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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엔 ‘사장’… 위장도급·갑질에 우는 배달노동자들

입력 : 2019-09-23 06:00:00 수정 : 2019-09-24 15: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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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전성시대의 ‘그늘’ / 시장 급성장… 근로 조건은 열악 / 음식서비스 2018년 4조7000억… 年 2배 급증 / ‘요기요’ 출퇴근 감독에 휴일수당 등 삭감 / 노조 “근로자 인정·노동조건 개선” 촉구 / 외식업 “광고비 폭리” 한목소리 / 음식점, 매달 84만원씩 앱 이용비 지출 / 매출의 10%… 광고비가 절반 이상 차지 / “정부차원 적정 광고·수수료 관리 필요”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요기요플러스 성북허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식배달 대행업체의 배달원들을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혁신은 사기다. 근로기준법은 지키고 싶지 않고 근로자는 사용하고 싶을 때, 기업들은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위탁계약서를 쓰게 해왔다. 시간이 지나고 기업들은 이것을 혁신이라 부르기 시작하고 새로운 노동과 새로운 산업이 등장했다고 외치고 있다.”

배달 노동자조합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요기요플러스 성북허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음식배달 대행업체 ‘요기요’가 배달노동자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이렇게 성토했다. 배달노동자는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자회사 플라이앤컴퍼니와 계약해 요기요 측 음식배달 대행 서비스인 요기요플러스에서 일하는 구조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배달 산업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배달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불만은 배달노동자만의 것이 아니다. 배달 앱을 이용하는 음식점주 또한 과도한 광고·판매 수수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 앱 시장은 단시간에 급성장을 거듭하는 추세다.

22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앱 음식서비스 총 거래액은 4조7799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거래액인 2조3542억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올해도 이런 급성장 추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1∼3월) 거래액이 1조7910만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거래액인 9528억원 대비 93.5%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배달 앱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배달 앱 업체가 배달노동자, 음식점주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달노동자들 “위장도급 문제 심각”

라이더유니온은 최근 주요 배달 앱 업체 중 한 곳인 요기요 측에 위장도급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요기요가 계약서에 배달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명시했으나 실제로는 출퇴근과 휴무·식사시간 관리, 주말근무 지시, 12시간 근무, 다른 지역 파견근무 등 명백한 지휘·감독을 행사해왔다는 게 라이더유니온 측 설명이다.

이들은 “요기요가 배달노동자를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계약해 주휴·연장·야간·휴일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요기요는 이런 구조 자체가 불법임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게 라이더유니온 측 주장이다. 지난해 2월 배달노동자 김모씨가 노동청에 퇴직금 지급에 대한 진정을 넣었을 때 요기요 측이 합의를 제안해 퇴직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급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요기요 측은 개인사업자로서의 계약이 배달노동자에게 무조건 불리하다는 건 과도한 주장이란 입장이다. 요기요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 개인사업자로서의 계약은 대다수 배달대행 업체에서 일반적으로 정착돼왔으며, 고정급에 비해 수익을 더 많이 올릴 수 있어 대다수 배달노동자들도 이를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업자 간 계약임에도 지휘·감독이 이뤄졌단 주장에 대해선 “특정 시간대 주문이 몰리는 서비스 특성상 배달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요청을 한 것이며, 개인 상황에 따라 이를 거절하거나 따르지 않더라도 부당한 대우를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음식점주 “배달 앱 광고비 과다하다”

배달 앱을 이용하는 외식업계에선 광고·판매 수수료 책정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치킨 전문점을 운영 중인 황모(44)씨는 “유명 브랜드가 아닌 탓에 업체 노출을 위해서라도 배달 앱 이용이 불가피하다”며 “분명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걸 부정하진 않지만 지금 지출되는 광고비 등 수수료 액수가 정당한 건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 앱 관련 비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전체 매출의 10% 조금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관련 실태조사를 벌였을 때 배달 앱 서비스 전체 지출비용은 월평균 83만9000원으로 집계됐고, 이 중 광고비용은 월평균 40만4000원 수준이었다. 소상공인 업체들이 적정 광고비용이라 생각하는 건 월평균 20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배달 앱 서비스의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 역시 ‘배달업체의 광고비 폭리’(41.3%·복수응답)였다.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배달 앱 가맹점 506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14.4%가 불공정 행위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그중 가장 많은 곳이 겪었다고 답한 불공정 행위도 ‘광고비 과다’(37.0%·복수응답)였다. 정부 지원 정책으로 원하는 것도 ‘정부 차원의 판매 수수료 조정 및 관리’가 62.1%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박충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음식점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 배달 앱 사업자, 소비자단체 등이 협의해 적정한 광고료와 수수료의 기준을 정부가 마련하고, 이를 배달 앱 사업자에게 권고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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