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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한 영화 ‘재심’은 일명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2000년 8월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찔려 사망하자 경찰은 최초 목격자인 16세 최모씨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최씨는 옷, 신발 등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강압 수사를 견디지 못하고 자백을 했다.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최씨는 만기 복역 후 재심(再審)을 청구, 2016년 11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누명을 벗은 최씨에게는 8억30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도 지급됐다. 이후 진범이 붙잡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1999년 2월 전주시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강도치사 사건이 발생했고, 3명의 청년이 77세 할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범행 사실을 자백한 뒤 3∼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3인조로 지목된 청년들은 본인이나 부모가 지적장애인이었다. 17년 후 진범 중 한 명이 양심선언을 하면서 이들의 누명이 벗겨졌다. 형사들의 몽둥이질로 허위자백을 했다는 증거가 드러났고, 2016년 재심 끝에 무죄선고가 내려졌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가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88년 발생한 이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됐던 20세 윤모씨는 이미 20년간 복역하고 풀려난 상태다. 윤씨는 항소심부터 “강압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했다”고 범행을 부인해 왔다. 경찰은 이춘재가 이 사건에 대해 범인만 알 수 있는 ‘유의미한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영화 ‘재심’의 등장인물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을 맡아 재심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관들은 “증거가 분명하다”며 고문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재심은 법원의 확정판결로 종결된 사건을 다시 재판하는 것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재심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수사나 재판 과정의 중대한 오류 또는 판결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재심이 결정되면 무죄 선고 비율이 50% 이상이라고 한다. 화성 8차 살인사건은 30여년 만에 ‘진범’이 바뀔 수 있을까. 바뀐다면 윤씨의 인생은 누가 책임지나.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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