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예체능도 영상시대… 유튜브, 생활체육··클래식으로 영역 확장 [S 스토리]

관련이슈 S 스토리 , 세계뉴스룸

입력 : 2019-11-16 11:00:46 수정 : 2023-12-10 15:48: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엘리트 선수들 유튜버 변신 / 축구 김보경·배드민턴 이용대… / 노하우 담긴 코칭 채널 잇단 개설 / 개인 강습 받는 듯 자세하고 생생 / 클래식 대중화 돕는 음악도들 / 눈 감고 피아노·흔한 연주 실수 모음 / 놀랍고 유머러스한 영상들 ‘대박’ / 온라인 인기 타고 유명 연주자 돼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하면서 유튜브 시대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대학 수강 신청 전쟁을 방불케 하는 동네 수영장 신규반 접수에는 어렵게 성공했으나 “음∼파” 하며 호흡법부터 배워야 하는 수영 강습은 수난(水難)의 연속이었다. 여러 명을 가르쳐야 하는 강사의 간단한 동작 시연과 설명만으로는 낯선 수영의 요령을 깨치기엔 부족했다. 따로 개인강습을 받을 생각까지 했으나 시간 조정 등이 어려워 그조차 쉽지 않았다.


구명의 손길은 혹시나 싶어 검색해본 유튜브에서 쏟아져나왔다. 자유형부터 평영, 배영, 접영까지 각 수영 단계별 동작이 상세히 설명된 동영상이 기초과정부터 고급과정까지 다양하게 쌓여 있었다. 그뿐 아니라 ‘평영 때 발차기가 안 되는 이유’, ‘배영 때 다리가 가라앉는 이유’ 등 수영하다 보면 겪는 어려움에 대한 별도 강습은 크나큰 도움이 됐다. 주변에 이런 경험을 얘기했더니 “나도 수영을 자유형-평영-배영까지 배웠다가 중도에 그만뒀는데 유튜브 강습만으로 접영을 다시 익혔다”는 비슷한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누구나 손쉽게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유튜브 시대가 이처럼 생활체육에서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수영은 물론 골프, 테니스, 탁구, 축구 등 생활체육 전반에 걸쳐서 유튜브를 통한 운동 배우기가 널리 퍼지고 있다. 호응이 커지면서 카메라 앞에 서기를 주저하던 국가대표 등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도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2008년 중국 광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체 은메달을 땄던 김정훈 탁구선수는 ‘국가대표 김정훈 탁구클럽’ 채널을, 영국과 일본 축구리그에서 활약했던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미드필더 김보경은 자신의 이름을 딴 ‘KBK 풋볼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수영에선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수영 은메달리스트 박선관의 ‘PSKTV’, 국가대표 정다래 선수의 ‘다래풀’ 등이 있으며 유도에선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조준호 등이 운영하는 ‘Hanpan TV’가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이용대도 ‘이용대의 B-Connect’ 채널에서 만날 수 있다.

 

팬층 감소로 ‘쇠멸의 내리막길’을 걷는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던 클래식 음악계도 최근 유튜브에서 새 희망을 찾았다. ‘눈 감고 피아노 치기’ 등 음대생들이 만든 재기발랄한 클래식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다.

여러 음대생이 모여 만든 유튜브 채널 ‘또모(Towmoo)’가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60여편의 동영상을 올려 조회 수 총 3240만여회, 구독자 수 27만5000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12분짜리 동영상인 ‘피아노 전공생은 얼마나 어려운 곡까지 쳐봤을까’ 편은 재밌는 동영상으로 입소문을 타고서 8개월 동안 조회 수 445만회를 기록했다.

 

음대생 유튜버의 가장 유명한 성공사례는 ‘투셋바이올린(TwoSet Violin)’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중국계 호주인인 브렛 양과 에디 첸이 바이올린을 전공한 음대생 시절 결성한 듀오. 2013년부터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클래식 음악가로서 삶을 재미있게 묘사한 내용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이들의 동영상은 강렬하다. 클래식 음악가의 고충을 과장되나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외모부터 무대 위에서 연미복 차림의 단정한 모습을 자랑하던 연주자는 없고 마치 대학교 기숙사에서 뛰쳐나온 듯한 두 음악가가 방금 자다 깬 듯한 머리와 후줄근한 티셔츠 차림으로 ‘바이올린 연주에서 가장 많은 실수’, ‘오케스트라 연주자 유형 21가지’ 등의 콩트 영상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젊은 층이 거부감 없이 클래식 음악을 접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동영상은 웃음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농담 사이에는 오랜 시간 클래식 음악을 연주해온 예술가만이 논할 수 있는 화두가 숨어 있다. 가령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유명한 피아노 대결 장면을 소개하면서 ‘틀리지 않고 더 빠르게 연주하라’는 영화 대사에 “클래식 음악에서는 빠르게 연주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해석을 들려주는 게 중요한 거야”라고 뼈 있는 지적을 덧붙이는 식이다.

‘투셋 바이올린’의 현재 구독자 수는 183만명에 달하며 막심 벤게로프, 힐러리 한 등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와 한 무대에 서고 있다. 내년에는 세계 투어를 진행하는데 서울 공연도 추진 중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