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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해의 자스민향… 바다 내음 삼킨 감귤향… 향기로운 지중해에 취하다 [박윤정의 원더풀 이탈리아]

입력 : 2020-01-18 10:00:00 수정 : 2020-01-15 2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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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칼라브리아를 거쳐 메시나로 / 장화모양의 코 끝 …이탈리아 반도 최남단엔 바다와 산과 강·협곡이 조화를 이룬다 / 해풍 맞고 비옥한 땅에서 자란 식재료, 여행객의 공허한 마음까지 채운다
레지오 칼라브리아 해변. 이탈리아반도 최남단 도시이자 메시나해협을 사이에 두고 시칠리아와 마주하고 있는 지중해의 중심지이다.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아침 햇살은 이미 창가에 머물러 있다. 창밖은 오렌지 향기로 뒤덮여 있고 맑은 수정빛 바다가 감싸고 있다.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바다색만으로도 황홀하지만 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시트러스 향이 상큼함을 더한다.

늦은 아침을 위해 식당으로 들어섰다.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이 맞아준다. 간단히 차려진 뷔페식에는 신선한 올리브와 다양한 허브가 눈길을 이끈다. 칼라브리아산이라며 맛을 보라는 직원의 추천에 따라 샐러드 그릇에 옮겨놓는다. 감초와 유자로 만든 꿀과 잼을 빵에 바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다.

칼라브리아는 겨울과 여름 모두 여행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천연의 향기를 선사하고 신선한 식재료로 달콤함을 전해준다. 예정된 일정은 고고학 공원과 고대 유적들을 볼 수 있는 야외 박물관, 그리고 제라체(Gerace)라는 유서 깊은 종교인 피난 유적 마을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해변 산책으로 여유로운 오전을 대신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세 마을 제라체에서 점심을 하며 카톨리카라고 불리는 비잔틴의 독특한 교회를 둘러보는 것도 매력적이겠지만 그보다는 이오니아해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감상하며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한다.

칼라브리아 지역 대부분은 지중해에 둘러싸인 해안 반도이다. 남쪽 이오니아해를 따라 흐르는 재스민해안으로 차량이 이동한다. 이름처럼 달리는 창 넘어 재스민 향기가 퍼져 있는 듯하다. 높고 들쭉날쭉한 절벽 아래 낮은 모래사장을 따라 초록색, 감귤색, 올리브색으로 뒤덮인 언덕들이 보인다. 아름다운 절경과 그 해안가에서 소박하고 평화로운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굽이굽이 해안가 도로를 따라간다. 저 멀리 점점이 떠 있는 고기잡이배들이 어우러져 바다는 한 폭의 풍경화를 선사한다.

내륙을 통하지 않고 해안가를 따라 길을 나선 이유는 아스프로몬테(Aspromonte)국립공원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아스프로몬테국립공원은 시칠리아와의 사이에 있는 메시나해협에 면하며 2000m에 이르는 고봉들과 해양 침전물이 쌓인 고원지대가 즐비하다. 루미아호(Rumia Lake)와 코스탄티노호(Costantino Lake)가 있으며 여러 개의 강이 흐르면서 웅장한 자연과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차량이 진행하는 오른쪽으로는 아름다운 이오니아해의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아스프로몬테국립공원의 높게 솟은 짙고 푸른 봉우리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이 때문에 바다뿐만 아니라 내륙 지역에서 휴가를 즐기는 자연 애호가도 많다고 한다. 여행은 취향에 따라 같은 지역이라도 다양한 목적을 갖는다. 칼라브리아도 누군가에게는 바다를 선사하고 누군가에게는 라오강과 실라 협곡을 통해 래프팅과 스키를 선사하니 말이다.

시데르노를 출발해 반도 끝을 돌아 드디어 레조디칼라브리아에 도착했다. 장화의 코에 해당하는 이곳은 이탈리아반도 최남단 도시이자 메시나해협을 사이에 두고 시칠리아와 마주하고 있는 지중해의 중요한 중심지이다. 무역과 여행의 갈림길인 이곳에서 시칠리아와 이웃 섬, 에트나산, 그리고 아이오리아제도의 웅장한 경치를 바라본다. 베르가모트의 땅이며 향긋한 감귤류 향이 바다 냄새보다 짙은 곳이다.

예술 애호가들에게는 국립 고고학박물관이 유명하다. 칼라브리아에서 번성했던 마그나 그레이시아(Magna Greicia) 식민지 유적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마그나 그레이시아는 위대한 그리스라는 뜻으로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탈리아 남부에 건설한 식민지를 의미한다. 박물관에는 두 명의 전사 영웅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동상을 볼 수 있는데, 그리스 고전 조각의 드문 예로 이오니아해 바닥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기원전 5세기 두 전사의 조각품인 리아스 브론즈(Riace Bronzes)와 두 번의 지진에도 살아남은 고대 그리스의 벽면과 로마 목욕탕 모자이크 바닥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무역과 여행의 갈림길인 레조. 베르가모트의 땅이며 향긋한 감귤류 향이 바다 냄새보다 짙은 곳이다. 추천받은 레조 식당에서 이탈리아 남부의 다양한 요리를 경험한다.

레조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고 지역 주민들이 여러 차례 추천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간단한 식사라 들었는데 너무나도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직원은 수제 파스타를 꼭 선택하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칼라브리아의 전형적인 요리인 고추(페퍼론시노)를 이용한 소시지 요리와 정어리를 곁들인 구운 빵도 추천한다. 파스타소스에서 생선요리에 이르기까지 고추의 강한 맛이 붉은 양파의 달콤한 맛과 어우러진다. 많은 동양 여행객이 지나쳤을 법도 한데 낯선 동양인의 방문이 신기한지 사진 찍기를 권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과장된 너스레를 지켜보며 베르가모트 아이스크림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즐거운 여행을 기원하는 인사를 듣고 드디어 시칠리아로 건너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차량은 승객들을 태운 채 배에 오른다. 작업자의 지시에 따라 차례대로 선박에 오르자 드디어 출항이다. 시칠리아까지는 불과 20여분 거리이지만 승객들이 차량에서 내려 바닷바람과 지중해의 햇살을 즐긴다. 저 멀리 시칠리아가 눈에 들어온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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