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1786년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이탈리아 기행’에서 “뱀처럼 구불거리는 대운하는 세계의 어떤 도로에도 손색이 없고, 세계의 어떤 광장도 산 마르코 광장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1797년 베네치아를 점령한 나폴레옹은 도시의 중심인 산 마르코 광장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극찬했다. 화가 모네, 시인 바이런,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산 마르코 광장의 플로리안 카페에 앉아 베네치아의 풍광을 즐겼다.

바닷가 모래톱에 기둥을 박아 건설된 수상도시 베네치아는 매년 2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매혹적인 여행지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도시는 여러 골치아픈 문제를 안고 있다. ‘과잉 관광(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베네치아다. 지중해 중계무역으로 번성하던 14, 15세기 이곳 인구는 20만명이었으나, 지금은 5만여명에 불과하다. 관광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이 사실상 사라져 버린 탓이다. 물가가 급등하는 등 생활 여건도 점차 나빠져 원주민을 찾아보기 힘든 ‘나그네 도시’로 바뀌었다. 수년 전 베네치아 주민들은 “도시가 죽어가고 있다”며 곤돌라에 노란 꽃으로 장식된 관을 싣고 가상 장례식을 열기도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수난(水難)이다. 최근 53년 만에 최악의 홍수 사태가 나자 베네치아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폭우와 열풍 등으로 해수 수위가 187㎝까지 치솟으면서 도시 80% 이상이 물에 잠겼다. 도시의 상징인 산 마르코 성당도 침수 피해를 보았다. 베네치아의 지반 침하 현상도 큰 문제이다. 지반 침하는 19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지하수를 개발한 것이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바닷물 수위가 120㎝를 넘어가면 도시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한다.

유엔은 수년 전 지금 추세라면 해수면이 2100년에는 6.4m 이상 높아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을 내놨다. 베네치아는 해수면 상승 취약지역으로 100년 안에 물에 잠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구온난화를 방치하는 인간의 오만과 탐욕이 멈추지 않으면 베네치아는 지도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박창억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