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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실체 이춘재 결혼 뒤 처제 살해까지…화성사건 해결될까

입력 : 2019-09-21 10:57:08 수정 : 2019-09-21 10: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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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부산교도소서 1급 모범수 생활 / 범행 공백기간 가정 꾸리고 아내·2살 아들 상대로 폭행·학대 / 화성사건 이번엔 해결되나
18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이춘재(56)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경기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는 모습. 화성=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씨가 화성사건 발생 장소 일대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뒤 청주로 이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씨의 본적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로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범행을 제외한 나머지 9차례 범행이 모두 이곳으로부터 반경 10㎞ 안팎에서 발생했다.

 

화성사건의 1차 범행 피해자는 1986년 9월 15일 발견됐고 마지막 10차 범행의 피해자는 1991년 4월 3일 발견돼 A 씨가 화성에 거주하는 동안 모든 범행이 이뤄졌고 청주로 이사한 뒤에는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다.

 

처제 살인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 씨는 교도소에서는 1급 모범수 생활을 했다.

 

지난 19일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A 씨는 1994년 1월께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1995년 10월 23일부터 24년째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수감생활 중 한 번이라도 규율을 어기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 없이 평범하게 수감생활을 해왔다고 교도소 측은 전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봉준호 감독의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 한 장면

 

이 관계자는 "1급 모범수인 A 씨가 무기징역이 아닌 일반 수용자였다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차 범행 피해자 발견 이후 이 씨가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2년 동안 화성 일대에서 실종되거나 살해된 채 발견된 여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10차 범행 이후 사실상 범행을 중단한 것은 그가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처제 강간살인 사건 대법원 판결과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 씨 아내는 결혼 이듬해 아들을 출산했다.

 

당시 법원은 A 씨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동기로 1993년 12월 부인이 2살짜리 아들을 남겨두고 가출한 데 대한 극도의 증오감을 꼽았다. 1992년에 아들이 태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심야에 야외에서 이뤄지는 화성사건의 특성을 따져봤을 때 10차 범행까지는 독신생활을 하며 자유롭게 범행하다가 결혼 이후 중단한 것으로 점쳐진다.

 

이 씨는 이 시기 부인과 아들 등 자신의 가족을 상대로 폭행과 학대를 일삼는 등 가학적 행위로 이를 간접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에는 이 씨의 아내가 가출한 이유가 그의 무자비한 폭행을 견디다 못했기 때문이라고 기재됐고 방 안에 가두고 마구 때리는 등 어린 아들을 학대하기도 했다고 적혀있다. 결국 아내가 가출하자 극도의 증오감을 갖고 처제를 상대로 범행했다는 것이 법원이 판단한 처제 강간살인의 범행 동기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사안은 밝힐 수 없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용의자의 자백이므로 A 씨를 상대로 조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화성사건 이번엔 해결되나

 

최악의 미제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30여 년 만에 특정되면서 어느 때보다 사건 해결의 기대감이 커졌다.

 

현재로서는 용의자 이춘재(56) 씨의 DNA가 나온 사건은 모두 10차례의 화성사건 가운데 모방범죄로 드러나 범인까지 검거한 8차 사건을 제외하고 5, 7, 9차 사건 등 3차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경찰은 나머지 사건의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DNA 검출과 대조 작업을 하고 있고 여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건의 경우 의미 있는 증거물이 남아있지 않아 나머지 6건의 사건 증거물을 모두 국과수에 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10차 사건의 경우에는 증거물에서 남성 DNA가 나오지 않았다. 10차 사건 증거물은 지난 7월 5, 7, 9차 사건 증거물과 함께 국과수로 보내져 감정이 진행됐지만 유일하게 이 씨의 DNA가 확인되지 않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살인으로 기록된 10차 사건은 1991년 4월 3일 화성시 동탄면 반송리 야산에서 권모(당시 69세) 씨가 성폭행당한 뒤 스타킹에 목이 감겨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또 화성사건 당시 경찰이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을 확보해 9차 사건의 증거물과 함께 일본으로 보내 DNA 감식을 의뢰했지만 두 DNA가 다르다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8차에 더해 10차 사건 또한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화성사건 당시부터 일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사건은 1986년 9월 15일 화성시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에서 이모(당시 71세)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고, 2차 사건은 같은 해 10월 20일 태안읍 진안리의 농수로에서 박모(당시 25세) 씨가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성폭행 흔적은 1차 사건에서는 명확하지 않지만 2차 사건에서는 발견됐다.

 

이들 사건의 경우 화성사건의 가장 큰 특징인 속옷 등으로 얼굴이나 손목을 가리거나 결박하는 범행수법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나머지 사건들과 차이가 있다.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1, 2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A 씨의 DNA가 확인되면 문제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경찰은 다른 방법으로 두 사건과 A 씨와의 관련성을 찾아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20일 "1, 2차 사건의 범행 수법이 나머지 사건들과 다르긴 하지만 연쇄살인사건에서 초기 범행과 이후 범행의 수법이 차이가 나는 경우는 종종 있다"며 "연쇄살인범이 범행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수법을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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