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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너 엄마니" 백건우 딸, '윤정희 10년 동안 알츠하이머 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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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0 14:59:19 수정 : 2019-11-14 1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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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5주년 맞은 문화계 대표 잉꼬부부 백건우, 윤정희/백건우 "알츠하이머 심해져 일상 생활 불가능할 정도"/딸 "엄마가 배우로서 사랑 받는 다는 것 확인했으면, 사랑의 편지 많이 써줬으면 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 45년차를 맞은 60년대를 풍미한 배우 윤정희(75)가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로 10년 째 투병 중이란 소식이 그의 가족을 통해 직접 전해졌다. 10년 극소수 지인들만 알고 있었던 투병 소식을 알린 계기에 대해 백건우와 부부의 딸 진희씨는 "지금 윤정희에게 필요한건 사랑 받는 배우임을 알려 줄 수 있는 팬들의 응원"이라고 밝혔다. 

 

윤정희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3)는 10일 딸 진희씨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10년쯤 전에 시작됐다"고 밝혔다. 

 

백건우는 해외 공연까지 함께 다니며 결혼 40년간 윤정희와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다며  "우린 결혼 후부터 단둘이서만 살고 모든 것을 해결해왔다. 사람들은 나보러 혼자 간호할 수 없을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잘 아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했다"면서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너무 힘들어했다"고 했다.

 

백건우는 "연주 여행을 같이 다니면 환경이 계속 바뀌니까 겉잡지를 못했다"면서 "여기가 뉴욕인지 파리인지 서울인지, 본인이 왜 거기 있는지"라고 했다. 이어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 식이다"면서 "요리하는 법도 잊어먹어서 재료를 막 섞어놓고 밥을 먹고 치우고 나면 다시 밥을 먹자는 정도까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 하면 '알았다' 하고 도착하면 또 잊어버린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노인성 치매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윤정희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딸의 집에 머물고 있다. 

 

딸 진희 씨는 "엄마가 나를 못 알아 볼 때 가장 힘들었다. '엄마'라고 부르면 '왜 나를 엄마라 부르냐'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진희씨는 극소수 지인들만 알고 있던 투병 소식을 알린 이유에 대해서 "엄마가 배우로 오래 살며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사람이다. 이 병을 알리면서 엄마가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면서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사랑의 편지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지금 엄마에게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했다.

 

 

윤정희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시점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2010)에서 알츠하이머 환자 역할을 맡았던 때와 비슷한 시기다. 당시 윤정희는 치매로 기억이 망가져 가는 주인공 미자 역을 맡았다.  백건우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배우로서 자존심 때문에 출연했는데 긴 대사는 써놓고 읽으면서 했다"며 "그 뒤에도 영화를 한편 더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도 같이 봤는데 잘 안되더라. 상을 받으러 올라가기도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해당 작품은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윤정희는 그해 열린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앞서 윤정희는 1960년대 문희, 남정희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렸다. 1965년 오디션에서 발탁돼 1967년 '청춘극장'로 데뷔했다.  데뷔 후 7년동안 약 3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였다. 대표작으로는 1968년 '장군의 수염', '절벽', 1969년 '독 짓는 늙은이', '지하실의 7인', 1971년 '분례기', 1972년 '무녀도', '궁녀', 1994년 '만무방' 등이 있다. 1974년 영화공부를 하겠다며 돌연 한국을 떠나 프랑스 소르본대(현 파리 3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그는 청룡상, 대종상 등에서 여우주연상만 20번 이상 수상했다. 


백건우는 1956년 10살 나이에 김생려가 지휘하는 해군교향악단(서울시립교향악단 전신)에서 그리고 피아노협주곡으로 데뷔했다. 이듬해 연주회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한국 초연으로 선보였다. 15세 콩쿠르 참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후 명문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1969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장래가 기대되는 피아니스트'란 심사평으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1970∼80년대 미국 및 유럽 각지에서 유수 음악단과 협업하며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입지를 다졌다.  1993년 프랑스 3대 음반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등 7~80년대 유럽에서 활약했다. 2016년 '백건우의 선물'을 발매했다. 2000년 프랑스 정부에서 '예술문화 기사 훈장'을 받았다. 올해 2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쇼팽 녹턴 전곡 음반을 발매했다. 

 

2011년 프랑스 미테랑 장관과 함께 하고 있는 백건우, 윤정희 부부. 연합뉴스

 

윤정희와 백건우는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 문화 축제때 열린 윤이상 작곡가 오페라 '심청' 초연 관람 공연장에서 만났고 1974년 파리에서 다시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1975년 5월쯤 한국 언론에 두 사람의 연애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1976년 3월 파리에서 이응로 화백의 자택에서 30여명의 지인을 초청한 후 진행했다. 1977년 7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일명 '남북미수 사건'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결혼 45주년을 맞았다. 부부는 한국에서 은관문화훈장, 프랑스에서 문화 예술 공로훈장을 모두 받은 최초의 한국인 부부로 문화예술계 대표 잉꼬 부부로 이름을 알려왔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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