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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2→4년…가격 더 오를 것 vs 안정화 기여할 것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9-20 06:00:00 수정 : 2019-09-19 22: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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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현재 기본 2년인 전·월세 계약 기간을 사실상 두 배인 4년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새로운 제도가 실제 임대 시장과 주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전·월세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가 전월세 가격 인상을 일정 폭으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까지 도입할지도 관심사다.

 

◆당정, 전·월세 계약 기간 4년으로 두 배 늘린다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전날(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 협의를 거쳐 사법·법무 개혁 방안의 하나로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 도입 의지를 밝혔다.

 

이는 주택 전월세 임차인이 2년 임차 기간이 끝난 뒤 2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이 권리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포함되면 집주인(임대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년 연장 계약을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상가 임차인에게만 보장된 계약갱신 청구권을 주택 임차인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인데, 사실상 전·월세 기본 기간 단위가 2년에서 두 배인 4년으로 길어지는 효과가 있다.

 

이 제도 도입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작업은 해당 법의 관할 부처인 법무부와 여당이 주도하게 된다.

 

일단 이번에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 도입 발표에 앞서 법무부와 여당은 서민 주거 정책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는 별다른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법무부 소관인 만큼, 발표 전 과정에서 우리(국토부)와의 별도 협의는 없었다"며 "이미 의원 발의로 비슷한 법안이 10여 개가 국회에 계류돼있고, 1∼2년 전까지는 법무부와 함께 국토부도 관련 제도 도입을 함께 국회에 설명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실제 법령 개정 과정에서는 우리 의견을 낼 것이고, 현재까지는 특별히 도입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는 "계약 갱신청구권 제도화는 2년마다 임차인들이 주거 불안의 고통을 겪기 때문"이라며 "주거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만큼 과거 여론조사 결과 등에서도 갱신청구권에 대한 찬성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주거 안정 효과 기대해도 될까?

 

일각에서는 임대차 계약 기간 연장에 따른 전·월세 공급 부족,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직방'의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지금은 입주 물량이 제법 풍부한 상태이지만, 혹시 법 개정 시기에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거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임차 수요가 늘어나면 임대료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미 전·월세 공급 물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과 함께 전월세 상한제까지 함께 도입되면 주택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나 재산권 침해 논란 등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과 관련된 발의 법안의 상당수가 동시에 전월세 상한제 내용도 담고 있어, 향후 법령 개정 과정에서 전월세 상한제도 필연적으로 같이 논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국(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 연장 시 일정 인상률 이상으로 전·월세를 올려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2년 전세 기간이 만료돼 임차인이 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했을 때 갱신 계약의 전셋값 인상률을 최대 5% 이하로 못 박는 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은 전월세 상한제와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도입 과정에서 두 제도의 장단점 등을 면밀히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함영진 랩장은 "전월세 임대료 상한제를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집단 반발은 없을 것 같지만, 둘(계약 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을 한번에 도입하면 저항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 의무화,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 양성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법제화 등을 먼저 추진한 뒤 임대료 상한제나 임대주택등록 의무화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 전월세 공급 부족 가능성…정부 "공급물량 충분"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전·월세 계약 기간 연장이 시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 “주거 환경 안정을 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계약기간이) 4년까지 늘어나면 전월세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전세가를) 4년간 올리는 데 제약이 생기면 처음부터 올린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특히 “(계약기간이) 4년으로 연장되면 거래 제한을 받게 된다”며 “소유자가 전세를 놓다가 매매를 하려고 할 수 있는데 이 때 매매 제한을 받게 된다.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축업자가 임대사업을 기피하게 되면서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면서 이번 조치가 전세 공급에 역작용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선의에 기초를 둔 정부 정책이 역작용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4년 계약으로 바뀐다고 해도 지금 같은 부동산시세변동이 있다면 재계약 시점에서의 전세금 상승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세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1가구 1주택이 보편화된 상황이라면 전세물량이 나올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다만 “4년으로 (계약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일부 악덕 세입자들에 대한 퇴거조치 등 집주인의 재산 보호에 대한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세입자를 함부로 못 내보내는 외국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면접보는 게 이러한 이유”라며 제도적 보완책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집주인 입장에선 (계약기간 연장이)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면서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리는 부작용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소장은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들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며 “그러면 전셋값이 다시 오르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 인포 팀장은 ”이번 제도 도입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억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부작용 우려가 있다. 인기 단지의 경우 전월세 공급이 줄어들고, 이는 결과적으로 4년마다 전셋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훈 "한 사람이 100채, 300채 보유하며 선의의 피해자 양산"

 

한편 임대사업자 상위 10%가 소유한 임대주택이 전체 등록 임대주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주택 등록수별 임대사업자(개인) 현황'에 따르면, 6월 기준 등록된 임대주택 133만3771채 중 53.4%(71만2540채)가 상위 10%(4만1189명)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10% 임대사업자 1명당 평균 17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이다.

 

상위 1%(4134명)의 경우 전체의 19.1%인 25만 4431채를 등록해, 집주인 1명당 62명의 임대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특히 임대주택을 100채 이상 보유한 최상위 다주택자도 259명에 달했다. 이 중에서도 80명은 300채 이상의 임대주택의 주인이었다. 가장 많은 수의 임대주택을 소유한 사업자는 서울 강서구의 48세 남성으로 594채를, 마포구 41세 남성은 584채의 임대주택을 등록했다.

 

이처럼 집주인 1명이 수백 채의 주택을 임대하고 있는 상황은 역전세난(전셋값 하락으로 계약 만료 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포스코건설 제공

올해 초에도 지난해 9·13대책 이후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임대인을 구하지 못해 기존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한 바 있다. 특히 △서울 강서·구로·양천구 △경기도 수원·동탄·광주 △경남 거제·창원 등에서는 집주인 한 사람이 보유한 수백 채의 임대주택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애꿎은 세입자만 피해를 봤다.

 

김 의원은 "부족한 자본으로 능력 밖의 임대주택을 보유하여 운영하는 것이 문제"라며 "1인이 100채, 300채, 수백 채를 보유하면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관계부처는 최상위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깡통전세 위험도를 선제적으로 점검하여 무주택자의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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