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식량에서 귀뚜라미·고무밴드까지 나와

軍 보급 9개월새 불량 16건/ “급식 중지까지 6개월 걸려”

지난해 말부터 군에 보급된 전투식량(S형)에서 귀뚜라미, 고무줄 등 이물질이 들어간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이 방위사업청·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S형 전투식량 납품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16건의 사용자 불만이 접수됐다.S형 전투식량은 육군을 기준으로 전체 전투식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지난 6월에는 카레비빔밥에서 고무줄과 플라스틱이 나왔다. 해물비빔밥에서는 고무밴드가 나온 사실이 접수됐다. 지난 7월엔 닭고기비빔밥에서 귀뚜라미가 나오기도 했다. 음식 색깔이 변했거나 밥알이 그대로 씹히는 등의 문제점도 일부 드러났다.

문제는 불량 사례가 접수돼도 기관들의 ‘떠넘기기 행정’ 탓에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투식량의 계약과 납품은 방위사업청과 기품원 담당이지만, 이물질 혼입·부패 등에 대한 업체의 귀책 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단한다. 식약처는 관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조사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이번 불량 사례 16건은 전남 나주시에 있는 A업체 제품에서 나왔는데, 나주시가 조사를 하고 있다. 나주시는 5건에 대해 ‘업체 귀책 없음’으로 결론냈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 의원은 “(이런 행정 때문에) 기품원이 최종 하자 판정을 내리고 군에 급식 중지 명령을 내릴 때까지 최소 6개월이 소요되는 구조여서 애꿎은 장병들만 품질이 우려되는 전투식량을 섭취하게 된다”며 “군은 전투식량의 종류를 늘리기에 앞서 생산업체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보급된 전투식량의 품질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