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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영화 얼려버린 ‘겨울왕국2’…스크린독과점 논란

입력 : 2019-12-05 23:00:00 수정 : 2019-12-05 21: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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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를 오랫동안 길게 보면 안 됩니까.”(정지영 영화감독)

 

“기다리던 영화를 개봉하자마자 보는 건 관객 판단 아닌가요.”(‘겨울왕국2’를 본 관객)

 

영화 ‘겨울왕국2’가 개봉 15일 만에 관객수 916만명을 넘어서며 흥행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이 영화에 대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함께 불거지고 있다. 국내 영화계에서는 ‘영화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스크린 상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영화에 대한 선택권은 관객과 시장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영화 겨울왕국2.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1000만 돌파 눈앞에 둔 겨울왕국2, 스크린 독과점 논란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겨울왕국2의 누적 관객수는 916만848명을 기록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겨울왕국2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할 경우 올해의 다섯 번째 1000만 영화가 된다. 지금까지 한해 1000만 영화 최다 배출 기록은 2014년 4편으로 ‘명량’, ‘겨울왕국’, ‘인터스텔라’, ‘국제시장’이었다. 

 

그러나 겨울왕국2가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상영관을 독식하자 국내 영화계를 중심으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겨울왕국2의 개봉일 상영점유율은 63%, 좌석점유율은 70%에 달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겨울왕국2는 한국 영화관 사상 최고 상영 횟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1개 사업자가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서 독과점 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겨울왕국2의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했다. 

 

영화계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겨울왕국2보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겨울왕국2가 개봉하면서 블랙머니 극장 좌석 수가 97만석에서 37만석으로 줄었다”며 “관객 수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 하루 만에 이처럼 좌석이 줄어드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관객의 선택권, 관객 스스로가 판단하는 것

 

다만 영화계가 지적한 ‘관객의 선택권’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영화계의 주장은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해 관객들이 영화 한편을 오랜 기간 극장에서 접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취지다. 반면 국내 극장가의 흐름을 보면 신작에 대한 반응이 민감하고, 개봉 초기 수요가 집중되는 측면도 있다. 이것이 특정 영화에 집중된 공급 때문인지, 신작에 반응하는 수요에 의한 것인지는 해석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제기된 영화는 대부분 시리즈가 거듭되는 프랜차이즈 영화였다. 영화의 팬덤이 견고해 개봉 초기부터 관객이 몰리는 특수성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경우 개봉 당일 상영점유율이 80%를 넘었지만, 서울 시내 유명 영화관에서는 평일 저녁 시간대나 주말에 빈자리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더구나 올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제기된 어벤저스 엔드게임과 겨울왕국2는 극장가 비수기로 꼽히는 4월과 11월에 개봉해 단기간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이런 영화들이 오히려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여 전체 영화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측면도 존재한다. 영진위가 지난 6월 발간한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상영점유율의 상관관계’라는 제목의 이슈페이퍼에서 곽서연 영화정책연구원은 “극장 입장에서는 고예산 한국 영화가 개봉을 꺼리는 극장 비수기에 마블영화의 상영점유율을 최대한 높여서 극장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수 있지만, 마블영화 개봉 패턴이 일찌감치 4월 개봉을 선점해 다른 영화들이 그 시기에 개봉하기를 꺼리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영화 경쟁력 제고 선행돼야

 

국내 스크린 독과점과 관련한 논란이 유독 외화를 대상으로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기생충도 초기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영화계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지영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왜 외화가 개봉할 때만 스크린 독과점을 문제 삼느냐’는 지적에 “동료 영화인들이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여 돈을 잘 벌고 있는데, 그들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한국 영화계가 스크린상한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기에 앞서 영화계 스스로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영화 평론가)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우선인 것은 관객의 선택을 받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스크린상한제는 단편적으로 해외 사례를 보고 따를 것이 아니라 국내 여건을 고려하고, 민간보다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은 스크린 독과점에 공감하면서도 스크린상한제에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공모(29)씨는 “가끔 영화관에 가면 특정 영화로 도배돼 다른 영화를 볼 수 없을 때가 있다”며 “하지만 그건 외국영화뿐 아니라 한국영화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31)씨는 “특정 영화로 스크린이 독점되는 것에 반대하지만 그것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같다”며 “영화마다 수요와 공급이 다른데 그것을 억제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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