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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왕’ 알렉산드로스 영혼… 헬레니즘의 발원지를 지키다 [박윤정의 그레이트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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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08 06:00:00 수정 : 2019-11-06 21: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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⑯ 알렉산드리아

기원전 4세기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세운 알렉산드로스 대왕  정복전쟁 귀국길에 사망하며, 이곳에 묻히길 희망했다. 아직도 그의 무덤을 찾아내지 못한 것은 사후에도 도시의 영원을 지키고자 함이 아닐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내 박물관 내 조형물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위해 알렉산드리아로 향한다. 알렉산드리아는 지중해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이집트에서는 수도 카이로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비행 편으로 갈 수도 있지만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220㎞를 달려야 한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처음 세운 이래 헬레니즘 이집트의 수도로 지중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였다. 오늘날은 천연가스와 송유관이 지나는 중요한 산업중심지이다.

개인적인 관심사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고대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현재에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 외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파로스 등대’로도 유명하다. 알렉산드리아는 12세기 중엽, 세계 28개 국가나 지역의 통상대표가 상주하면서 동서양 교역업무를 담당하였다. 알렉산드리아의 등대는 14세기에 지진으로 파괴되었고 16세기 유럽 국가가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양으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게 되자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과 함께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초기 기독교의 중심지로 교회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이 배출되었고 예루살렘의 멸망 이후에는 유대교의 중심지였던 도시다.

 

알렉산드리에 도서관. 고대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현재에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는 오랫동안 고고학자들이 찾아 헤매고 있는 알렉산더 대왕의 무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정복전쟁의 귀국길에 숨지면서 자신을 미라로 만들어 아버지인 아몬 옆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했다고 한다. 아몬은 이집트의 대표 신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시신은 알렉산드리아로 운구되었고 그곳에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그의 무덤을 찾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버스는 3시간 30여분을 쉬지 않고 달려 역사와 현대적인 매력이 어우러진 알렉산드리아로 들어선다. 붐비는 차량과 거리의 인파는 카이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금 더 정돈된 모습과 세련된 풍경이다. 첫 도착지는 로마 원형 극장(Kom al-Dikka Roman Amphitheatre)이다. 콤 엘 딕카는 ‘파편더미’라는 뜻이라 한다. 말 그대로 1959년, 알렉산더 대왕의 무덤을 찾기 위한 발굴팀이 이곳을 조사하기 전까지 빈민가였다고 한다. 발굴된 지금에도 가치 있는 유적들은 너무나도 초라하게 방치되어 있는 느낌이다. 800여명이 앉을 수 있다는 대리석 계단과 이를 지지하는 몇 개의 기둥들이 쓸쓸히 자리한다. 낙서처럼 보이는 옛 시대의 흔적과 모자이크 장식들이 정비되지 못한 채 놓여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인근 해저에서 발굴된 세티1세의 오벨리스크와 스핑크스 조각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지만 역사적 가치만큼 아직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듯하다. 정돈되지 못한 전시물들을 바라보며 보전과 전시를 위한 앞으로의 과정을 기대해 본다.

알렉산드리아가 지중해 해안에서 가장 멋진 장소일 수 있는 것은 넓은 해안 산책로 덕분이기도 하다. 산책로를 따라 15세기 방어 요새인 카이트베이 성채로 향한다.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신선한 생선들이 진열되어 있고 종업원의 추천에 따라 주문한다. 간단한 조리법으로 구운 생선들로 테이블이 차려진다. 이집트의 아름다운 북쪽 해안에서 바다 향기를 맡으며 신선한 해산물을 즐기니 휴양지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집트의 아름다운 북쪽 해안. 알렉산드리아가 지중해 해안에서 가장 멋진 장소일 수 있는 것은 넓은 해안 산책로 덕분이기도 하다.

 

식사를 마치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 알렉산드리아의 가장 호화로운 지역 중 하나인 산스테파노 그랜드 플라자를 지나친다. 포시즌스 호텔과 더불어 개인 주택과 요트 정박지, 호화로운 쇼핑몰이 늘어서 있다. 지나쳐온 유적지가 조금 처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북적이는 학생들과 대형 버스를 보니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도착한 듯하다. 건물 외관의 한글이 반갑게 맞이한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념하기 위해 2002년에 새롭게 지어진 도서관의 외벽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뒤덮여 있으며 왼쪽 중간에 한글 ‘월’ 자가 커다랗게 적혀 있다. 외관부터 세련된 분위기다. 옛 유적들의 흔적을 따라 이곳까지 왔고 이렇듯 현대적인 건축물에서 옛 역사를 다시 들쳐보니 새롭다. 알렉산드리아는 1세기쯤 세계 최대의 디아스포라를 맞아 ‘유대의 플라톤’ 철학자 필론 등이 활약했으며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사이의 학문적 교류가 일어났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유대인들은 그리스인들과 함께 유력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으며 구약성경의 가장 중요한 번역본인 셉츄아진트본도 바로 이곳에서 나왔다고 한다. 헬레니즘 시대 이래의 학술도시로서의 성격이 유지되면서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에 이슬람 문명이 가미된 아라비아 과학의 요람지 가운데 하나가 되기도 했다.

도서관은 현대적 외관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할 뿐 아니라 내부도 잘 정돈되어 있다. 박물관과 콘서트 홀 및 기타 공연장을 갖추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면서 학문과 문화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내에는 자유롭게 뛰노는 어린아이들부터 책을 보는 사람들, 진지하게 토론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을 부러워하며 도서관 외관으로 나와 커피 한잔을 하며 지중해를 바라본다. 아름다운 깊고 푸른 물이 해안 도시 분위기를 한결 돋운다. 도서관 주변의 젊은이들도 아름다운 분위기에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듯하다.

어느덧 해가 떨어지니 맑은 하늘이 석양으로 물들면서 하나둘 불빛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진으로 남기고픈 해안 풍경 넘어 스탠리 브리지가 보인다. 다리는 400m 길이의 근대 기념물이다. 알렉산드리아인의 밤 스카이라인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항구와 해안가들에 몰려들기 시작한다. 다리의 우아한 탑들이 주변에 앉아 있는 카페와 거리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고대 유적과 현대문화가 어우러진 알렉산드리아의 야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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