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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주기 넘긴 노후헬기 30% 달해… 출동횟수는 매년 급증

입력 : 2019-11-11 19:25:00 수정 : 2019-11-12 07: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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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추락 사고’ 계기로 본 소방항공대 장비·인력 실태 / 정비일수 늘어나고 가동률은 떨어져 / 67%는 해상구조·40% 야간작업 불가 / 3대 중 1대 블랙박스 없거나 장착 안돼 / 조종사·정비사 300명 중 204명만 충원 / 충분한 휴식 보장 안돼 사고위험 노출 / 구급활동 중 순직·부상 갈수록 증가세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가 응급환자 이송 도중 독도 해상에 추락한 지 11일째다. 탑승자 7명 중 4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이낙연 총리는 제57회 소방의 날이었던 지난 9일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이 차려진 대구 강서소방서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만나 “모두를 모시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종자 수색과 더불어 사고 원인 조사도 진행 중이다. 당국은 추락헬기 동체와 잔해물 등을 인양해 조사하고 있지만 블랙박스와 보이스리코더(음성기록장치) 등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모든 사고는 물리적(기체 결함), 인적(조종사 과실), 환경적(기상악화) 요인 세 가지다. 소방의날을 계기로 소방항공대의 장비와 인력 실태를 짚어봤다.

◆소방헬기 3대 중 1대는 블랙박스 미장착

정부는 사고 기종(EC-225)은 물론 프랑스 에어버스헬리콥터스(옛 유로콥터)로부터 구매한 모든 헬기를 점검 중이다. 소방청과 각 시·도 등 소방당국이 보유·운용하고 있는 에어버스사 제조 헬기는 9대다. 중구본 수도권특수구조대는 사고 헬기와 같은 기종(28인승, 2008년 12월 도입)과 보다 작은 규모(14인승)의 AS-365를 2대(1997년, 1999년) 갖고 있다. AS-365는 서울 2대(1997년, 1999년), 경기(2001년)·경북(2006년)도 1대씩 갖고 있으며 대구는 좀 더 오래된 AS-350(1995년)을 운용 중이다.

헬기는 내구연한이 법적으로 따로 정해져 있진 않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정비비용과 가동률 등을 감안할 때 헬기의 적정 교체 주기는 20∼25년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총 30대(사고 헬기 포함)의 헬기를 운용 중인데 중구본과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전북·전남·경북 등 9대가 1999년 이전 도입된 노후헬기이다. 대구 등 6개 지자체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이들 헬기를 교체할 계획이지만 중구본과 서울, 경북 3곳은 아직 교체 계획이 없다.

이들 노후헬기의 경우 가동률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방헬기 연간 가동일 및 정비일수(2015∼2018년)에 따르면 정비시험을 위해 소방헬기가 운항한 횟수는 2015년 322회에서 2018년 706회로 2.2배 늘었다. 올 6월까진 390회다.

가동률은 연평균 81.5%인 반면 1995년 10월 도입된 인천 B-230은 72.8%에 그쳤다. 1997년 9월과 1997년 11월 각각 도입된 서울 AS-365(서울1·2호)의 경우 지난 4년간 평균 가동률은 82.5%, 86.7%였지만 수리비는 최근 5년(2013∼2018.6)간 2억8300만원 정도가 소요됐다.

소방헬기 30대 가운데 야간비행이 가능한 헬기는 중구본 4대를 포함해 18대이고, 비상부유 장치 등 해상활동도 가능해 구급전용으로 지정된 헬기는 전국에 총 10대가 있다.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지 않거나 장착할 수 없는 헬기도 10대나 됐다. 대체로 노후헬기가 그러했다.

보유 소방헬기 3대 중 2대가 도입 20년, 22년째인 서울시는 이와 관련한 시의원의 문제 제기에 “블랙박스 등은 도입 당시뿐 아니라 현재도 항공법상 필수안전장치가 아니다”며 “(자동조종장치와 레이더고도계 등) 헬기 안전운항에 필요한 장치와 (불꽃조난신호장비와 구명보트 등) 내수면 출동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탑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수요는 점차 느는데 장비·인력은 제자리

소방헬기의 출동 횟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헬기 운항 횟수는 2015년 4787회에서 2018년 5190회로 8.4% 늘었다. 지난 6월까진 2675회로 단순 대입하자면 연말 5350회로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5190회)의 경우 구조구급(52.4%), 교육훈련(34.7%), 산불화재(7.2%), 화재출동(3.0%) 등의 순이었다. 구조구급 출동(2717건) 중 환자이송은 1455건, 산악구조는 1049건, 수난구조 93건 등이었으며 야간시간대 인명구조 활동은 286건이었다.

소방헬기의 경우 기장과 부기장, 정비사, 구급대원 2명 등 5명이 1개 팀을 이뤄 출동한다. 충분한 휴식시간 등을 감안해 소방헬기 1대당 기장·부기장 각 3명과 정비사 4명 등 3교대가 배치기준이지만 필요한 조종사·정비사 300명 중 204명만 충원한 상태다. 모두가 정규직인 것도 아니다. 조종사·정비사 204명 중 15명은 일종의 계약직인 임기제다.

구조구급 출동 건수는 갈수록 느는데 장비는 노후화하고 근무여건이나 처우는 불안하다 보니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화재 진압이나 구조구급 활동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2015년 2명에서 2018년 7명, 올해는 8명(독도 추락헬기 실종자 포함)이다. 공상자 역시 2015년 376명에서 2018년 728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소방공무원들은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참혹한 현장 노출 등으로 일반인이나 다른 직종 공무원보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심리 질환 발생 빈도도 높다. 참혹현장 노출 경험이 1인당 연 7.8회 되다 보니 우울증 등 심리 질환 유병률이 일반인의 4∼10배다. 일반인의 기대수명은 82.7세이고 일반직 공무원의 평균 사망연령이 74세인 반면 소방공무원 출신의 사망연령은 경찰(73세)보다 더 이른 69세이다.

이런 까닭에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방 장비와 인력의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가 충원해야 하는데, 대부분 재정 여력이 안되는 데다 일부 단체장의 경우 의지를 보이지 않아서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난해 소방인력 부족률은 25.4%이고 소방안전교부세율이 15%포인트 오른 올해도 18.7%에 불과하다”며 “안정적인 지방소방재원 확보와 별개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거주지에 따라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국가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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