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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올 5곳 늘어 11개사로… M&A 활성화 등 과제 남아 [심층기획 - 벤처기업 '제2의 붐']

입력 : 2019-12-28 16:00:00 수정 : 2019-12-28 18: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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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함께 세계 5위 보유국으로 부상 / 기존 플랫폼·O2O 집중현상서 벗어나 면역치료제 등 생명공학 분야로 넓혀 / 일반천억기업 감소 불구 벤처는 늘어 / 2019년 1∼11월 신규 투자액 3조8115억 / 2018년 연간 투자금액 이미 넘어선 규모 / 스케일업 투자·민간의 모험자본 확산 / 다양한 엑시트 활성화 등 필요 지적도
2019년은 벤처기업의 성장세가 단연 돋보인 해였다.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이 11개사로 늘어 독일과 함께 세계 5위 유니콘기업 보유국이 됐고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벤처천억기업’은 587개사로 늘었다.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되는 등 스타트업의 대형 인수합병(M&A)도 잇따랐다. 신규 벤처투자액 역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와 견주어도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벤처투자·업계의 양적 성장에 비해 더딘 질적 성장은 앞으로의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니콘 증가, 대형 M&A 성사… 호재 이어져

올해 국내 유니콘기업 수가 두 자릿수대로 늘었다. 특히 올해에만 유니콘 5곳이 연이어 배출되며 정부가 추진 중인 ‘제2 벤처붐’이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면역치료제 제조업체인 ‘에이프로젠’이 각각 2000억원, 200억원 투자를 받아 미국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의 유니콘 기업 명단에 최근 등재됐다. 이로써 국내 유니콘은 총 11개로 늘어났다. 이전까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쿠팡과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위메프, 지피클럽 등 총 9곳이었다.

중소기업·스타트업 업계는 유니콘 탄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데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니콘 1곳이 추가되는 데 평균 1년 이상 걸렸지만 지난해 3곳에 이어 올해 5곳까지 기업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정보 서비스 앱 ‘직방’ 등도 차기 유니콘 등극이 기대되고 있어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에이프로젠의 11번째 유니콘 등극은 플랫폼이나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에 집중됐던 국내 유니콘이 생명공학 분야로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개발(R&D)에서 사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유니콘이 탄생했다는 것은 제2 벤처붐을 위한 정부의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프로젠은 김재섭 대표가 카이스트 교수 재직 시 설립한 제넥셀로 에이프로젠을 인수해 만든 회사로, 류마티스성 관절염·크론씨병 등 여러 자가면역 질환을 치료하는 항체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등을 생산한다.

벤처천억기업도 587개사로 증가했다. 일반천억기업(대기업 제외)이 2017년 3188개사에서 지난해 3157개사로 감소했지만 벤처천억기업은 오히려 2017년 572개사에서 지난해 587개사로 증가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동했다.

M&A도 잇따랐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됐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조7500억원으로,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밖에 올해 여기어때가 영국 CVC캐피탈에 4000억원에, 수아랩이 미국 코그넥스에 2300억원에 인수돼 주목받았다.

◆벤처투자 양적 성장 최대… 질적 성장도 따라야

올해 1∼11월 신규 벤처투자액은 3조811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0% 증가한 것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투자액(3조4249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업력별로는 창업 7년 이내 모험투자가 75.2%로 많았고 업종별로는 생명공학이 가장 큰 비중(26.8%)을 차지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가 1조59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3% 늘었다. 중기부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열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월별 평균치로 추정해볼 때 올해 연간 벤처투자액은 역대 최대치인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벤처펀드 결성액은 3조1797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4418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중기부는 이에 대해 올해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펀드 계획 공고가 지연되면서 실제 결성액 반영은 내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기부가 벤처캐피털협회 107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투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벤처캐피털이 60.6%로, 올해와 유사할 것(21.1%), 감축할 것(18.3%)이라는 등의 응답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이 같은 벤처투자의 양적 성장에 비해 스케일업 투자와 민간 모험자본 확산, 다양한 엑시트 활성화 등 질적 성장이 앞으로의 과제라는 지적이다. 총 투자액이 많았지만 지난해 벤처캐피털의 50억원 이상 투자 건수는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는 150조원 규모의 엑시트가 이뤄졌고, 이 중 44.5%가 M&A였지만 한국에서는 2.5%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M&A를 어렵게 하는 규제와 여론 등을 개선해 창업·성장·회수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산업 혁신 성장 막는 '대못규제' 그대로

 

올 한 해 벤처 업계와 벤처투자액 모두 큰 성장을 거뒀지만 신산업 규제 풍토는 여전히 건강한 벤처생태계 조성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모빌리티 혁신이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위기에 처한 타다뿐 아니라 규제로 성장이 가로막힌 신산업 분야가 많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발표한 ‘신산업 규제 트리와 산업별 규제 사례’에 따르면 정부가 선정한 9대 선도사업 중 바이오·헬스, 드론,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4개 분야에서 각종 규제가 발견됐다. IT와 의료산업을 융복합한 바이오·헬스의 경우 한국에서는 개인 의료정보를 병원 외부 서버에 보관·전송할 수 없어 원격진료가 불가능하다. 원격 모니터링 수가에 대한 규정도 미비한 실정이고 약사법에 따라 처방받은 약을 원격으로 조제하거나 택배로 발송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AI 자율주행 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주행 테스트, 정밀지도 활용, 사고 시 처리 규정 등 제도를 마련했지만 한국은 도로교통법과 관련 제도에 막혀 있고 보험 관련 규정도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초 새로운 사업과 기술이 기존 규제와 부딪힐 경우 기존 규제를 제한적으로 면제·유예해주는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되어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일각에서 규제 소관부처 간 의견 충돌이나 공무원의 소극행정, 국회의 느린 법안처리 속도 등은 극복해야 하는 한계점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규제개혁을 통해 신산업 분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SGI는 신산업 규제 애로 해결을 위해서는 ‘대못규제’의 우선적 해결, 다부처 협업 강화를 통한 중복규제 일괄 개선, 사회 갈등 분야에서 규제 혁신제도의 적극 활용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표적인 대못규제인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데이터3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불발돼 아쉬움을 낳았다. 벤처업계의 숙원이었던 벤처기업특별법과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안 역시 지난 정기국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제2벤처붐을 가시화하겠다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에서 2022년까지 신규 벤처투자 5조원, M&A를 통한 투자회수 비중 10%, 유니콘 20개 달성 등의 계획을 내놓아 기대를 모았다. 다만 민간 혁신단체들이 선순환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고자 정책로드맵과 세부 정책과제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수용 속도가 다소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을 위해서라도 혁신 벤처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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