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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육아휴직해도 눈칫밥인데… 부부 둘 다? 언감생심” [뉴스+]

입력 : 2019-11-22 06:00:00 수정 : 2019-11-21 17: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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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만 써도 불이익을 받는데··· 공무원 빼고는 과연 부부 둘 다 쓸 사람이 있을까.”

 

최근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휴직 중인 직장인 여성 이모(31)씨는 정부가 내년 2월부터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씨는 “주변 워킹맘 중에 회사를 10년 다녔는데도 육아휴직 썼다고 고과 평가를 최하점 받고 급여까지 깎인 사람도 있다”며 “결국 육아휴직 1년도 못 채우고 다시 복귀하기로 했다고 하더라. 현실이 육아휴직할 만한 분위기가 아닌데 정부가 보여주기 식으로 제도만 자꾸 만들면 뭐하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고용부 “내년 2월부터 부부 동시에 육아휴직 쓸 수 있도록 할 것”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내년 2월부터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육아휴직까지 진작시키겠다는 의도다.

 

그간 제도상 같은 자녀에 대해 부부 두 사람이 육아휴직을 겹쳐 쓸 수 없었다. 자녀 출산 후 엄마가 육아휴직을 먼저 사용하면, 엄마가 복직한 후에야 아빠가 이어 쓸 수 있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실질적으로 제한된다는 지적이 일자 고용부가 내년 2월부터 같은 영유아에 대해 배우자 동시 육아휴직을 제한하는 요건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부부 모두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해 엄마나 아빠 혼자서 아이를 보는 소위 ‘독박육아’ 부담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 명도 못 쓰는데…’ 10명 중 4명, “육아휴직 때문에 승진 차별 경험”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제도 개선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명만 육아휴직을 써도 직장에서 승진에 누락되거나 급여가 깎이는 등 차별이 있는 현실에서 부모 모두가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얼마나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이번 제도 개선안에 근로자의 육아휴직 이용을 막거나 이용 시 불이익을 주는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이 빠져있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상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건 비슷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오모(30)씨는 최근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오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1년도 넘게 육아휴직을 쓰던데 우리 회사는 3개월도 어림없다고 하더라”며 “결국 1개월로 합의를 봤다. 정부는 육아휴직 제도를 개선하니 마음 놓고 쓰라고 하는데 회사를 관둘 생각까지 해야 말이라도 꺼내보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실제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직장인 10명 중 4명꼴로 육아휴직을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을 당한 것으로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21일 공개한 ‘육아휴직자의 경험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쓴 여성 직장인 가운데 육아휴직으로 승진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답한 비율은 39.3%에 달했다.

 

육아휴직 사용으로 사내 평가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답한 비율은 34.1%였다. 육아휴직을 쓴 남성의 경우 승진과 평가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1.7%, 24.9%로, 여성보다는 낮았다. 이번 실태조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6월 3일∼7월 31일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 763명(여성 542명, 남성 22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차별을 당하고도 참고 넘어간 이유로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40.4%)와 ‘인사고과, 승진 등 직장 생활의 불이익이 우려돼서’(30.4%)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재차 불이익을 당할까 봐 부당한 대우를 감내했다는 이야기다.

 

◆“회사 눈치 때문에 못 쓴다”… 제도 개선에 발맞춰 인식도 바뀌어야 

 

육아휴직에 관대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가 제도 이용률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서북권직장맘지원센터가 직장인 부모 666명을 조사해 지난 7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 중 63.5%는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 ‘회사 눈치’(30.3%), ‘경제적 부담’(21.7%), ‘동료 눈치’(3.1%) 등을 꼽았다.

 

응답자의 22.7%는 ‘육아휴직 후 복귀 보장이 불확실하다’고 했고 15.6%는 ‘복직 후 직급이나 직무 변동 등 불이익이 염려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윤희천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은 “일·생활 균형 문화가 확산하면서 육아휴직이 늘어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제도 마련과 함께 인식개선 캠페인 활동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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