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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돈으로도 소소한 행복 찾고 사회적 가치 실천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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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05 15:09:05 수정 : 2023-12-10 15: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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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잼’테크 크라우드펀딩 / 기부·상업용 펀딩 플랫폼 급속한 성장세 / 2019년 9월까지 참여자 25%가 30대 미만 / 소방관 처우개선 반지… 상징물 받는 리워드형 / 20대 실정 맞게 소액 상품 많아 증가세 한몫 / 소극적 소비자서 생산자로 직접 나서기도 / 1인 출판 …아이디어로 얼마든지 상품화

#1. 최근 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는 소방 공무원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소방관 수호 반지가 펀딩 물품으로 올려졌다. 해당 프로젝트를 기획한 팀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소방 공무원에게 힘이 될 무언가를 고민했다”며 펀딩 이유를 밝혔다. 펀딩에 참여한 대가로 반지를 주고, 참여자들이 보낸 금액 중 일부는 한국소방복지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보상까지 받다보니 참여자를 모으기가 쉽다. 펀딩 시작 하루 만에 최소 설정금액 50만원을 채웠다. 펀딩이 보름 정도 지난 현재 300만원 넘는 돈이 모였다.

 

#2. 이모(27)씨는 지난해 4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가방을 구매했다. 평소 수납공간이 넉넉한 가방을 찾던 이씨는 시중에서 마음에 드는 가방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참이었다. 우연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사이트에 수납공간이 넉넉한 가방이 올라온 걸 보고 고민 없이 펀딩에 참여했다. 그는 “구매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가방을 자주 사용한다”며 “확장성과 견고함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다수 개인으로부터 후원이나 기부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에 20대 참여가 활발하다. 몇 년 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이 갖춰진 데다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소신 있게 투자하는 20대 성향과 크라우드펀딩 특징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성공실적은 2016년 174억4248만원에서 지난해 298억5319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263억86만원의 성공실적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처음으로 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리워드형과 투자형으로 나뉜다. 리워드형은 개인이나 회사가 상품을 내놓고 이 상품이 마음에 드는 후원자가 후원하고 상품을 얻는 방식이다. 일반 상품 구매와 유사하지만 판매자와 투자자 교류가 활발해 투자자 요구나 트렌드에 맞춘 상품이 올려진다는 게 특징이다.

 

투자형은 후원자들이 특정 프로젝트나 회사를 주식, 채권 등의 형태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후원자는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등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이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를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펀딩 참여율이 눈에 띈다. 2016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한 투자자 5만2992명 중 30대 미만이 13169명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20대는 30대(2만1903명, 42%) 다음으로 활발하게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가 상대적으로 고정 수입이 낮음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20대의 ‘소확행’과 ‘미닝아웃’ 트렌드

 

20대는 투자형보다는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에 적극적이다. 리워드형은 소액으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대가 크라우드펀딩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에 나서는 이유로 소확행과 미닝아웃(Meaning Out)을 꼽는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미닝아웃은 사회적 관심을 소비로 표출하는 행위를 뜻한다.

 

20대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확행을 맛본다. 가방을 포함해 30번 이상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이씨는 “기성품의 경우 다중의 요구와 취향에 맞춰 제작하므로 내가 원하는 기능이나 디자인의 제품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내가 찾는 기능이 탑재돼 있고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찾기가 훨씬 쉽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20대는) 실용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욕구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는 적극적인 소비자”라며 “(20대의 크라우드펀딩 열풍은) 소확행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20대는 사회적 관심을 표출하는 통로로 크라우드펀딩을 찾기도 한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드러내고 참여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기 때문이다.

