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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배경 ‘운명적 로맨스’ 강렬한 조명·화려한 연출 인상적

입력 : 2019-11-20 03:00:00 수정 : 2019-11-19 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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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뮤지컬 ‘아이다’ /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오페라 원작 /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다섯번째 무대 / 브로드웨이판 해외 공연 ‘그랜드 피날레’ / 윤공주 등 주연 배우들의 열연 돋보여
‘라이온 킹’과 함께 디즈니 뮤지컬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아이다’. 옛 이집트를 배경으로 누비아 공주 ‘아이다’와 사랑에 빠진 이집트 장수 ‘라다메스’, 그의 약혼녀인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가 각자의 사랑을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하며 성장한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아이다’가 돌아왔다. 2005년 국내 초연 후 2016년까지 총 네 번 국내 무대에 오른 ‘아이다’는 여러 디즈니 뮤지컬 중에서도 특별한 작품이다. 콘텐츠 대제국을 이룬 디즈니는 막대한 재력과 최고의 제작진으로 1994년 첫 뮤지컬 ‘미녀와 야수’를 만든 후 ‘알라딘’ ‘겨울왕국’ ‘라이온 킹’ 등 완성도 높은 여러 뮤지컬을 양산했다. 그중에서도 ‘아이다’는 애니메이션 원작 성공에 기대어 뮤지컬을 만들던 디즈니가 2000년 자신감을 얻어 오로지 뮤지컬로만 만든 첫 작품이다. 게다가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가족물이라기보다는 운명이 엇갈리는 세 남녀의 사랑 속에 전쟁과 평화, 책임과 자유 등 진중한 화두를 붙잡고 있는 성인물에 가깝다.

원작은 ‘개선행진곡’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그러나 원작에선 줄거리만 가져왔을 뿐 뮤지컬은 온전히 ‘작곡-작사 명콤비’로 팝 역사의 한장을 장식한 ‘엘턴 존’과 ‘팀 라이스’ 작품이다. 특히 ‘아이다’의 이번 공연이 각별한 건 디즈니 측이 서울 공연을 끝으로 기존 브로드웨이판 해외 현지 공연을 종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 해도 이제까지 우리가 본 ‘아이다’는 이번이 마지막인 셈이다.

그래서 ‘그랜드 피날레’란 부제가 붙은 이번 ‘아이다’가 시사회를 거쳐 지난 16일 정식 개막했다. 당일 직접 확인한 무대는 국내 초연 이후 14년간 ‘최장기(초연 8개월) 대형 공연’, ‘700회 공연 돌파’ 등 여러 기록을 세운 작품답게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설계도만 너무 훌륭하면 시공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졸작이 나올 수도 있는데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마지막 시즌 첫 공연을 맞아 커튼콜 때 갈채 속에 무대에 오른 디즈니 측 협력연출 키스 배턴은 “그 어떤 프로덕션보다 훌륭한 작품이 나왔다”고 자부하며 특히 스태프를 칭찬했다.

그만큼 ‘아이다’ 무대는 인상적이다. 여느 뮤지컬보다 많은 장면이 다양하면서도 빠르게 전환하며 숨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가장 자주 등장하며 아름다운 무대는 나일 강변이다. 저녁 노을, 때로는 푸른 밤하늘을 배경으로 강 건너 줄지어 선 야자수가 거울처럼 강물에 비치는 장면은 단순하나 매혹적으로 관객을 단숨에 고대 이집트 나일 강변으로 소환한다. 또 주홍빛 큰 돛을 펼치는 노예선, 사막의 밤을 촘촘히 밝히는 별들, 두 명의 배우가 와이어 액션으로 입체감 있게 대욕탕에서 수영하는 장면을 보여준 ‘암네리스’의 목욕탕 등은 기억에 오래 남을 장면이다.

‘아이다’의 높은 완성도에선 강렬한 조명 효과와 화려한 의상이 차지하는 부분도 크다. 주요 장면마다 무대 위, 때로는 객석 뒤편에서 서치라이트처럼 쏘아지는 강렬한 조명이 등장인물을 부각한다. 여느 공연에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인 900개의 고정조명과 90대가 넘는 무빙라이트가 이 같은 풍성한 빛의 무대를 만든다는 게 제작사 설명이다.

의상의 경우 ‘고대 이집트’라는 시대적 배경에 집착하지 않는다. ‘암네리스’가 지닌 매력이 폭발하는 ‘나의 가장 강력한 옷(My Strongest Suit)’을 부르는 장면에서 벌어지는 형형색색 패션쇼가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고대 이집트 왕실 의상 등은 그 특징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렸다.

완성도 높은 무대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배우들 열연이다. ‘아이다’는 공연 품질 관리에 엄격한 디즈니 작품답게 시즌마다 철저한 오디션으로 캐스팅을 완성한다. 이 때문에 주역 역시 재수, 삼수 끝에 ‘아이다’ 무대에 오른 경우가 많다. 첫날 저녁 공연은 ‘아이다’에 윤공주, ‘라다메스’에 김우형, ‘암네리스’에 정선아가 열연했다. 모두 한 차례 이상 같은 배역을 한 경험이 있기에 첫 공연답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록부터 가스펠, 발라드까지 다양한 형식의 주옥같은 엘턴 존 노래를 관객이 만족할 만큼 열창했다.

특히 초연 때부터 오디션에 참여했지만 네 번째 시즌에야 주역을 꿰찬 윤공주는 조국에 대한 헌신과 사랑을 놓고 갈등하는 비운의 여주인공으로서 성숙한 연기와 노래를 관객에 선사했다.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는 누비아 동포를 접하며 철부지에서 벗어난 망국의 공주가 되어 깊은 갈등 끝에 영원한 사랑을 완성했다. 동포를 위로하고 절망에 빠진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예복의 춤(Dance of the Robe)’과 ‘신들은 누비아를 사랑한다(The Gods Love Nubia)’ 장면에서 그가 앙상블 배우들과 빚어내는 하모니는 때로는 호소력 있고 때로는 에너지가 충만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다 1년여 중국 유학 생활에서 돌아온 정선아 역시 자신이 왜 ‘타고난 암네리스’인지 잘 보여줬다. 초연 때 ‘아이다’역에 지원했다 떨어지면서 “다음엔 암네리스역에 도전하라”는 평가를 받았던 정선아도 천진난만한 이집트 공주에서 권력의 비정함과 짝 잃은 사랑의 아픔을 겪은 파라오로 거듭난다. 약혼자의 진심을 알아챘으면서도 결혼식을 준비하는 장면과 장래 파라오로서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심판정 장면에선 연기로, 쓸쓸하게 무대를 열고 닫으며 부르는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Every Story Is a Love Story)’에선 노래로 자신이 쌓아온 내공을 보여줬다.

‘라다메스’만 세 번째인 김우형 역시 윤공주, 정선아의 열연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자칫 적국 출신 노예와의 사랑 때문에 왕국을 버린다는 설정 때문에 비현실적일 수 있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는 호연을 보여줬다.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내년 2월 23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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