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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세네갈의 이슬람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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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21 23:09:43 수정 : 2019-10-21 23: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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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온건한 성격의 ‘새 모델’ 제공 / 신도 복지에 총력… 阿서 드문 민주국가

지난 16, 17일 이틀에 걸쳐 서아프리카 세네갈의 이슬람 성지인 투바라는 도시에서는 400만명에 달하는 순례자들이 모여 ‘그랑 마갈’ 축제를 벌였다. 세네갈은 물론 주변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전 세계에서 신도들이 몰려와 함께 기도하고 예배하며 어울려 잔치를 벌였다. 이슬람 달력의 둘째 달 18일에 열리는 그랑 마갈 축제는 무리드라는 이슬람 종단의 가장 중요한 연중행사다.

2001년 9·11 사건 이후 이슬람에 대한 세계인의 시각에는 극단적 폭력성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알카에다의 잔학한 공격이나 이슬람국가(IS)로 인한 이라크와 시리아의 비참한 내전은 모두 이슬람을 호전적 종교로 보게 만들었다.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이나 소말리아의 알 샤바브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아프리카에도 침투해 혼란하고 불안한 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슬람에 대한 세계의 인식과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슬람은 세계 인구의 무려 4분의 1이 믿는 종교다. 소수의 극단적 테러 집단이 종교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한다고 20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종교를 ‘악마화’해 터부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는 오히려 미래의 불행만을 자초할 뿐이다. 의심과 증오에 찬 타자의 시선은 이슬람 신도들의 반발과 분노를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평화롭고 민주적 성격의 세네갈 이슬람은 하나의 모델을 제공한다. 우선 11세기에 이미 사하라사막의 교역을 통해 전달된 세네갈의 이슬람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인구의 92%가 이슬람을 믿는다. 나이지리아나 코트디부아르처럼 이슬람의 역사가 짧고 특히 기독교와 대립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과의 차이점이다. 또 세네갈의 이슬람은 거의 전적으로 수니파에 속하기 때문에 수니와 시아의 대립 구도에서도 벗어나 있다.

무엇보다 세네갈 이슬람의 특징은 ‘브러더후드’ 즉 형제단이라 불리는 종단 조직이 사회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 상부상조의 전통을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무리드 종단은 세네갈을 대표하는 사회 세력으로 식민시대에는 저항운동을 주도했고, 독립한 다음 근대화와 도시화로 소외된 사람을 챙기고 보살피는 역할에 앞장섰다. 이를테면 프랑스 에펠탑 부근에서 거리에 기념품을 놓고 파는 흑인은 대개 무리드 종단의 신도들이다. 도시는 물론 이민자 집단까지 확고하고 촘촘한 초국적망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말이다. 덧붙여 가부장제가 강한 아랍 문화와는 달리 세네갈에서는 여성도 ‘마라부’라 불리는 종단 성직자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여성까지 포괄하는 이슬람인 셈이다.

정치권력을 지향하는 투쟁보다는 신도의 복지에 총력을 다하는 온건한 사회적 이슬람 덕분에 세네갈은 아프리카에서 드문 민주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지난해 투바의 그랑 마갈 축제에는 2019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마키 살 대통령은 물론 모든 후보자들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다녀갔다. 하지만 무리드 종단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를 거부했다. 이처럼 세네갈은 이슬람 극단주의를 단호하게 차단한 것은 물론 이슬람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새로운 모델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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