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아무리 급격하게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2050년 전후로 여름철 북극에는 바다얼음(해빙)이 모두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가 너무 많아서다. 이번 세기 말 북극의 기온은 적어도 6.1도, 최악의 경우 13.1도나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연구과장은 15일 기상청과 국회 기후변화포럼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 전망’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런 내용은 오는 2021년 발간될 IPCC 6차 평가보고서에 반영될 예정이다.
6차 평가보고서는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 노력, 온실가스 농도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한 다음 각각의 경우 기온과 강수량 변화 등을 예측한다.
그런데 친환경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사회경제가 저탄소 발전을 하게 되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SSP1-2.6)에서 조차 북극은 금세기 중반(2041∼2060)이 되면 여름철 해빙이 완전히 녹아 바닷물만 넘실거리는 곳이 될 전망이다.
당장 지난 10월 중·하순만 해도 북극 해빙 면적은 역대 가장 얼음이 많이 녹은 2012년보다도 작았다.
이번 세기 말 북극의 온도 상승폭은 이상적인 시나리오에서도 6.1도로 예측됐다. 화석연료에 의존해 성장하는 최악의 시나리오(SSP5-8.5)에서 상승폭은 무려 13.1도나 된다. 이 시나리오는 현재 사회구조와 가장 유사한 경우다.
북극 기온 상승은 육지의 2배, 남극의 2∼3배에 달한다.
변 과장은 “북극은 주변이 대륙으로 둘러싸인데다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공기 중으로 수증기가 공급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육지는 바다보다 빨리 달궈져 북극 주변은 다른 곳보다 온실효과가 크다. 주위가 바다인 남극보다 더 빨리 녹는 이유다. 게다가 북극 해빙이 녹아 바다 면적이 넓어지면 공기 중으로 공급되는 수증기 양이 많아진다. 그 결과 구름도 더 많이 생기는데, 구름은 지구 온도를 높이는 솜이불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탓에 북극은 지구상 다른 어느 곳 보다도 심각한 온난화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남극은 금세기 말 기온 상승폭이 1.8∼5.6도로 예상된다. 북극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그럼에도 지금 사회경제구조와 비슷한 SSP5-8.5 시나리오에서 2081년 이후 남반구 여름철(2월) 해빙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지구 평균 기온은 1.9∼5.2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2013∼2014년 발간된 IPCC 5차 평가보고서는 1.3∼4.0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5차 보고서와 6차 보고서는 기준 연도가 달라 두 전망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6차 보고서가 더 최근 시기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망이 5차 때보다 더 비관적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짧아진 미래, 길어진 여름’으로 주제 발표를 한 최영은 건국대 교수(지리학)는 별 다른 노력이 없을 경우 이번 세기 말 우리나라 면적 절반이 아열대로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라도와 경상도, 충남 거의 대부분 지역과 서울·경기 일부도 포함된다.
이어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2071년 이후 부산과 제주에서는 겨울이 사라질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겨울 없이 봄과 가을이 합쳐져 여름-봄(가을)-여름-봄(가을)만 이어겠고, 특히 제주는 강력한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있더라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박현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은 응답자의 62%가 30년 뒤 우리나라 사계절의 변화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는 설문 결과를 전하며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닌 현재 대응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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