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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 얻으려고… 지갑 열다 보니 어느새 수십만원 날려

입력 : 2019-10-21 07:00:00 수정 : 2019-10-21 08: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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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현질’의 세계 / 전체 PC게임 이용자 중 49% 결제 경험 / 모바일 게임선 36.5%… 40대 최다 지출 / 결제한도 폐지 전 50만원까지 지불 17% / 일각선 “자율 규제 힘들어” 법 개정 추진 / 뽑기 운 따라 얻는 아이템 다른 ‘확률형’ / 전문가 “도박 접근성 높여” 사행성 논란 / 게임업계 “모니터링 통해 취미영역 유지”

회사원 박모(32)씨는 최근 유튜브 광고를 보고 한 온라인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다. 박씨는 게임 시작부터 아이템이 많이 제공되면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것 같아 금세 게임에 빠져들었다. 먼저 시작한 친구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었고, 서로 도와가면서 때로 경쟁하는 게임 특성도 그를 사로잡았다. 그가 아이템이나 게임 머니 등을 현금으로 사는 ‘현질’에 눈을 뜬 것은 게임 내부의 룰렛 미니게임을 접하면서부터였다. 1000원 남짓으로 충전을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도 좋아 보였다. 운이 어느 정도만 따라준다면 유료 상점에서 파는 것보다 더 싸게 아이템 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박씨가 정신을 차린 것은 이미 결제액 50만원을 넘어선 다음이었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도 몇 차례 있었으나 그럴 때마다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 현질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현질을 포기하게 된 것은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은 써야 그나마 효과가 있다”는 친구의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이 아까워 게임을 계속한다는 박씨는 “일단 현질은 이제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또 언제 (현금을) 지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게임 결제한도 폐지… 일각선 부활 주장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을 이용하는 19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PC 게임 이용자 중 49.3%가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 현금을 지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현금 지출 비율은 36.5%였다. PC와 모바일 모두 40대가 가장 많은 지출을 했으며 40대의 월 평균 이용비용은 PC 게임 3만7137원, 모바일 게임 2만8579원이었다. 모바일 게임 아이템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에게 구입 이유를 물어본 결과 ‘필요한 아이템·캐릭터를 바로 가지고 싶어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빠른 레벨업을 위해’도 높은 응답비율을 보였다. 다만 10대의 경우 빠른 레벨업을 위해서 구입했다는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캐릭터 등을 꾸미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많아 성인의 구매 양상과 차이를 보였다.

PC게임의 게임머니·아이템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이용자들은 지난 6월 결제한도 폐지 전 법적 결제 한도까지 지불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17.1%가 ‘법적 결제 한도까지 구매해 추가 구매가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20대의 경우가 20.3%로 가장 많았다. 2003년 만들어진 결제 한도는 PC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을 살 수 있는 금액을 월 30만원에서 2009년 50만원으로 증액한 뒤 지난 6월 말 폐지됐다. 결제 한도와 관련, 성인인 이용자들의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이 이어졌고 모바일 게임 등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차별받고 있다는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결제 한도가 폐지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반대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무소속 김경진 의원은 지난달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게임물에 결제한도를 설정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폐지 전 PC 게임에만 한정돼 있던 범위를 모바일 게임 등으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김 의원 측은 “청소년은 물론 성인일지라도 게임에 중독될 경우 자율적으로 규제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사행성 조장” vs “취미 일환” 찬반 팽팽

이처럼 게임의 중독성, 사행성 여부를 두고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사행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 ‘확률형 아이템’이다.

같은 돈을 지불해도 ‘뽑기 운’에 따라 얻는 것이 달라지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침례신학대학교 권선중 교수(상담심리학)는 “게임 내에서 로또, 룰렛 등 도박을 모사한 형태로 게임 속 미니게임을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도박 경험을 간접적으로 반복시킨다”며 “그렇게 해서 도박에 대한 위험 인식을 감소시키고 태도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도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또 “게임을 이용하는 캐릭터들이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홍보하는 행태들도 많았다”며 “서로 채팅이 가능한 게임 내에서 대화를 통해 계좌번호를 알려주거나 불법도박 사이트 주소를 보내주는 경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게임업계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게임 내에서 캠페인을 전개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사실 저희(게임회사)도 피해자 입장”이라고 말했다. 자사 게임 이용자들을 다른 불법 도박사이트로 꾀어내어 별도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사회인들이 여가 활동을 하는 데 비교적 다른 취미생활보다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것이 게임이라고 본다”며 “취미활동의 대체재라기보다 보완재라고 보기 때문에 적절하게 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사용한다면 취미의 영역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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