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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백성 믿음 잃으면 바로 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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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09 23:34:33 수정 : 2019-09-09 23: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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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임명… 새로운 날은 시작한다” / 초유의 ‘조국 풍파’에 빨려드는 국정 / ‘경제 잡아먹는’ 정치 리스크 전면화 / 믿음 잃은 정부가 개혁한다는 건가

“사류정치”. 24년 전 탄생한 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 “기업은 이류, 관료조직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했다. 겁도 없었다. 때는 김영삼정부 시기다. 이것저것 눈치 볼 것도 많은 기업인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돌아가는 꼴이 하도 한심했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이름만 번드레했다. 김영삼정부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다. 금융실명제 도입만 빼고. 그때도 경제 외풍은 살벌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하지만 날만 새면 정략과 정쟁이 들끓었다. 막판에는 대통령 아들마저 비리에 휘말렸다. 나라가 파산 지경인데도 “금융개혁 반대”를 외치며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뛰쳐나간 한국은행 임직원들. 중앙은행이 그 모양이었으니 ‘정치 굿판’은 오죽했을까.

강호원 논설위원

그런 나라는 어찌 될까. 난파선으로 변한다. 1997년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는 그 결과다. 사류정치가 빚은 참극이었다.

지금은 다를까. 그렇지 않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진영 논리를 지고의 가치로 삼은 정치. 탈레반 원리주의자를 보는 듯하다. 도덕성마저 내팽개친다.

조국 법무부 장관. 그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산처럼 쌓였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조차 보지 못한 자녀를 둘러싼 부정 의혹들. ‘조국펀드’라는 사모펀드와 웅동학원을 둘러싼 의혹은 벗겨도 벗겨도 끝없이 나온다. 양파 같다. 한 달이 넘도록 쏟아진 온갖 의혹은 아직도 신문을 도배질한다. 검찰은 아내 정경심씨를 기소하고, 사모펀드에 연루된 두 사람을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펀드 핵심 관계자들은 필리핀으로 도망했다.

그런 조국씨를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임명장을 주면서 말했다.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묻게 된다. ‘송구스러운 일’을 왜 하는가. 범죄 혐의자 가족을 둔 인물을 법 집행의 수장으로 세우면 법이 바로 서는가. 대통령은 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걸까, 조국씨를 지키고자 하는 걸까.

청와대와 여당은 모든 것을 ‘가짜뉴스’로 몰아세운다. 범죄 혐의를 조사하는 검찰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낸다. “미쳐 날뛰는 늑대”,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고. “조국이 아니면 안 된다”고? 지나는 소가 웃을 일이다. 범죄 혐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이 개혁을 부르짖는다는 자체가 코미디 아닌가.

국민은 어찌 생각할까. 청와대의 도덕성도, 조국씨를 옹호하는 정치인사의 도덕성도 ‘땅바닥을 뒹구는 도덕’쯤으로 취급하지 않을까. 법치는 손가락질을 당하게 생겼다.

검찰개혁이 그렇게 중대한 국가적 과제인지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그 배경에는 검찰을 정치권력의 시녀로 만들려는 ‘부도덕한 정치’가 자리하고 있지 않는가. 지금 정부라고 하나 다르지 않다. 당장 풀어야 할 국가적 과제는 산처럼 쌓여 있다. 허물어지는 경제는 그중 하나다. 검찰개혁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다. 저성장, 실업대란, 수출·투자·소비 감소 행진…. 모든 것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살벌한 경제 외풍’은 1990년대 중반보다 더하다. 이념에 너무 갇혀 있기 때문일까, 이런 파국적인 상황을 놓고도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다. ‘조국 풍파’는 경제조차 집어삼킬 형세다. 1997년처럼.

정치원로들은 말한다. “국정혼란은 불 보듯 빤하다. 약점 잡힌 사람이 어떻게 검찰의 환부를 도려낸다는 건가”(김형오), “상처 입은 국민을 생각하라”(정의화), “엄청난 후폭풍이 일 것이다”(박찬종). 이런 말도 나왔다. “조국씨를 법무장관에 임명한 날로부터 새로운 날은 시작한다.” ‘조국 풍파’의 앞날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정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사류정치? 그도 아니다. 나라를 파산시킨 김영삼정부에서는 그래도 비리에 고개를 숙이고, “경제를 살리자”고 외치기라도 했다. 지금은 전혀 다르다.

공자는 말했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백성의 믿음을 잃으면 군주도, 나라도 바로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의 정치는 사류도 아니다. ‘믿음을 잃은, 몰염치한 정치’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그 끝은 무엇일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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