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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다 몸짱됐다' 댄스의 세계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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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26 15:00:00 수정 : 2023-12-10 15: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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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춤바람 몸짱 신바람 / 장르 불문…‘재미+건강’ 일석이조 / 춤추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 폴댄스 유연성 부족한 남자들에게 딱 / 한국 힙합·비보잉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 / 세계 무대 주름잡는 ‘파라’ / ‘클래스 1’ 분야 세계 최강 장혜정·한창우 / 춤추다보니 몸 만큼 정신도 건강해 졌다고…

#1. 평소 아이돌 춤을 따라 추기 좋아하던 박은미(26)씨는 더 정확하게 동작을 표현하고 싶어 정식으로 방송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막상 춤에 빠지자 안무 습득 외에도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으로 체력 단련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헬스나 수영, 요가 등 다른 운동도 해보았던 박씨에게 춤은 이제 삶의 낙이다. 안무 진도가 나가서 지루할 틈이 없고 안 되던 동작을 척척 해내는 몸을 보면서 성취감까지 느낀다.

 

#2. 권다인(26)씨는 친구를 따라 댄스와 체조의 일종인 폴댄스(Pole Dance:기둥춤) 무료체험을 한 뒤 재미를 느껴 학원에 3개월째 다니고 있다. “폴댄스는 중독성이 강한 운동”이라고 권씨는 말한다. 매번 배우는 다양한 동작이 질리지 않고 예쁜 데다 우아하게 폴을 타고 싶은 오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권씨는 일반 유산소 운동이 숨차고 땀이 많이 나 싫었다. 반면 폴댄스는 팔, 어깨, 코어 근육을 모두 사용하는데도 그렇지 않아 만족한다. 복근까지 얻게 된 건 덤이다.

◆전신의 근육을 깨워주는 Dance

 

조선 후기 서양문물과 함께 국내로 들어온 볼룸댄스는 6·25 전쟁 후 주한미군 사이에서 사교댄스로 인기를 끌었지만 정부의 억압을 받기도 했다. 볼룸댄스가 정식명칭을 ‘댄스스포츠’로 바꾼 지 어언 28년. 최근 체육계가 댄스스포츠에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댄스스포츠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데 이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에 올랐다. 하지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 회 만에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다 브레이크댄스가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종목 후보에 오르면서 다시 댄스스포츠를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모던(스탠더드)댄스(왈츠, 탱고, 비엔나 왈츠, 슬로 폭스트롯, 퀵스텝)와 라틴댄스(삼바, 차차, 룸바, 파소도블레, 자이브)의 총 10개 종목만 댄스스포츠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보다 폭넓게 춤의 스포츠성이 받아들여지며 기존 종목 외에도 디스코, 힙합, 부기부기까지 댄스스포츠로 용인돼 몸집이 커졌다. 이런 변화는 올림픽이 젊어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비보잉이 인기를 끌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움직였다.

일상에서 춤을 운동 목적으로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멋있어 보여서 방송댄스를 시작했다는 안은수(27)씨는 어느덧 5년째 춤을 추고 있다. 안씨는 “흔히 사람이 뇌를 일부만 사용한다고 말하듯이 춤을 추면서 그동안 내가 근육의 일부만 쓰고 살았구나 깨달았다”며 “기본기를 익히는 과정에서 코어 근육도 강화되고 동작을 정확하고 예쁘게 하기 위해 근력을 키우려는 동기부여가 강해진다”고 말한다. 거울이나 영상을 보면서 동작을 확인하고 자세를 더 곧게 하다 보면 자기 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즐기는 운동으로 노출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폴댄스도 일반인이 운동을 위해 선택하는 종목 중 하나다. 폴에 매달려 우아하게 도는 모습 때문에 여성에게 인기가 많지만 요즘은 ‘맨폴’이라 부르는 남성용 폴댄스 수요도 늘었다. 수개월째 폴댄스를 배우는 김수빈(29)씨는 “재즈나 발레 등 여러 종목을 해봤지만 폴댄스가 운동량이 가장 많고 재밌다”며 “높이 올라가면 떨어지지 않으려 집중하게 되고 몸에 힘을 주는 만큼 동작이 더욱 예뻐진다”고 웃어보였다. 맨폴 강사 신동호(29)씨 역시 “폴댄스가 예술성,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등이 모두 필요한 운동 ‘끝판왕’”이라며 “겉으로 보이는 근육이 아닌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여성용 폴댄스가 우아하고 아기자기한 동작이 많은 반면, 남성용 폴댄스는 힘을 필요로 하는, 몸을 거꾸로 뒤집는 등 크고 화려한 동작이 많은 매력을 지녔다.

