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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아졌는데… 알레르기 질환은 왜 늘까

입력 : 2020-01-04 03:00:00 수정 : 2020-01-03 18: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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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보건위생 환경이 되레 독 / 감염으로 생성 면역력 발달 막아 / 항생제 남용도 좋은 미생물 파괴 / 서울대 내과 교수 9명 공동 집필 / 알레르기 질환 바른 접근법 소개
조상헌 외 8인/지식너머/1만6500원

알레르기입니다/조상헌 외 8인/지식너머/1만6500원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기생충’에서 지하 셋방에 살던 일당들은 부잣집에 기생하려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그중 하나는 복숭아털 뿌리기다. 가정부가 복숭아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아낸다. 일당은 몰래 복숭아털을 뿌린다. ‘쿨럭쿨럭’하는 가정부를 ‘결핵 환자’라고 꾸며 쫓아낸다. 1992년 개봉한 미국 스릴러 영화 ‘요람을 흔드는 손’에는 예상 밖의 범인이나 선혈이 낭자한 장면이 아니라 주인공 클레어의 천식 발작 증세가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요소로 등장한다. 알레르기는 이미 영화나 드라마의 주요 소재일 정도로 흔하다.

알레르기란 말은 현대인에게는 익숙한 용어가 된 지 오래다. 한 집 건너 알레르기 환자가 있을 정도로 발병률 또한 높다.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피부염, 음식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 두드러기, 혈관부종, 곤충 알레르기, 운동 알레르기 등 종류도 다양하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나 그릇된 정보, 잘못된 치료법이 난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알레르기입니다’는 천식 알레르기 분야의 권위자이며 명의인 조상헌 교수를 비롯해 김선신, 장윤석, 박흥우, 강혜련, 김세훈, 양민석, 이소희, 이서영 교수 등 서울대 알레르기 내과 분야 교수 9인이 공동 집필했다. 우리나라 알레르기 내과 분야 개척자인 이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접근법을 알려주는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 하나! 과거 먹고살기 힘든 실정에는 흔히 않았던 알레르기 질환이 왜 이렇게 늘어날까. 저자들은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함께 작용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자가 관여한 경우와 함께 최근에는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건위생 환경이 좋은 선진국일수록 알레르기 질환이 늘어나는 것은 영유아 시기에 감염 질환들을 겪으면서 생성돼야 할 알레르기 억제 면역시스템의 발달이 부족해서이며, 영유아 시기에 항생제 등 사용으로 인체의 유익균이 감소하고 면역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 물질과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는 우리 몸 안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 집단)의 변화에서 찾으려는 연구 동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의 장, 기도, 피부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들은 면역 균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살균제와 세정제의 지나친 사용,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 여러 종류의 화학 물질에의 지속적인 노출 등이 건강한 미생물 환경을 파괴하는 요인들이다. 익숙지 않은 물질들이 미생물 상태의 균형을 해치고 우리 몸의 과민한 면역반응을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아토피피부염, 만성 두드러기 같은 발병률이 높은 질환들의 검사와 치료법은 물론, ‘사과나 복숭아 같은 과일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꽃가루 알레르기일 확률이 높다’, ‘봄이나 환절기가 아니라 여름 장마철에 재채기·비염 증상이 나타난다면 곰팡이 알레르기를 의심해야 한다’ 등 잘 알 수 없어 악화시킬 수 있는 일상의 알레르기 관련 정보도 담겨 있다.

특히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아나필락시스, 호산구증가증과 같은 질환에 관한 전문적인 진단과 대처법도 담겨 있다. 아나필락시스란 특정 물질에 대해 몸이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극소량만 접촉해도 전신에 걸쳐 증상이 발생하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다.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면 치명적일 수 있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기생충, 알레르기, 약물이 흔한 원인으로 호산구 증가증은 말초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중의 하나인 호산구가 450~500cell/uL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전문의와 사석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세상 모든 알레르기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윤호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은 “환경의 역습이 시작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알레르기 권위자들이 천식과 알레르기에 대해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환자와 그 가족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일반인에게도 유용할 것”이라고 추천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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