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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수능 한파와 도돌이표 입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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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3 23:26:37 수정 : 2019-11-13 23: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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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부침 따라 바뀐 입시제도… 이미 ‘불사의 괴물’

아뿔싸!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에 ‘수능 한파’가 찾아올 모양이다.

바짝 움츠러든 수험생에게 날씨라도 푹하면 좋으련만 그저 안쓰럽고 야속할 뿐이다. 입시는 ‘추운 기억’이다. 수능 이전 학력고사는 12월 강추위 속에, 수능만 해도 1994년 이후 6차례나 한파였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초조한 마음까지 겹쳐지니 체감 기온은 늘 훨씬 더 낮았으리라.

이천종 사회부 차장

올해 수험생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스산해 보인다. 조국 사태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민낯을 본 ‘흙수저’ 학생은 ‘부모찬스’를 쓸 수 없는 서러운 신세를 한탄하며 그의 조국을 흘겨보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학생은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로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건만 부담은 오롯이 그들이 지고 있으니 참담하다.

올 한해 교육팀장으로서 가까운 자리에서 입시 정책을 지켜봤다.

‘백년지대계’는 고사하고 두서너 달 앞도 못 보는 정책이 숱해 울분이 치솟을 때가 많았다.

교육 당국은 올 초 드라마 SKY캐슬이 뜨면서 ‘금수저·깜깜이’ 논란이 일 때만 해도 “드라마적 과장”이라며 학종 미세조정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만 해도 정시확대는 획일적인 입시의 악몽으로 되돌아가는 반교육적 퇴행이라는 인식 속에 ‘정시’의 ‘정’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조국 사태로 학종의 석연찮은 문제점이 의혹을 넘어 논픽션으로 비화할 때도 정시확대보다는 강도 높은 학종 개선에 무게를 실었다.

반전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확대를 직접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집권 후 첫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까지 소집하며 역설했다.

“정시(수능 위주 전형)가 능사는 아닌 줄은 알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 발언 이후 학종을 둘러싼 논란은 주요 대학 정시확대와 학종의 투명성 강화, 고교서열화 해소로 가닥이 잡혔다. 미룬 방학숙제를 몰아 처리하듯 한 달여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후유증도 적잖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전세 호가가 2∼3주 사이에 이전보다 2억원까지 더 치솟았다. 수능 관련 사교육 업체들은 뒤에서 웃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3년째 되풀이되는 대입 제도 수술에 학생과 학부모는 패닉 상태다.

이런 혼선이 비단 문재인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방 이후 정권의 부침에 따라 입시 제도는 ‘본고사→학력고사→수능→수시 학종’으로 수차례 문패를 바꿨다. 입시 방식으로 세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크게 바뀐 것만 해도 18차례나 되는 입시 제도는 바뀔 때마다 공정성 시비와 사교육 기승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 모든 것은 공교육 정상화와 입시 공정성 확보 사이를 오간 ‘도돌이표’ 개혁이었다.

학벌사회 한국에서 이제 입시는 죽지 않는 괴물인지도 모른다. 군사정권의 총칼도 무력했고, 민주화 이후 숱한 개혁도 허사였다. 입시는 민심의 역린이다. 용의 턱밑에 거꾸로 난 비늘을 다루는 교육 수장의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입시는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정권의 목을 겨누고 있다.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선배 세대로서 오늘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에게 전할 수 있는 말은 한심하게도 ‘미안하다’는 한마디뿐이다. 모두들 부디 ‘수능 대박’!

 

이천종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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