 

최근 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반달가슴곰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자는 프로젝트가 인기를 끌었다. 이 펀딩은 반달가슴곰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티셔츠 등을 리워드로 내걸었다. 후원자들이 티셔츠 등 리워드를 구매하면 후원금으로 해먹을 제작하거나 곰 농장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 등에 쓴다. 목표금액 300만원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3주 만에 목표액의 4배가 넘는 1400만원을 모았다. 참여자들은 소비에서 기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출처=텀블벅

5번 정도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김모(25·여)씨는 “소액부터 다액까지 원하는 액수대로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며 “시·공간적인 여유가 없어 오프라인에서 참여할 수 없었던 시민운동에 비교적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어 좋다”고 소개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교수(생활문화소비자학)는 “(20대들은) 무조건 기부하기에는 기회와 돈이 많지 않다. 상품을 받음으로써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하고 동시에 도움도 준다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펀딩으로 출간된 이찬호씨의 책 ‘괜찮아, 돌아갈 수 없어도’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직접 나선 20대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서 크라우드펀딩에 뛰어든 20대들도 있다. 자기의 사회적 신념이나 가치관을 담은 책을 발간하거나 재능을 활용해 상품을 만드는 게 대표적이다.

 

20대 여성 3명이 ‘담담’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팀은 지난 7월 말 우리나라 옛 여신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으로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했다. 고전문학 등에 나오는 다양한 여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면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대학교 때 함께 독서모임을 진행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이 팀은 펀딩 시작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목표금액 150만원을 훌쩍 넘는 850만원을 523명으로부터 모았다.

20대들로 구성된 담담팀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받아 만든 책으로, 우리나라 옛 여신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담담팀 제공

팀원 A씨는 “편집과 교열, 표지 작업 등 책을 만드는 과정 전체 중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고 이 과정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크라우드펀딩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젊은이라면 적극 해보기를 권했다. 매력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지 후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자본금이 없더라도 무엇인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게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상품 믿고 참여했다 낭패… 손실 땐 보상 쉽지않아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장밋빛 미래만 바라보고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부실한 상품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불이익을 받더라도 투자 영역으로 인식되다보니 제대로 보상받기도 쉽지 않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만기가 지난 크라우드펀딩(투자형) 채무증권 88건 중 27건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투자 손실이 발생한 채권의 총 발행액은 49억6000만원 상당이다. 27건 중 10건은 원금 전액 손실이 났는데, 금액이 19억원에 달한다. 투자 손실 발생 채권의 손실률은 평균 64.3%에 이른다. 6건은 투자이익 없이 원금만 상환됐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채권을 발행한 모바일게임 ‘부루마불M’ 제작사인 아이피플스은 지난해 6월 채권 만기가 도래하자 상환을 연기했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배급사 에이원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7월 채권 만기 상환을 하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뿐 아니라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에서도 부실 상품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상품이 제대로 배송되지 않는다거나 상품이 광고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피해 집계조차 어려워 정확한 그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

지난해 초 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사이트에 티타늄안경이 펀딩 물품으로 올려졌다. 합리적 가격에 티타늄안경을 펀딩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애초 목표금액의 10000%가 넘는 2억1500만원이 모였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도금이 벗겨지고, 착용 이후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했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이후 해당 플랫폼은 금속 알레르기로 피해본 후원자에게 후원금 전액을 환불하겠다고 밝혔으나 기간 내 환불 신청을 하지 못한 후원자들의 불만은 현재진행형이다.

 

한 후원자는 플랫폼 커뮤니티에 “제품 받고 안경알도 32만원 주고 따로 맞췄다. 근데 코팅이 다 벗겨지고 피부가 닿는 부분에서는 진물이 난다”며 “진물이 나는 부분은 너무 아파서 안경을 쓰지도 못하겠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크라우드펀딩 애용자인 이모(27)씨는 지난 2016년 이어폰에 5만원을 펀딩했다가 낭패를 봤다. 음질이 좋다는 홍보를 믿고 펀딩에 참여했지만 직접 써본 결과 이어폰 음질이 좋지 않아 해당 이어폰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좋은 제품이라고 하기에 홍보만 믿고 펀딩에 참여했는데 음질이 너무 안 좋았다”며 “이뿐만 아니라 몇몇 리워드가 매우 불만족스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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