못하면 폐기해야 한다. 폐기 방식은 탄약이 군사적 용도로 쓰이지 못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군에서는 이를 탄약 비군사화라고 부른다.

 

기존에는 탄약을 야외에서 폭파해 폐기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중금속 등 환경오염 문제와 소음 공해로 인한 지역 주민 민원 등이 끊이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155㎜ 포병용 포탄이 발사를 앞두고 한데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에 군 당국은 2012년 10월 충북 영동군에 폐탄약을 처리하는 탄약 비군사화 시설을 만들었다. 탄약 관련 전문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국방부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탄약 비군사화 시설은 연면적 4237㎡(약 1283평)에 소각·분해·용출시설을 갖췄다. 최대 6500t의 탄약을 폐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소각시설은 20㎜ 이하 소구경탄약을 소각로 내에서 태우는 시설이다. 소각과정에서 나오는 환경오염 물질은 정화장치로 제거한다. 분해시설은 탄약을 적당한 크기로 분해해 소각시설 등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용출시설은 포병용 탄약 탄두에 고온의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탄두 내 화약을 제거한 뒤 폐기한다. 

 

군 당국은 이 시설들을 활용해 탄약고 증설과 관리비용 증가를 억제하는 한편, 탄약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민원을 최소화하고 있다.

 

탄약 비군사화 조치 외에도 일부 탄약은 제3국에 수출되기도 한다. 개발도상국 중에는 탄약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능력이 없거나 비용 문제로 수입하는 국가들이 적지 않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됐던 카빈 소총 탄약은 민간 또는 경찰용으로 여전히 인기가 있어 여러 차례 외국에 판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군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제공받은 군용차량 인수식에 참석해 도열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훈련용 전환 또는 외국군에 양도

 

훈련용으로 전환된 뒤 퇴역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고별비행을 했던 해군 알루에트(ALT)-Ⅲ 해상작전헬기는 잠수함 탐지 및 공격 능력을 보유한 해군의 첫 함정탑재 헬기다. 

 

해군은 1977~1979년 12대를 도입해 해상작전에 투입했다. 1983년 8월 동해에 침투한 북한 간첩 모선을 격침했으며, 1993년 7월 전남 목포공항에 착륙 중이던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고에서는 다수의 인명을 구조했다. 2007년부터는 훈련용으로 전환돼 224명의 해군 조종사를 배출했다.

 

제3국에 양도하는 장비들도 있다. 우리 군이 쓰던 무기 중에는 유지보수가 잘 이뤄져 전쟁 위협이 낮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장비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 군은 지난 2014년 7월 포항급 초계함 안양함(1200t급)을 콜롬비아에 인도했다. 안양함은 1983년 실전배치된 이후 연안방어작전에서 활약했으나 함체 수명 경과로 2011년 퇴역한 함정이다. 베트남도 2018년 10월 안양함과 동급인 여수함을 인수했다. 포항급 초계함은 크기는 작으나 76㎜·40㎜ 함포와 어뢰 등으로 중무장하고 있어 남미나 동남아 등 해군력이 미약한 지역에서는 상당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퇴역 초계함 안양함이 콜롬비아에 넘겨지기 전 수리를 마치고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군에서 1970년대부터 사용되던 A-37 공격기 8대는 2010년 2월 페루에 무상 양도됐다. 이때 페루와 맺은 인연 덕분에 우리나라는 KT-1 훈련기 20대를 판매할 수 있었다. 

 

동남아 지역에도 군사장비 제공이 이뤄지고 있다. 국방부는 2017년 3월 캄보디아군에 군용차량 222대를 제공했다. 제공된 장비들은 우리 군이 15년 동안 사용하고 퇴역시킨 K311 다목적 트럭, K511 5t 트럭, K131 전술차량, 포클레인 등 주로 전투지원분야에서 쓰이는 것이었다. 

 

당시 캄보디아군 내부에서는 우리 군의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각급 부대별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며, 캄보디아군은 “노후차량도 좋으니 더 많은 장비를 지원해달라”며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장비 수리에 필요한 부품과 정비도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퇴역한 무기라도 제3국에 제공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역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우려도 있고, 무기를 공급받은 국가에서 내부 시위진압 등에 사용할 경우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도 이를 의식해 무기 제공에는 신중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퇴역 장비를 국내 박물관에 전시하거나 기념물로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퇴역한 무기를 전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면서 지역 주민의 안보의식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및 박물관과 군 당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서울 망원한강공원에 퇴역 초계함 서울함이 정박해있다. 퇴역한 서울함은 서울함 공원으로 재탄생해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부 전시물은 호평을 받고 있다. 2017년 11월 서울 망원한강공원에서 개장한 서울함 공원은 해군에서 퇴역한 초계함 서울함과 돌고래급 잠수정, 참수리급 고속정을 전시해 해군 장병들의 함상 생활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서울함 공원에서 다양한 체험을 즐긴 후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용산 소재 전쟁기념관은 야외전시장에 전투기와 수송기, 트럭 등 다양한 종류의 퇴역 장비를 전시 중이다. 밀리터리 트렌드 느낌의 사진촬영 등에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제주 서귀포시와 경남 사천시의 항공우주박물관에서는 공군이 사용했던 항공기들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명주기가 도래한 무기들은 그 용도가 다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1970년대 율곡 사업 당시 대량의 무기를 한꺼번에 도입한 결과 2020년대부터는 퇴역 장비들이 적지 않게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퇴역장비들을 적절히 활용할 방안을 찾는다면 국가 외교나 국민 안보의식 고취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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