 

높아진 관심에도 댄스스포츠가 아직 여러 국제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채점 방식의 체계화 미비 때문이다. 심사위원마다 예술 요소를 주관적으로 판단한다는 근본적인 한계뿐 아니라 동작별 점수 자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춤을 스포츠로 분류하기는 무리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춤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못한다. 대한댄스스포츠연맹 유인선 과장은 “야구 9회 말 2아웃에서 역전홈런을 치는 박진감은 없어도 신체를 움직여 땀을 내며 승부를 겨루고, 구현해야 하는 기술이 분명해 전문가가 보면 누가 더 잘 추는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면서 “스포츠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라틴 국가대표 선수 남기용(27)씨는 “같은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탈 때보다 댄스스포츠를 출 때 칼로리 소모량이 3배에 달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며 “결승에서는 라틴 5종목을 연달아 8∼9분 춰야 하는데 어떤 종목보다 근지구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댄스스포츠가 엘리트체육으로만 아니라 생활체육으로서도 제격이라는 그는 댄스스포츠를 향한 관심이 더 커지길 바란다. 남 선수는 “내년 WDSF가 개최하는 대회에서 24강 안에 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지만, 최종 목표는 한국에 댄스스포츠 학교를 세우고 김연아 같은 스타선수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혜정 선수와 파트너의 경기 모습.

◆장애의 한계를 잊게하는 Dance

 

한국 장애인댄스스포츠는 세계에서 정상을 다툰다. 새로운 취미나 재활운동 등 사람마다 시작하는 계기는 다르지만,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꾸미고 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리듬을 타다 보면 어느새 장애는 사라지고 한 명의 댄서가 된다. 국제 정식명칭이 휠체어댄스스포츠에서 파라댄스스포츠로 바뀐 지체장애댄스스포츠는 장애 등급에 따라 중증장애인 △클래스1과 경증장애인 △클래스2, 파트너 매칭에 따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짝을 이루는 △콤비와 장애인끼리 커플인 △듀오, 댄서 혼자 추는 △싱글로 나뉜다. 전 세계적으로 클래스2는 유럽권 국가끼리 경쟁이 치열한 반면,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얕은 클래스1에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는다.

 

클래스1 콤비 스탠더드 세계랭킹 1위인 장혜정(43)씨는 2010년 후반부터 전문선수로 나서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파라댄스스포츠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릴 때 사고로 배꼽 아래 신경이 다 끊겨 팔 힘 없이는 상체를 일으킬 수도 없을 만큼 장애 정도가 심하지만, 처음 출전했던 2011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휠체어선수권대회에서 목격한 중증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춤사위에 반했다고 한다. 장 선수는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비장애인 파트너에게 끌려다니는 것 같아도 발레처럼 중심을 잘 잡아야 해 세세한 근육까지 다 쓴다”고 설명했다.

 

댄스스포츠를 시작한 뒤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바뀌었다. 하체에 전혀 힘을 줄 수 없어 몸을 신발 끈 묶듯이 휠체어에 묶고 훈련해야 하고 척추뼈 중간과 그 양쪽에 총 3개 핀을 꽂아 몸을 꼬거나 허리를 숙이는 동작에서 엄청난 고통이 뒤따르지만,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출 때면 직접 발로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롭다. 파트너십을 기를 수 있는 점도 파라댄스스포츠의 장점이다. 장 선수는 “파라댄스스포츠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이라며 현재 파트너인 배정부 선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창우 선수와 파트너.

클래스1 콤비 라틴 세계랭킹 1위인 한창우(33)씨 역시 파라댄스스포츠로 신체를 단련할 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챙긴다고 말한다. 한 선수는 “댄스스포츠를 시작하기 전에 소극적이고 낯가림도 심했는데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데에서 춤을 추며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댄스스포츠를 향한 애정이 큰 데 비해 국내 기반 미비는 아쉬운 점이다. 그는 비장애인 댄스스포츠까지 통틀어 국내 유일 댄스스포츠실업팀인 울주군청 소속으로 운동하고 싶으나 현재 자리가 없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 선수는 파라댄스스포츠가 패럴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않고 있는 데 아쉬움을 표하며 “댄스스포츠 평가시스템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도 선수로 뛰는 입장에서 모든 춤에 들어가는 기본자세와 정확한 기술이 있어 이를 조합해 안무를 짜고 공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파라댄스스포츠 클래스1 선수들이 이처럼 우수한 성적을 내는 배경에는 이경화 파라댄스스포츠 국가대표팀 감독의 노고가 있다. 스탠더드 전 챔피언이기도 한 이 감독은 2013년부터 대표팀 감독을 맡고 클래스1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이 감독의 지도 아래 성장한 선수들은 다음 달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장 선수는 “아직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해 이번에 제대로 1등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미 금메달을 목에 건 한 선수는 “이번에도 물론 금메달이 목표지만 무엇보다 재밌게 춤을 추고 싶다”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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