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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권세 누리다 물러난 볼리비아 대통령의 극과극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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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3 06:00:00 수정 : 2019-11-13 10: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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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코차밤바 지역에 위치한 대통령 사저. EAP=연합뉴스

 

부정 선거 논란으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이 사임 후 첫날인 지난 11일(현지시간) 바닥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는 모습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했다. 그가 천을 깔고 누운 장소는 호화롭고 넓었던 대통령 사저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날 사진과 함께 “경찰의 도움을 받은 카마초(야권지도자)와 메사(전 대통령)가 일으킨 쿠데타로 인해 강제로 대통령 직을 떠난 뒤 첫날밤을 맞았다”며 “지도자로서의 시간을 돌아보니 우리에게 안전과 보살핌을 제공한 코차밤바(지역) 연방의 형제들에게 감사하다”고 적었다.

 

부정 선거 논란으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남긴 게시물. 연합뉴스

 

볼리비아 역사상 첫 아이마라족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세 번이나 대통령을 연임했다. 볼리비아엔 대통령 연임제한이 있어 더 이상 대통령 직을 이어가지 못하게 된 그는 개헌을 통해 대통령 연임제한을 없애면서 지난달 20일 4선에 도전했다. 그 과정에서 부정 선거 논란이 제기됐고 군과 경찰이 대통령의 사퇴를 압박하자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야권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의 사저 내부. EAP=연합뉴스

 

14년 가까이 볼리비아를 통치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코차밤바 지역의 대통령 사저에 머물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그는 지난해 29층짜리 새 대통령궁을 짓고, 생가에 700만 달러(한화 약 81억1300만원)를 들여 자신의 삶을 기념하는 박물관을 세워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부정선거 논란 이후 분노한 시위대는 대통령의 코차밤바 사저에 침입해 가정 집기 등을 부쉈고, 난장판이 된 사저 내부가 해외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결국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멕시코에 망명을 요청했다. 멕시코 정부는 11일 이를 수용했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볼리비아를 떠나 멕시코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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