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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녀’ 엇갈린 시선… 文대통령 지지율 격차 지난 5년 중 최대

입력 : 2020-01-12 08:00:00 수정 : 2020-01-13 15: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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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마다 대형마트를 찾는 남성 A(29)씨는 엘리베이터 주변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린다. 임산부도 아닌 단지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이동성이 편리한 공간에 지정 주차공간이 할당된 것은 문제란 것이다.  A씨는 “임산부 전용이라면 몰라도 굳이 여성 전용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정부 들어 곳곳에 ‘여성전용’ 공간이 늘었는데,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서울 중상위권 대학교 상경계열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여성 B(26)씨는 취업 때마다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고 한다. 또래 남성들과 비교해 학점과 어학 성적이 뒤지지 않고, 필기시험 등에서 고득점을 맞아도 최종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B씨는 “취업 스터디 구성만 봐도 남녀 비율이 비슷한데 인터넷에 일부 공개되는 합격자 일부 ‘스펙’이나 후기만 봐도 대다수가 남성”이라며 “정부가 공무원과 공기업 채용 땐 남성과 여성을 고르게 뽑도록 한다고 하는데 민간 기업에도 확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20대 남성과 여성이 현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남성들은 문재인정부가 과도하게 여성 우대 정책을 펼치면서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여성들은 여전히 사회 내 여성 차별이 심각한 만큼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신들의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맞선다. 두 집단의 갈등 속 20대 남녀의 문 대통령 지지율 격차는 지난 5년간 최대로 벌어졌다.

 

◆커지는 20대 남녀 대통령 지지율 격차… 2014년 이후 최대

 

11일 기자가 2014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만 19∼29세 남녀 대통령 지지율(한국갤럽 기준)을 분석해보니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두 집단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특히 지난해 5월 20대 남성과 여성의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32%와 62%로 30%포인트 차이를 나타냈다. 2014년 1월 이후 가장 큰 격차다.

 

2019년 12월의 경우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은 37%, 여성의 경우 53%로 16%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실시된 대통령 지지율 조사(2017년 6월)의 경우 두 집단의 지지율 차이는 7%포인트(20대 남성 87%, 20대 여성 94%)에 불과했다.

 

20대 남녀의 지지율 격차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두 집단의 지지율 격차는 2017년 12월 6%포인트를 기록한 뒤 △2018년 2월 19%포인트 △2018년 5월 10%포인트 △2018년 8월 16%포인트 △2018년 11월 22%포인트 △2019년 2월 25%포인트 △2019년 5월 30%포인트 △2019년 8월 20%포인트 △2019년 11월 26%포인트를 나타냈다.

 

반면 2014년과 2015년 20대 남녀의 대통령 지지율 격차는 각각 10%포인트 안팎과 10% 이내를 기록했다. 박근혜정부 임기 말인 2016년에도 두 집단의 지지율 격차는 10%포인트 이내였다. 

 

◆文 정부,성평등 정책 가속화…‘미투 운동’으로 20대 남성 위축

 

20대 남녀의 지지율 차이가 크게 벌어진 배경은 현 정부의 성평등 정책을 바라보는 남녀의 인식 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자신의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여성 지위 향상을 강조했다. 그는 그해 4월 10대 대선 공약을 발표하며 그 중 하나로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여기엔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는 물론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성평등 추진 동력 강화 등이 담겼다.

 

실제 2017년 여성가족부는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을 통해 고위 공무원직 여성 비율을 5년 내 10%, 공공기관 여성 임원은 20%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군인 간부와 일반 경찰 중 여성 비율도 각각 8.8%, 15.0%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방안도 담겼다. 이 같은 정책을 전담할 여성가족부의 예산도 2020년 1조1264억원으로 확정되며 2017년 7122억원 대비 3년 만에 58.2%(4142억원)가 ‘껑충’ 뛰었다.

 

이외에도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권력형 성폭행’ 유죄 판결, ‘미투 운동’ 등 여성 인권에 관한 사회적·문화적 논의가 활발히 전개됐다. 여기에 헌법재판소를 통해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면서 병역의무 이행을 이미 마친 20대 남성들의 위축감도 더욱 커졌다.

 

◆전문가 “성별 구분없이 모든 젊은층 만족할 정책 개발해야”

 

일각에선 남성과 여성을 떠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성평등 정책이 자칫 남성 혹은 여성 등 특정한 성별만을 위해 작용하는 것은 없는지도 점검해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현재 20대 남성은 기존 ‘남성위주’의 사회는 자신들이 아닌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았다고 본다”며 “오히려 젊은 세대는 남성보다 여성들이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진급도 빨라 유리하다고 인식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대 남성들처럼) 특정한 성별이 자신들만 차별받고 있다는 느끼는 경향이 심화될 경우, 자칫 남혐·여혐이란 사회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0대 남성 혹은 여성만을 우대하는 정책보다는 젊은층 전체가 느끼는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성평등 정책 중 (반대 급부로) 특정 성별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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